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삼성자동차가 드디어 프랑스 르노에 팔렸다.매각대금은 6천1백50억원. 1천2백억원은 현금으로 상환하고 나머지는 부채인수와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처리된다. 새로운 회사는 르노 삼성 채권단이 각각 70.1%,19. 9%, 10%의 지분을 갖게 되며 7월1일 출범할 예정이다.국부유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반적 여론은 부산공장이 계속 굴러갈 수 있고 부품업체가 생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특히 부산지역은 환영리셉션을 열 정도로 반기고 있다.그러나 삼성차 매각 과정과 그 여파에 대해서는 몇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우선 매각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협상태도는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프로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 없었다. 매각 기한을 설정해 놓고 협상에 착수한 것은 우리의 카드를 다 보여준 꼴이기 때문에 적정한 가격을 받을 수 없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막판 돌출했던 삼성물산의 삼성자동차에 대한 채권 문제 해결이 지연되면서 협상타결이 늦어진 것도 국제적 신뢰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차피 정치적으로 시작된 삼성자동차 문제는 결말도 정치적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 반응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오는 것이다.이런 문제점은 차치하고라도 삼성차 매각은 한국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공장 하나 팔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제조업이 완전 개방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자동차산업의 측면에서 보면 보이지 않던 보호막이 완전 사라진 셈이다. 국내 업체들은 안방에서 세계적 메이커들과 경쟁해야 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또 한국 차산업이 세계적 재편질서에 휘말려 들고 있는 신호탄이라는 측면도 있다.위기의 도래를 직감한 현대자동차는 막판에 삼성차 인수를 시도했으나 불발로 끝났다. 대우자동차 매각도 임박해 있다. 현대는 대우인수에 실패할 경우 르노와 GM(또는 포드) 등과 힘겨운 경쟁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현대는 해외업체와의 적극적 제휴를 통한 대우차 인수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비판여론을 잠재우고 대우를 인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 새로운 법인에 19.9% 지분보유 ‘주목’삼성입장에서는 일단 자동차산업에서 손을 털게 됐다는 점에서 홀가분한 분위기다. 그러나 삼성의 바람과 달리 업계는 삼성이 자동차산업에서 손을 뗀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 새로운 법인의 19. 9%의 지분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나갈지 모른다는 것이다.문제는 또 있다.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 갚아주기로 한 채권단 부채 2조4천5백억원도 문제다. 삼성생명의 주가를 70만원으로 가정했으나 실제 주가가 어느 정도 형성될지는 미지수다. 경우에 따라서는 또다시 사재를 출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삼성자동차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소액주주 문제도 마찬가지다. 소각이 유력한 상황이다. 문제는 당시 삼성이 계열사 직원들에게 보너스 등의 형식으로 삼성차 주식을 배당했고 증자에도 참여시켰다는 점에서 삼성이 이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지도 관심사다.어쨌든 삼성자동차라는 앓던 이는 뽑아냈다. 불가피성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근저에 깔려 있는 정부의 생각에 대해서는 한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어렵게 성장시켜온 제조업체들을 해외에 내다파는 것에 개혁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