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꽃의 열망 카터 행정부가 철군을 위협했을 때 정부 일각에서는 핵 개발을 추진했다. 베스트 셀러 ‘무궁화 꽃’ 얘기다. 그런데 다른 무궁화 꽃이 피고 있었다. 일본해협보다 대한해협의 수심이 깊기 때문에 러시아 함대의 안전한 통항권을 한국이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국익을 한국에 대한 국익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통일은 민족의 끊임없는 열망이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소련의 영향권에 편입되면서까지 통일의 전기를 마련하려 했겠는가. 동서간에 지역감정이 격화되면 한반도는 동서 북으로 나누어질 것이고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과 연합하여 제3의 파트너를 고립시킨다는 삼분(三分)통일도 있다. 하나가 둘 셋으로 다시 셋이 둘 하나로 통일되는 방식이다.냉전이 계속되었다면 현해탄에 핀 꽃이 한반도에 친러 사회당정부를 탄생시켰을지 모른다. 또한 삼분통일은 신라의 삼국통일과 같이 많은 유민(流民)들을 고달프게 할것이다. 작금 이 나라에서 자행되는 외국노동자학대사례를 보면 우리는 실로 소름끼치는 승자(勝者)가 될 공산이 크다.우리 할아버지 북한 우리 할아버지는 한일합방 때 농촌마을의 글방선생이셨다. 글만 가르치신 게 아니라 농사일에도 매우 열심이셨으며 웬만한 농기구도 손수 만드시는 만능선생이셨다. 그분의 이상은 농업중심의 지역공동체를 가꾸는 일이었으며 그분에게는 그 길이 인간본성에 가장 어울리는 삶의 방식이었다. 그분은 왜놈들이 들고 온 신문명을 거부했다. 공동체를 파괴하는 이단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사서삼경을 가르쳤다. 그분이 받아들인 신문명은 고작 탈곡기 풍구 그리고 도정용 발동기였다.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줄모까지를 마다하고 일인들의 눈을 피해 막모를 고집했다. 공업이란 농업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정도여야 했다. 공장에 다니는 녀석들은 다 건달이었고 화냥년이었다. 거역할 수 없는 문명의 확산을 바라보며 할아버지 아버지들은 해방된 땅에서조차 헛기침을 하고 지냈다. 이들을 당장 짓누르고 있는 것은 안보위협이었다. 모두가 수류탄이 되자고 외쳤다. 국력을 키우려 무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점점 도탄에 빠지는 민생이 오늘 우리 할아버지 북한의 참상이다.우리 할아버지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도 많다. 망상 덩어리요 인민을 마음에 둔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먼 나라를 돕듯 성금이나 내자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제 큰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통일은 사랑으로 할 차례가 되었다. 고향을 지키려다 망쳐놓고만 우리들의 할아버님 증조할아버님이시다.사랑의 무궁화 도회지에 진출하여 밥술깨나 먹게 된 우리들이 고향을 돌봐야 한다.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고 먼저, 할아버지의 손에서 병장기를 거둬들여야 한다. 우리도 빈손을 보여야 한다. 하트라인의 가설, 상호 감군, 공격무기의 공동관리, 비무장지대의 확장, 사관학교의 개방, 합동 군사훈련 등.둘째, 남쪽에서는 이미 쓸모가 없어졌지만 북쪽에서 쓰기에는 아직도 쌩쌩한 기계설비들을 북쪽에 보내야 한다. 우리도 경제개발 초기에 ‘교포재산 반입’이 있었다. 지금 이 나라를 휩쓸고 있는 인터넷 열기를 북한으로 확산해야 한다. 기발한 벤처들이 북한 청소년들과 한 팀을 이루고 씨름해야 한다.셋째, 북한상품의 판로를 개척하고 북한상인들을 후임자처럼 국제시장에 소개시켜야 한다. 외자를 빌려주고 적극적인 알선도 해야 한다. 개방연습도 우리가 시켜야 하고 시장경제 요원도 우리가 양성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 이제 우리의 손익계산을 따져 보자.첫째, 우리의 국방비는 매년 30조원이다. 50년간 1천5백조원이 투입된 셈이다. 반공교육훈련비를 합치면 엄청나다. 과다한 국가채무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가름하여 문화유산의 발굴과 그 발전에 힘쓴다면 자라나는 세대들이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마음껏 창의력에 몰두하지 않겠는가.둘째, 우리의 설비와 장비를 최첨단으로 바꿈으로써 명실상부한 구조조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불가피하게 남아도는 중급기술인력을 북한에 보냄으로써 진정한 실업대책을 강구한다.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용광로가 마련될 것이다.셋째, 분단 때문에 조급한 성장으로 내몰렸던 한국경제의 후유증을 치유한다. 특히 IMF수습과정에서 훼손된 국위를 회복하고 국부손실도 명분을 얻게 될 것이다. 북한주식을 서울에 상장함으로써 카지노 판으로 몰아넣은 이 나라 저축을 자연스럽게 방전시킬 것이다.4분의 3의 역선택 분단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정부차원의 남북협상은 성과 없이 끝날지도 모른다. 아직도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75%나 된다.(16대 당선자 기준) 신뢰는 말로 되는 게 아니다. 정부는 국민운동을 일으켜서라도 이를 역전시켜야 한다. SOC나 원유 전기 등 기초에너지를 확보해 주는 일은 그 뒤의 일이다. 국론분열은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