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프리 무어 외 지음/씨앗을 뿌리는 사람/488쪽/2000년/1만6천원

문제 하나. 1998년 미국의 3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 모터스, 포드,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1백38만1천명의 직원을 고용해 매출 4천5백30억달러, 순익 3백억달러를 올렸다. 이 세 회사의 시가총액은 2천1백39억달러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2만7천명의 직원을 고용해 매출 1백44억달러, 순익 45억달러를 남겼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3천4백20억달러다. 다시 말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가치는 3개 자동차 회사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이 이유를 설명하라.문제 둘. 언제 사야 할까. 무엇을 살까. 얼마나 가지고 있어야 하나. 무엇을 언제 팔까.이쯤 되면 눈치챘을 것이다. 위의 두 가지는 요즘 수많은 기업가와 자산운용 담당자, 주식 투자자들을 잠못 이루게 만드는 물음이다. 누가 속 시원히 대답해 줄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미국의 투자분석가인 제프리 무어와 폴 존슨, 전자상거래 전문가인 톰 키폴라 등 세 사람이 이같은 질문에 답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첨단주 주식투자를 ‘고릴라 게임’이라는 비유를 통해 설명한다. 딱딱한 투자용어를 재미있고 쉽게 설명하기 위해 동원한 방법이다.한때 주가가 공모가의 2백배까지 뛰어올랐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주식이 바로 전형적인 고릴라다. 포트폴리오에 아주 괜찮은 고릴라 한 마리를 넣어 키우는 것이 저자들이 말하는 고릴라 게임.고릴라 게임은 몇가지 원칙으로 요약된다. ‘배타적으로 첨단 기술에만 집중한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초고속 성장에 들어간 시장에 제품을 대규모로 판매하는 ‘제품 지향적 회사’를 주시한다.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고, 리스크 회피를 위해 분산이 아닌 통합이라는 방법을 택한다.’이 책은 미국에서 1998년 출판됐고 그해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투자 관련 분야 서적 판매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저자들은 초판이 나온지 1년만에 인터넷 기업 투자에 대한 부분을 새로 고쳐 썼다. 첨단기술 분야의 주식투자 모델을 확충하고 이제까지 드러난 인터넷 관련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을 제공해야 할 필요가 제기됐기 때문이다.저자들의 주장이 솔깃하게 들린다면 책을 투자 지침서로 여기고 그대로 따라서 투자하겠다고 마음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이 한가지 있다. 이 책은 1, 2부에서 첨단기술주의 투자 원칙을 설명한다. 3부 ‘사례로 배우는 실전 투자’에서는 세 종류의 상황을 설정, 고릴라 게임을 실연해준다. 4부 ‘고릴라 게임의 실행’에서는 어떻게 정보를 얻을 것인가와 인터넷 주식에 투자하는데 따른 기회와 위기에 대해 설명한다.요컨대 이들은 투자의 원칙과 그 원칙을 세우게 된 논리를 설명할 뿐이지 ‘찍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책을 읽은 독자가 연구할 문제라는 것이 결론이다.그러므로 이 책을 투자 지침서 이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혼돈과 무질서만이 가득해 보이는 자본시장에서 첨단기술 분야의 발전 방향과 흐름을 설정해주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