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액주주 운동을 시작할 때는 주총장이 주요 활동무대였는데 최근에는 사안 중심으로 운동양태가 바뀌고 있는 듯합니다. 앞으로 참여연대 활동은 어디에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까.우리가 제기하는 문제는 금방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타깃기업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는 각종 제도와 법개정 등 의정감시활동에 주력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의정감시활동을 해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 미약했던 것이 사실입니다.16대 국회가 원구성이 되는대로 재경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제도 개혁에 관한 법개정 설명회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사후에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을 모니터하고 대안을 제시해 적극적으로 입법 활동을 돕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특히 386세대가 국회에 많이 진출해 기대가 큽니다. 이와함께 그동안 구조조정 등으로 고생을 많이 한 금감위나 재경부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자제해 왔으나 이제부터는 경제관련 부처의 정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생각입니다.▶ 최근 현대투신의 펀드 불법운용을 제기해 현대와 정부가 수습책을 내놓았지만 금융시장 불안은 계속되고 있습니다.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정부와 현대의 수습책에 대해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실현 불가능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현대 경영진은 금융시장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것 같고 정부 또한 책임을 방기하고 팔짱만 끼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현대 투신사태와 관련해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혀둘게 있습니다. 진행과정을 잘 모르는 사람은 참여연대가 느닷없이 폭로성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책임질 수 있는 문제만 제기하고, 소송보다는 협상이 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활동을 해왔고 현대투신의 사태도 그런 방향에서 진행을 해왔습니다.시장이 받을 충격을 고려해 현대투신에 대한 공개적 문제제기를 자제하면서 현대측에 지난해 12월부터 ‘현대투신에 문제가 있고, 이를 고치지 않으면 투신뿐 아니라 현대그룹 전체, 나아가 금융시장 및 국가 경제 전체에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다’라고 지적하는 공문을 줄기차게 보냈습니다. 제가 경영진을 만나 직접 얘기한 것도 수차례입니다. 그러나 현대 경영진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하는 수없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대투신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투와 대투의 부실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는지요.한투와 대투 문제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현대투신과 마찬가지로 한투와 대투 경영진에도 펀드 운용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두 회사의 경영진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한투와 대투에 대해서도 앞으로 계속 문제제기를 해 나갈 것입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참여연대가 낸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가처분금지신청에 대해 승소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소송을 내게 된 배경은 무엇이고 본안소송에서도 이길 자신이 있는지요.삼성SDS는 비상장 회사이므로 개인 소유이고, 따라서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이 삼성측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삼성 SDS 지분 70%를 상장회사인 삼성계열사들이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세보다 싼값으로 특정인에게 신주인수권을 넘길 때 발생하는 삼성 SDS의 손해는 곧 이 회사 주식을 보유한 다른 상장회사 주주의 손해가 됩니다. 삼성측에 ‘지금이라도 정당한 가격에 세금을 내고 거래하면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일류기업이라는 삼성의 위치를 고려한다면 소송 자체가 부끄러운 일임을 알아야 할겁니다.가처분 금지 신청이었지만 재판부가 본안 소송에서 다뤄야 할 핵심 사항을 포함하는 의미있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본안소송에서도 충분히 승소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동안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집중투표제 문제는 SK텔레콤이 도입을 연기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집중투표제가 왜 필요하다고 보십니까.미국 기업에는 대주주가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경영에 간섭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이와함께 주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인 장치들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어 집중투표제 자체가 필요없습니다. 소액주주가 투표권을 한명에게 몰아주는 집중투표제는 독립적인 이사를 선정, 소액주주의 권익을 대변하고 경영을 감시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단 한명이라도 독립적인 이사가 있으면 이사회 전체가 달라질 수 있고 그래야만 투명경영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이런 차원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했고 지난 15대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시 반영이 됐습니다. 그러나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살펴보니까 어찌된 영문인지 집중투표제는 도입은 하지만 회사정관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덧붙여져 있더군요. 