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다 보면 수많은 잡상인과 음식점들을 만나게 된다. 주로 계곡을 끼고 장사를 하는데 대부분 빈대떡, 파전, 동동주, 산나물 등을 판다. 워낙 우리나라 유원지 어디서나 비슷비슷한 것을 팔고 있으니 그냥 지나치게 된다. 또 파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아 장사가 안되니까 항상 밖에 나와 간절히 손님을 부른다. 그곳을 지날 때면 하도 여기저기서 부르는 통에 빨리 걷게 된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 편안히 산을 즐기고 싶은 것이다. 어떻게 아름다운 계곡에 텐트를 치고 장사를 할 수 있는지, 저렇게 장사가 안되는데 어떻게 먹고 사는지, 무엇보다도 저 사람들이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익숙한 것에는 존재 이유를 따지지 않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처음부터 있어 왔던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왜 그것이 거기 있는지, 그것이 없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의심하지 않게 된다. 바닷가에는 으레 수많은 횟집이 늘어서 있고, 산 주변에는 토종닭 집이나 산나물 파는 집이 있고, 경치 좋은 곳에는 음식점과 러브호텔들이 즐비하다.하지만 무질서하게 들어서서 주변 경관을 해치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고객에게 불편을 주고, 한철 장사라면서 바가지를 씌우는 그런 집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그런 곳에 갈 때마다 산과 바다를 즐기러 가는지 아니면 그 사람들 매출을 위해 가는지 구분이 안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마디로 그들은 존재 이유가 불분명한 것이다.하와이에는 곳곳에 아름다운 리조트 시설이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백사장을 따라 하이얏트, 매리옷, 힐튼 등 호텔은 있으나 잡상인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해수욕을 즐기고, 독서를 하고, 파도타기를 하고, 담소를 즐기는 사람들 뿐이다. 그 사이로 종업원들은 부지런히 주문을 받으러 다니고, 청소하는 사람들은 조용히 오가며 청소한다. 방 번호만 알려주면 원하는 것은 얼마든지 주문해 먹을 수 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별로 비싸지 않다. 자연히 사람들은 음식을 싸올 필요성을 못 느끼는 듯하다. 어디에도 음식을 준비해 오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담요 빌려주는 곳, 샤워시설, 각종 장비 대여하는 곳이 있어 처음 오는 사람들도 편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쉬면서 그들에게 감사하는 맘이 절로 생긴다. 저들이 없다면 참 불편할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은 존재의 이유가 분명한 것이다.여성학자 박혜란씨는 아들 셋을 기르느라 젊은 시절 고생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 아무리 집안 청소를 해도 개구쟁이 셋이 어지르는 집안청소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자연히 애들을 야단치게 되고 또 청소하고 그런 것이 반복되다보니 잔소리를 듣는 애들도, 청소에 치여 사는 자신도 힘들었단다. 그러다 문득 내가 집을 위해 존재하는지 아니면 집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대강 치우고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이 왔다고 한다. 이후에는 애들도 편하고 자신도 훨씬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늘 불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익숙해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그것이 과연 존재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그것이 없다면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내가 집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집이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깨달음으로 인생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것처럼 존재 이유가 불분명한 사람들은 자신을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늘 불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익숙해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그것이 과연 존재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그것이 없다면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지금 존재 이유가 불분명한 사람들이 있다면 자신을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