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만 살짝 가리는 미니 스커트에 10센티짜리 하이힐을 신으며 욕지거리를 입에 달고 다니는 여자 에린 브로코비치.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 designtimesp=19760>는 ‘무식쟁이’ 에린이 6백34명을 대신해 배상금으로는 미국 역사상 최고액인 3억3천3백만달러를 받아낸 기적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에린 브로코비치는 빈털터리다. 가진 거라곤 이혼 경력 두번에 은행 잔고 16달러가 전부이다. 마땅한 일자리도 없다. 에린은 먹고 살기가 다급해지자 차 사고로 알게 된 변호사 에드를 무턱대고 찾아가 무슨 일이든 하겠다며 배짱좋게 눌러 앉는다. 맘좋은 에드는 하는 수 없이 에린에게 잡무를 맡기지만, 에린의 ‘튀는’ 복장과 거친 말버릇은 사무실 사람들 심기를 건드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린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그러던 어느 날, 에린은 책상 위에 수북히 쌓인 서류더미 속에서 이상한 의학 기록을 찾아낸다. 알듯모를듯한 내용에 흥미를 느낀 그녀는 사건을 추적해나가던 끝에 엄청난 사실을 알아낸다. 마을에 들어선 대기업 퍼시픽 가스 앤드 일렉트릭(PG&E) 공장에서 유출되는 크롬 성분 폐기물이 마을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린은 에드의 도움을 받아 거대 기업을 상대로 미국 역사상 최고액의 배상금이 걸린 소송을 시작한다.영화 줄거리는 실화를 바탕에 깔고 있다. 영화는 1992년에 에린 브로코비치가 캘리포니아주의 작은 사막 도시 힝클리 주민들을 대신해 PG&E로부터 사상 최대 배상액인 3억3천3백만달러를 받아내는데까지 그리고 있지만, 실제 에린 브로코비치는 1994년 캘리포니아주 캐틀먼의 또 다른 PG&E 공장에도 비슷한 문제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계속했다. 이 소송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처럼 거듭된 환경 조사 탓인지 현재 에린 브로코비치는 최근 콧속에 양성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PG&E 공장 지역에서 조사를 벌이는 동안 크롬 VI에 노출됐기 때문일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다고 말한다.영화를 연출한 스티븐 소더버그는 장편 극영화 연출 데뷔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designtimesp=19769>로 1989년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바 있는 ‘영화 천재’. 이후 <리틀 킹 designtimesp=19770> <조지 클루니의 표적 designtimesp=19771> 등을 발표한 바 있다. 법정 소송을 다루면서도 재판 장면보다는 여주인공의 사건 해결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색다른 기법 덕분에 평단으로부터 “역시 소더버그”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에린 브로코비치는 ‘귀여운 여인’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했다. 이 영화를 계기로 여성 연기자로서는 처음으로 출연료 ‘2천만달러 클럽’에 들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으며, 연기에 대한 평가 역시 “돈 값어치를 했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