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추진 속도 빠르고 노후건물 많아 투자수익 기대보다 클 수 있어

서울 중심부의 새 옷 갈아입기가 활기를 띠고 있다. 종로, 중구, 마포 등 서울 심장부의 노후 건물을 헐어내고 첨단 주상복합건물이나 호텔 등을 짓는 도심재개발 사업에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도심재개발이란 노후한 도시 중심부를 체계적으로 재개발하는 사업을 말한다. 정부나 광역자치단체가 해당지역을 ‘재개발지정 대상범위’로 지정하고 시장·군수 등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해 광역자치단체장의 승인을 받은 지역을 도심재개발구역이라고 한다.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사옥, 쁘렝땅백화점 등과 소공동의 프라자호텔 등이 도심재개발 사업을 통해 변신한 예다.도심재개발사업은 낡은 도시환경을 새롭게 한다는 공익적 측면 외에도 토지 소유자에게 높은 개발이익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서울 도심재개발사업은 지난 73년부터 시작, 현재 서울 도심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모두 37개 구역 4백57개 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1백30개 지구의 사업이 완료됐고, 48개 지구의 도심재개발이 진행중이다. 나머지는 구역지정만 되고 미시행 상태인 곳이다.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한 종로구, 중구 일대에 재개발구역이 집중적으로 포진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특히 세종문화회관 뒤편 내수구역과 마포로 공덕동 일대는 최근 사업추진이 빨라지고 있는 곳이다. 내수구역에는 대한주택공사가 평당 1천만원대의 첨단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총 2천1백92평 부지에 지하4층 지상16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3개동이 들어서며 아파트는 30~45평 규모 1백42가구를 짓는다. 올 하반기 중으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며 내년 상반기중 아파트와 업무·판매시설 분양이 시작된다.이 아파트는 도시 중심부에 들어서는 직주근접형 고급 아파트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공기업인 주공이 고가의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해서 비난의 목소리도 높지만, 현대건설이 호텔형 아파트로 리노베이션하고 있는 구상업은행 본점 건물과 함께 도심 주거빌딩의 새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마포구 공덕로터리 주변은 대형 복합빌딩의 신축으로 스카이라인이 한층 높아진다. 즐비하게 들어선 고층빌딩 사이의 노후 주택지, 상가 등이 대형 복합빌딩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지하철5호선 공덕역 바로 앞에 호텔 업무시설 아파트가 함께 들어서는 쌍둥이 복합빌딩을 올 하반기 착공하며 동양시멘트건설, 주택공사, 삼성중공업건설 등이 잇따라 고층 복합빌딩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빌딩내 아파트들은 평당 8백만~1천만원대에 분양가가 결정될 전망이다.주택 재개발·재건축이 규제 강화와 지분시세 상승으로 투자가치가 예전만 못한데 반해 도심재개발은 투자가치가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먼저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의 연면적 비율)에서 차이가 난다. 서울지역 주택 재개발·재건축의 용적률은 2백50% 안팎이지만 도심재개발의 용적률을 최고 1천%까지 적용된다. 이는 개발에 따른 이익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와 같다. 또 노후지역이 첨단 빌딩으로 바뀌면서 지역상권이 활성화되고 그에 따라 주민들의 재산가치가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신축건물을 분양받는 일반투자자 경우엔 세금혜택도 주어진다. 기존 토지와 건물을 처분하고 도심재개발사업에 의한 신축 건물을 분양받으면 양도소득세가 전액 비과세되고 취득세 및 등록세도 감면된다. 토지소유자가 현금으로 보상받을 때도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도심재개발의 절차는 주택 재개발 절차와 비슷하다.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 사업시행자(건설사)를 결정하고 사업계획 수립·인가, 관리처분계획 수립·인가를 거쳐 공사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 토지와 건물에 대한 매매 행위는 제한이 없다. 단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에는 조합원 명의변경이 되지 않고 구역지정 후엔 개별적인 건축행위가 금지된다.그동안 도심재개발구역 투자는 일반투자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재개발로 지어지는 건축물이 대부분 대형 빌딩인데다 도심에 자리잡고 있어 투자금액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투자기간이 길다는 것도 단점이다.하지만 최근들어 투자환경이 많이 개선됐다. 건설경기가 회복되면서 사업추진이 빨라지고 있고 용적률이 상향 조정돼 보유 지분의 2~3배까지 무상으로 배정받을 수도 있다. 보유 지분 이상을 무상으로 배정받기 힘든 주택 재개발·재건축에 비하면 큰 장점이다.투자목적으로 눈여겨 볼 만한 도심재개발구역으로는 4대문안 사직동, 내수동 일대를 꼽을 수 있다. 광화문과 지척인 이 지역은 사업추진 속도가 빠르고 노후 주택이 많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투자가 가능하다.사직1구역은 구역지정이 끝나고 사업계획 확정 단계에 있다. IMF이전 평당 1천6백만원선이었던 이곳 땅값은 요즘 평당 7백만~1천만원. 36~75평형 아파트 9백36가구와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며 용적률은 5백50%가 적용된다. 토지 소유자에게 돌아가는 무상 지분은 1백50%선이 될 전망이다.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대지 22평, 건평 40평인 주택의 경우 매매가가 1억8천만원. 보증금 8천만원에 세입자가 살고 있어 초기 투자비용은 1억원이다. 올 하반기 사업승인이 나면 시공사(삼성물산 예정)로부터 이주비가 지급돼 투자비용 회전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내수구역은 사직구역보다 땅값이 훨씬 비싸다. 평당 1천7백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고 노후 주택 매물은 많은 편. 쌍용건설과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되었으며 사업인가 신청 단계에 있다.광화문 부동산뱅크 유연주 대표는 “수년간 사업이 중단된 도심재개발구역이 많은 반면 사직구역과 내수구역은 추진 속도가 빠르다”며 “1억~2억원의 투자비용으로 주택 재개발 이상의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