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부터 기술축적·현지생산체제로 ‘작지만 강한기업’ 성장 … 세계시장 좌지우지

세계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마부치모터의 소형모터생산라인‘작지만 강하다’ ‘작은 걸리버(거인) 기업’ ‘온리 원(Only One) 기업’…. 세계시장을 손아귀에 넣고있는 일본의 부품 소재업체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이들 기업은 세계 최강으로 통하는 일본제조업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들 업체가 공장을 돌리지 않으면 인공위성이 발사되지 못한다. 경주용차도 생산되지 않는다. 일본에는 마치코바(동네공장)로 출발, ‘온리 원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수없이 많다.◆ 소형모터 세계시장 50% 장악마부치모터도 그 대표적 사례의 하나다. 마부치모터는 완구 모형 정밀사무기기 가구 공구 전기전자 자동차전장품 등에 들어가는 소형모터 세계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마부치의 모터가 없으면 초소형 가전제품이 생산될 수 없다. 컴퓨터용주변기기 복사기 카메라 헤어드라이기 전기면도기 전동공구에도 마부치 모터는 생명선이다. 내로라하는 제조업들이 거꾸로 마부치모터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해마다 선정하는 우수기업 가운데 늘 상위에 오른다. 한우물파기식 외곬경영으로 작지만 세계에서 최고로 강한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마부치는 지난해 15억개의 모터를 생산했다. 당초 목표로 잡았던 14억개보다 1억개가 늘어났다. 음향 영상기기 분야의 시황회복, 디지털제품시장의 확대, 자동차전장분야 및 가전 공구분야의 호조로 판매 및 생산에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올해는 17억개 이상을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로스(loss)배제 무결점 등을 통한 생산개혁과 공장여유부지를 활용한 생산확대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마부치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1백% 현지생산이라는 독특한 생산체제를 우선 꼽을 수 있다. 마부치모터의 종업원은 총 5만8천명에 이른다. 그러나 지바현 마쓰도 시내 공업단지에 있는 본사는 규모가 보잘 것 없다. 지바현에 있는 기술센터의 종업원까지 합쳐서 기껏 1천명선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해외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마부치의 생산시설은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등 아시아지역에 전부 분산돼 있다. 생산과 판매거점인 해외에 5만7천명이 근무하고 있다. 창업이래 세계시장화 전략을 내걸고 아시아 미국 유럽 등에 생산 판매조직을 구축해온 결과다. 60년대부터 대기업들도 엄두를 못내던 현지화 세계화를 추진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본사는 생산 판매거점을 연결, 제품 제조기술의 개발과 판매전략을 맡는다. 수급조정 기술서비스 해외자회사의 총괄관리기능도 갖는다. 한마디로 헤드쿼터(총사령부)다.한우물만을 파오면서 축적한 기술력과 가격경쟁력도 성공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모터는 작열하는 사막에서도 고장이 나지 않아야 한다. 극한의 빙상에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모터는 생명선이다. 따라서 마부치는 모터의 가공정밀도를 미크론(1백만분의 1m)단위로 관리하고 있다. 온도차와 습도의 변화 염분 가솔린 등에 의한 영향, 소음 내구성 등을 철저하게 테스트한다. 개발부터 생산에 이르는 전과정에 대해 엄격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표준화도 빼놓을 수 없는 경쟁요소의 하나다. 돌발적으로 주문이나 수요가 늘어날 경우 표준품 재고를 활용한다. 소품종 대량생산방식으로 수요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제도 갖추고 있다. 국제품질인증규격(ISO) 9000시리즈도 땄다. 표준화를 바탕으로 한 유연생산체제로 메이커로부터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다. 마부치는 해외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일찍부터 표준화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지생산방식이 결국 표준화로 이어지면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게 만든 것이다.환율변동에 대한 대책도 독특한 전략의 하나로 꼽힌다. 마부치모터는 해외생산체제로 인해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결산상으로는 달러당 1엔이 오를 때 단일기업만으로 매출이 5억엔이 줄어든다. 영업이익은 1억1천만엔이 감소한다. 연결 재무제표로는 매출이 8억1천만엔, 영업이익이 1억9천만엔 각각 줄어든다. 이같은 부담을 피하기 위해 달러화 거래를 회피하고 있다. “수출도 수입도 미국의 달러화가 아니라 달러화에 연동된 다른 통화로 대부분 이뤄진다. 환율의 영향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마부치모터의 세계시장 정복은 전문메이커로의 창업이념이었다. 마부치모터가 설립된 것은 지난 54년. 마부치 겐이치 명예회장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성능 말발굽형 마그넷모터를 생산하기 위해 설립했다. 회사이름은 창업주의 이름을 딴 것이다.마부치는 설립10년만에 홍콩에 1백% 출자 자회사를 설립, 생산 판매를 위한 현지거점을 처음으로 확보했다. 당시에는 달러당 3백60엔의 고정환율체제였다. 코스트 다운을 위해 개발 생산 판매면에서 국제분업체제를 하루빨리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69년에는 대만에도 현지법인을 설립, 세계시장을 겨냥한 공급체제를 다져나갔다. 77년에는 미국 뉴욕에 마부치모터 아메리카사를 설립, 시장개척에 나섰다. 87년에는 일본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에 1백% 출자자회사를 설립했다. 동남아시장 공략을 위해 싱가포르(89년), 말레이시아(91년), 베트남(96년)에도 법인을 설립해 현지 생산체제를 갖췄다. 판매거점도 넓혀나갔다. 미국 독일 홍콩 대만 싱가포르 중국 등에 세일즈네트워크를 구축했다마부치창업주는 ‘고품질 고성능의 소형모터를 생산, 보다 좋은 제품을 보다 싸게 공급,국제사회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을 이념으로 내걸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기술축적과 독자적인 현지생산체제구축에 온힘을 쏟아왔다. 사람과 기계 사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연계시킬 수 있는 생산방식을 개발했다. 제품의 표준화도 실현했다.독자적인 국제분업체제도 다졌다. 본사는 제품생산기술개발, 판매기술서비스, 해외자회사관리업무만을 맡도록 했다. 소형 모터의 1백% 해외생산체제를 확립했다. 본사와 그룹계열사가 개발한 기술과 노하우를 즉각 해외거점에 투입시켰다. 품질과 생산성을 높였다. 1백% 현지생산을 통해 보다 좋은 제품을 보다 싸게 생산토록 했다. 해외현지 고용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지생산 표준화체제·네트워크로 경쟁력 확보마부치모터는 올해 업무의 스피드를 향상, 상황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인다는 목표다. 마부치 다카이치사장은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기업의 사활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메이커로서 수주에서부터 출하에 이르는 리드타임을 최대한 단축시킨다는 전략이다. 앞으로 2년에 걸쳐 마부치그룹 차원에서 정보인프라를 정비,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마부치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다. 그러나 부품업체로서의 한계를 안고 있다. 제조업 경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들어 지속되고 있는 엔고에 따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판매가격의 하락도 피할 수 없는 추세다. 마부치가 독특한 현지생산 표준화체제로 온리 원기업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지상의 과제는 바로 코스트 다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