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망·발판 등 제작 ‘무사고 시공’ 파수꾼 … 올 매출 60억원 달성 의욕

박수열(44) 삼계산업 사장집 전화벨이 울렸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으니 시간을 내달라고 요청해왔다. 고층빌딩 공사장에서 떨어져 H빔에 부딪혔는데 다행히 건물 안쪽에 쳐놓은 그물로 떨어져 목숨을 구했다며 은혜를 갚고 싶다고 했다. 밖으로 떨어졌으면 죽었을 거라는 설명과 함께.박사장은 현장을 다니면서 아찔한 광경을 많이 봤다. 이제 막 안전망을 치고 다음 현장으로 이동하려는데 벌써 그물에 사람이 걸려 움직이고 있는 것. 그는 “우리 회사가 살린 사람이 줄잡아 1천명은 될 것”이라고 말한다.삼계산업은 안전망 안전발판 비계 등 건설관련 안전설비를 만들어 설치하는 업체. 안전망은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든 그물이다. 이를 공사장 H빔에 묶거나 고리를 걸어 고정시킨다. 안전발판은 철로 만든다.◆ 영종도 신공항 등 굵직한 공사 참여3층 이상의 공사장에선 대부분의 사람이 현기증을 느낀다. 겁이 많은 사람은 다리가 떨려 걷기 힘들 정도. 게다가 건설현장은 얼기설기 엮어진 철기둥 사이로 바닥이 내려다 보인다. 바람이 불면 더욱 위험하다. 건물이 고층화되면서 20층이 넘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아슬아슬한 철제 H빔 위를 건자재를 들고 걸어다닌다. 발을 한번 잘못 디디면 끝장이다. 그런데도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공사현장에는 안전망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요즘에도 안전망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사람이 있을 정도. 비용이 더 들고 공사에 지장을 줘 공사기간이 늘어난다고 여기기 때문. 안전망은 3개층 단위로 설치된다. 안전발판은 층마다 놓는다. 이를 설치해놓으면 타워크레인으로 건물내부에 건자재를 내려놓기가 불편하다. 설치하고 제거하는데 시간도 든다. 하지만 안전망은 사람을 살리는 그물이다.삼계산업은 이 분야 굴지의 업체다. 안전망을 설치한 곳은 영종도 신공항, 신내 차량기지,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새로 짓는 국립박물관, 아셈빌딩 등. 비계는 영종도 신공항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가양대교 등에 설치했다.창업 이후 안전망과 안전발판 비계를 설치한 현장이 2천곳이 넘는다. 이는 임직원이 안전에 대한 사명감으로 뭉쳐져있기 때문. 공사를 나가기 전에 사람 목숨을 지키는 작업이라는 점을 일깨우고 최선을 다해 공사할 것을 당부한다. 설비는 김해 공장에서 직접 제작한다. 안전망은 한국건설가설협회로부터 성능검정을 받아 ‘안’자 마크를 얻었다. 지난해에는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한진컨소시엄으로부터 안전모범업체로 선정돼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박사장은 게로 유명한 경북 영덕 출신. 수산전문대에서 기관분야를 전공한 뒤 해운회사에서 11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자기 사업을 하겠다며 부산에서 오퍼상을 열었으나 실패하고 빈털터리가 돼 서울로 올라왔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선배의 조언으로 건설용 안전시설을 하는 삼계산업을 창업한게 92년3월. 지인들이 돈을 대 사업을 다시 시작한 것. 서울 북창동에서 5명으로 문을 연 뒤 역삼동으로 본사를 이전했다.처음에는 건설업체를 설득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경비절감 공기단축을 내세우는 건설회사와 안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박사장의 주장은 끝없이 평행선을 그었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사정이 달라졌다. 빨리 설치해 달라고 요청해왔던 것. 성실하고 꼼꼼한 시공을 통해 기반을 다졌고 수주가 이어졌다.◆ 성실하고 꼼꼼한 시공으로 고객 확보오퍼상을 하며 진 빚도 다 갚았고 최근에는 월세를 살던 소형아파트에서 널찍한 아파트로 집도 옮겼다. 직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자본금 5억원중 17%의 지분을 무상으로 나눠줬다. 종업원은 38명. 일용고용자를 합칠 경우 1백명에 이른다. 이중 장기근속자 8명에게 지분을 나눠준 것. 지난해 40억원의 매출을 올린 삼계산업은 올해 60억원, 5년 뒤에는 5백억원의 목표를 잡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어서다.안전시설에 이어 인테리어 공사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일본과 기술제휴로 콘크리트를 분쇄해 재활용하는 사업도 시작할 계획. 철거현장에서 나온 콘크리트는 골칫거리다. 처리하기 곤란해 매립하는게 고작이었다. 이를 위해 재일교포 기업인과 접촉중이다. 그는 이 분야에서 일본내 3대 메이커를 경영하고 있기도 하다.“우리 회사 직원은 웬만큼 죄를 지어도 천당가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 워낙 많은 사람을 살렸으니까요. 안전에 대한 건설업체들의 의식이 높아지고 있어 시장전망도 아주 밝습니다.”박사장은 일본의 경우 현장소장이 곧 안전책임자라고 한다. 어떤 공사든 최우선 순위는 안전이라고. 한국은 안전을 여러 분야중 하나로 여기는 사례가 아직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어 희망적이라고 덧붙인다. (02)3452-6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