트렌드에 부합하는 기술·마케팅 기법 있어야

2000년4월17일 월요일. 이날은 소위 ‘검은 월요일(black monday)’이라 불릴만큼 증시 사상 최악의 폭락사태를 겪었던 날이다. 제도는 있었으나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었던 서킷 브레이커(주식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것)가 최초로 발동된 날이기도 했다.거래소에서는 93.17포인트가 하락한 707.72 포인트로 장이 마감되었고, 코스닥도 22.34 포인트가 하락한 173.53 포인트를 기록하고 장을 마쳤다.그러다 보니 온갖 루머가 횡행하고 있다. 5월 위기설, 벤처대란설 등. 오를 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더니 떨어질 때는 바닥 깊은 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50% 이상의 벤처기업이 정리될 것이다, 아니다, 90%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면서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몇 %일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옥석은 구분될 것이다.◆ 미국 벤처기업 성공확률 1만분의 6사실 오늘날 인터넷 벤처기업의 모습을 볼 때 그 의미가 혼란스러울 정도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벤처기업’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당시에는 ‘모험기업’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이는 고위험 고수익을 전제로 한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할 확률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권을 사는 심정으로’ 투자하는 것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였다.신경제니 뭐니 하면서 초호황을 구가하는 미국에서도 벤처기업 성공확률은 1만분의 6이라고 한다. 1만개의 기업이 창업하면 끝까지 생존하는(나스닥에 상장하는 것을 의미) 기업의 수는 6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9천9백94개의 기업은 중간 단계에서 사라져야만 하는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 올가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벤처기업인들은 오늘도 밤을 지새우며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우리나라 사정은 어떤가. 한국의 기업인들은 미국의 그들보다 1백배 훌륭해서 성공확률이 1백배에 달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1만개의 기업이 출발하면 6백개가 성공한다는 단순계산이 나온다. 정부는 벤처기업을 2만개까지 육성하겠다고 했다. 약 1천여개 기업이 성공하고 나머지는 ‘죽는’것이 당연하다.만약 하나도 안 쓰러진다면? 그건 벤처기업이 아니다. 성공확률 1백%인 도박, 당첨확률이 1백%인 복권인 셈이다. 도박에 가까운 것이 프리미엄을 갖는다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2차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이 1차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고 그들은 다시 3차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에 의해 부자가 된다면 이것은 언젠가는 붕괴될 ‘버블’의 전형적인 모습이다.논의의 초점을 바꿔보자. 그러면 어떤 범주에 속한 기업들이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아마 다음과 같은 네가지 속성 중 최소한 하나는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첫째, 기술을 갖고 있을 것. 연필 끝에 지우개를 붙이겠다는 발상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 그 분야의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물론 전반적인 트렌드와 부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 흐름이 모바일임에도 불구하고 PC에서만 작동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기술은 의미가 없다.둘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을 것. 즉 특허로서 보호받을 수만 있다면 대단한 파괴력을 지닌다. 미래는 지적재산권을 서로 크로스 라이선싱(cross licensing)을 하면서 ‘가진자 만의 파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셋째, 이미 선발자일 것. 머니모델로 출발했더라도 지금은 커뮤니티 모델만을 갖고 있더라도 선발자라면 걱정이 없다. 필요한 것은 외부에서 조달해서 붙이면 되기 때문이다.비즈니스 모델이 없어서 고민하는 것은 후발자의 이야기일 뿐이다. 선발자는 좋은 모델을 갖고 있는 기업을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넷째, 차별화시킬 자신이 있을 것. 기술과 아이디어, 아니면 마케팅 기법이라도 차별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고객에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면 당연히 성공한다. ‘난, 물이 아니야’로 성공한 어떤 오프라인기업이 좋은 예가 되겠다.물론 언급한 네가지 중 하나만을 갖고 있을 필요는 없다. 많이 보유하면 보유할수록 그 기업의 가치가 상승할 것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