집중투표제 관련 개정법이 입법예고될 때만 해도 배제조항이 없었는데 국회 소위를 거치면서 이것이 슬그머니 들어간 것이지요. 어느 과정에서 로비가 있었는지 밝히려고 백방으로 찾았지만 결국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참여연대가 앞으로 의정감시활동에 주력하고자 하는 것도 이런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서입니다.▶ 투명경영활동을 하면서 타깃기업을 선정하고 있는데 특별한 기준이라도 있습니까.사실 우리나라 기업이 변하기 위해서는 재벌의 대표기업이 먼저 변해야 합니다. 타깃이 되는 기업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우량기업입니다. 또 재벌계열사 중에서 영업, 수익성 등이 가장 좋은 회사로, 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부당내부거래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이런 기준 아래 타깃기업을 선정해 중점적으로 경영감시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우리 운동의 목적은 기업개혁을 통한 사회 개혁인 동시에 주주의 이익을 찾으려는 것입니다. 이는 기업과 주주가 동시에 얻는 윈-윈 전략으로, 잃는 사람은 총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좋은 기업들이 경영이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는 형편없이 저평가되어 있습니다. 폐쇄경제라면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같은 개방경제에서 자본시장에서 좋은 기업이 제값을 못받는 것이 바로 국부유출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4년 동안 경영감시활동을 해오면서 기업 경영자들의 태도나 의식 변화를 느낄 수 있었는지요.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꾸준히 접촉해온 타깃기업의 경영자들과의 관계는 오히려 좋은 편입니다. 이제는 진지하게 우리의 지적에 귀기울이는 경영진도 생겼습니다. 심지어는 ‘나중에 은퇴하면 참여연대에서 일해야겠다’고 말한 이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직접 접해보지 않은 이들이 ‘기업에 시비를 건다’며 색안경을 끼고 봅니다.▶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주주 뿐 아니라 경영자, 채권자, 근로자 등의 몫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권익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액주주의 권익 찾기 운동을 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회사의 이익은 경영진, 공급자, 기업이 속한 커뮤니티, 근로자, 채권자 등에게 모두 귀속됩니다. 이중에서 주주는 잔여가치만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순위에서 가장 마지막 위치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된다는 건 그 상위의 것들은 당연히 보장됨을 뜻합니다. 우리는 소액주주 권리 찾기 운동을 이같은 공익 찾기의 한 방편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또 우리의 타깃기업은 대기업인데, 우리나라 대기업 근로자들은 대개 우리사주의 형태로 회사의 주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데에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앞으로 우리사주조합의 경영참여활동은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시민단체활동은 재정적인 면 등 모든 면에서 독립적이어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활동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습니까.초기에는 활동 당사자들이 자기 호주머니를 털었습니다. 지금은 회비, 후원금 등으로 운영하는데, 돈이란건 항상 모자라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있는 만큼 활동하기로 원칙을 정했고 이 원칙은 경제민주화 위원회가 있는 동안 지켜질 것입니다.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민주화위원회는 참여연대재정서 분리, 독립채산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따로 후원회를 두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참여연대로 들어오는 후원금중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돈은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런 장치와 함께 재정적인 독립을 위해 수익을 내는 주주서비스 회사 설립도 고려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정계진출 유혹이 있었을 듯한데요.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여당, 야당에서 모두 제의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어떤 정당에서는 자리는 원하는 대로 마련해주겠으니 들어오기만 하라고 하더군요. 저는 지금 고대 교수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고 정치에는 전혀 생각이 없지만 한번은 중3인 아들에게 슬쩍 의견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녀석 대답이 걸작이더군요. ‘아빠는 냉장고 안의 생선이라, 냉장고 밖으로 나가면 바로 썩는다. 그러니 참여연대가 냉장고인 줄로 알고 가만히 있어라’고 하더군요.◆ Profile in Mirror장하성 위원장에게 붙은 ‘미스터 투명성’이라는 별명은 단지 그가 ‘투명 경영’을 외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자신이 대단히 명확한 사람이다. 그는 흔히 ‘원칙주의자’ ‘현실주의자’로 불린다. 얼핏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둘을 연결하는 주위 사람들의 평은 ‘때로 반보도 물러서지 않는 원칙주의자이지만 이득이 있으면 백보도 양보하는 실용주의자’라는 것이다. 본인은 스스로를 철저한 시장경제주의자라고 규정한다.장위원장은 학자 집안의 사람이다. 누나 여동생 매형 매제가 모두 교수이고, 막내동생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다. 부인도 이화여대 교수. 첫째 숙부는 한전사장을 지낸 장영식 한양대 석좌교수, 둘째 숙부는 국민회의 장재식 의원이다. 장의원의 아들인 사촌동생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경제학계에서 알아주는 소장학자다.장위원장이 현재 펼치고 있는 기업투명활동은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사안에 따라서는 타깃기업으로부터 온갖 인신공격을 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운동가로서 명성을 쌓았다. 그의 투명한 캐릭터가 버팀목이 됐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