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 경제체제의 약점은 빈부의 격차,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자체 모순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돈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능력에 관계없이 가난한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를 더 빨리 얻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따라서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신봉하는 모든 나라들은 한결같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정보화시대를 맞아 기술혁신이 가속화되면서 기술이 부 못지 않게 경제적 불평등을 유발하는 또 하나의 큰 요인으로 작용, 기술혜택의 균등화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얼마전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이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45%가 기술이 임금격차, 소득격차를 더 크게 벌리는 새로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모든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의 활용을 통한 비용절감과 효율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일정한 기술이 있는 사람들을 크게 우대하는 반면 기존의 일반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계속 낮은 임금을 지급, 기술인력과 비기술인력간의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새로운 하이테크업체들이 기존 업체들에 비해 엄청난 부를 독점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기업간 업종간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져 전체 경제가 역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빈부격차 문제가 새로운 사회문제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모든 부문에 컴퓨터가 크게 활용되면서 컴퓨터가 소득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요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어느 경제학자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고용인 1인당 사무용 컴퓨터 투자가 2배로 늘어나면 임금격차도 10%씩 늘어난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손으로 하던 단순작업을 소수의 컴퓨터 전문가들이 담당하면서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 사이에 많은 임금격차가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다.아메리카 온라인의 스티브 케이스 사장은 현재 미국에서 연소득 7만5천달러 이상인 가정은 75%가 컴퓨터를 소유하고 있으나 그 이하의 소득을 얻는 가난한 가정은 겨우 10%만이 컴퓨터를 소유하고 있다는 통계를 밝히며, 이러한 컴퓨터 소유의 불균형이 앞으로 미국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주장하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기술이 소득격차 확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으나 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특히 벤처의 열풍이 주식시장과 연계되어 새로운 기술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큰 돈을 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새로운 기술혁신으로 얻어지는 부가 특정인들에게 너무 편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미국 행정부는 이미 수년전부터 기술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기술로 창출되는 부의 균등한 배분문제를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백악관측은 역사적으로 기술혁신이 성장과 새로운 기회의 창출을 가져 왔으나 동시에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분열을 조장해 왔다고 판단, 불평등한 교육제도의 개선과 새로운 기술에의 균등한 접근을 목표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기술혁신으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를 막기 위해선 새로 창출된 소득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배분하는 방안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익혀 스스로 부의 창출에 참여토록 하는 방안이 있다.이 두가지 방안중 어느 쪽에 더 큰 정책적 무게를 둘 것인가는 각 나라의 경제 사회적 환경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우리가 신봉하고 있는 자유시장 경제체제는 기본적으로 결과를 보장하기 보다 기회를 보장해 주는 체제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에 접근하여 새로운 기술로 창출되는 부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는 것이 더욱 긴요하다.보다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소유하거나 이용할 수 있게 배려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교육제도를 개선하며 근로자등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기울이고 익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기술혁신이 몰고 오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기반을 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