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이 갑자기 위독해지면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당황하기 일쑤다. 이럴 경우 전화 한통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받을 수 있다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최근 일본에서는 응급사태에 처해 있는 환자나 가족에게 전화로 건강 상담을 해주는 ‘전화 건강 상담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티펙(T-PEC·Tokyo Private Emergency Center)’사가 이 업종의 선두주자. 이 회사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가 어렵다고 주장하는 업종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끝에 성공의 열쇠를 거머쥐었다. 매년 높은 성장률을 보인 끝에 지난해 12억7천3백만엔의 매출실적을 올렸을 정도다.창업자인 스나하라 겐이치씨는 보험대리점 경영자 출신. 그는 모친이 뇌출혈로 쓰러진 사건을 계기로 이 사업에 나섰다. 그는 어머니가 쓰러진 후 간신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담당의사가 없는 병원이어서 다시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그만큼 치료가 늦어지는 바람에 어머니는 반신불수가 되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신속한 의료정보 제공의 중요성을 통감한 그는 전화로 24시간 건강문제를 상담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전화를 받는 상담원은 대부분 병원에서 퇴직하고 가정으로 돌아간 간호사들이다. 이들은 건강에 관한 다양한 형태의 질문에 대답하고 응급상황에서 올바른 처치법을 알려준다. 또 그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연결시키는 일까지 도맡는다.◆ 기업 복리후생서비스 강화 덕봐상담원들이 다종다양한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정보 무장’이 필수적이다. 이 회사의 데이터베이스에는 병원, 진료소, 복지기관이나 의약품 등에 관한 정보가 축적돼 있어 간단한 컴퓨터 조작으로 정보를 불러낸다. 자주 질문받는 내용은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모든 상담원이 숙지하고 있다.간호사가 대답하지 못하는 내용은 의사, 임상관리사, 조산사 등이 대응한다. 최근에는 육아경험이 없는 젊은 엄마들의 질문이 많아지면서 조산사의 역할이 커졌다. 의사는 교대제로 반드시 한사람이 24시간 사무실에 상주한다. 1개월 상담건수는 약 4만건. 1일당 약 1천3백건의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창업 초기에는 엄청난 고전을 했다. 노인복지사업으로 사업개념을 설정하고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서 노인들을 접촉했지만, 선뜻 가입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약 2년 동안 매달 1천만엔씩 적자가 누적됐다.결국 개인대신 기업대상의 복리후생서비스로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그리고 이것이 적중했다. 보험회사나 카드회사, 의료보험조합 등 다수의 회원조직들이 가입자들에 대한 서비스향상의 방법으로 전화 건강 상담 서비스를 선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회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면서 상담원수만 3백50명으로 늘어나는 등 하루가 다르게 사세가 확장됐다. 이 회사는 현재 4백50만 세대에 건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02)501-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