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통에 담아 맛·분위기 돋우고 가격도 저렴 … ‘공짜술’ 회원카드로 인기 더해

생맥주 전문점에 대한 선입관을 깬 미스터버블은 밝고 깨끗한 분위기로 인기를 끌고있다.‘후덥지근한 날씨와 복잡한 버스에 시달린 퇴근길, 집으로 들어선 순간 목이 말라온다. 마침 배달돼 온 자그마한 오크통 하나. 아내가 밸브를 당겨 생맥주를 한 컵 가득 채워준다. 단숨에 꿀꺽꿀꺽… 머리끝까지 차 올랐던 피로와 짜증은 순식간에 사라진다.’경기도 성남시 신흥동에서 ‘미스터버블’을 운영하고 있는 이창희 사장(33)은 ‘호프집’에서나 마시던 신선한 생맥주를 고객이 원하는 양만큼, 호프집보다 싸게, 집에서 편안하게 마실 수 있도록 배달하는 일을 한다. 물론 갓 만들어낸 안주도 중요한 배달 품목이다.“직장동료들과 왁자하게 어울리는 것 보다 집에서 가볍게 한잔 즐기려는 이가 많아졌습니다. 10명중에 9명은 다시 주문을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아요. 술 취한 손님들 시중을 들지 않아도 되니 장사하기도 편합니다.”개업한지 두달 남짓이지만 고객들이 ‘기다렸다’는 듯 호응을 보여줘 주변 예닐곱군데 호프·치킨점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이사장은 부산시에서 8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다 지난해 9월 퇴직했다. 작더라도 ‘나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것이 사표를 쓴 이유. 평소 술을 즐기는 편이었던 그는 부산에 유난히 많은 맥주전문점에 눈길이 갔다. 그 중에서도 배달에 중점을 두는 생맥주전문점이 참신하게 다가왔다. 가족 중심주의가 심화되는 요즘 사회풍조를 감안하면 충분한 시장성이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처음에는 부산에서 시작된 틈새업종이라는 점을 살려 서울에 자리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높은 점포 임대료 때문에 이내 포기하고 서울보다 점포 비용이 훨씬 낮으면서 아파트, 단독주택이 많은 경기도 성남시 신흥동에 점포를 내기로 했다. 지금은 일반 가정은 물론 주변 상가들도 소중한 고객이 됐다.“생맥주집 하면 어두침침한 조명에 시끄러운 실내가 먼저 떠오르죠. 하지만 배달 전문점은 밝고 깔끔한 것은 물론 가족들을 배려하는 업종이라는 생각입니다. 점포로 직접 찾아오는 손님들도 대부분 한 두잔 가볍게 마시는 정도지요.”배달전문점이지만 주방을 설치하고 남은 공간에 테이블 몇 개를 놓았다. 배달과 점포 매출의 비율은 7대3 정도. 배달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어 조만간 8대2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집에서 가볍게 한잔” 예상 적중취급하는 술의 종류는 간단하다. 생맥주와 병맥주, 음료수에 치킨 등 여섯가지 안주가 메뉴의 전부다. 안주는 직접 조리해야 하지만 재료가 체인본사에서 공급돼 그리 힘들지 않다고.배달을 할 때는 맥주의 신선한 맛을 잃지 않도록 보냉효과가 있는 오크통을 사용한다. 최고 5천cc까지 담을 수 있는 이 통은 보존효과가 좋고 모양이 독특해 맥주 맛을 돋워준다. 단체 주문일 경우엔 보냉장치가 된 전용 캐리어를 이용, 최대한 신선한 맛을 살리고 있다.배달인 만큼 가격은 맥주전문점보다 싸게 받는다. 2천cc가 6천5백원이니 시중보다 1천~1천5백원 저렴한 셈. 평균 주문액은 안주를 포함 1만7천원 선이다.한번 이용할 때마다 주문 금액의 5%를 적립, 5천원 이상이 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만든 회원카드도 반응이 좋다. 서너번만 이용하면 ‘목돈’이 생겨 공짜 술이나 안주를 주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서울 송파구 장지동까지 배달을 가기도 합니다. 남의 집에 놀러왔다가 생맥주를 배달시키는 것을 본 후 자신의 집까지 배달이 되냐고 전화를 했길래 흔쾌히 갔었지요. 거리가 상당히 멀었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 고객은 단골이 되었지요.”◆ 주택·상가지역 타깃 판촉전 결실이사장은 오랜 영업직 경험을 고객 서비스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는 게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이사장은 창업 비용으로 총 4천만원을 투자했다. 가맹비 3백만원, 실내 인테리어와 주방설비에 2천9백만원 가량 들어갔다. 병따개, 라이터 등 판촉물 제작은 넉넉히 했다. 배달 사업의 성패는 홍보에 달렸다고 믿기 때문.하루 평균 매출은 30만원 안팎이다. 월 평균 9백만원의 매출 가운데 순이익은 4백30만원 정도. 재료비가 3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임대료와 관리비로 지출된다. 저녁때만 일하는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은 크지 않다.사실 생맥주전문점은 흔하디 흔한 업종이다. 1970년대 초반부터 청년문화의 상징으로 등장해 지금까지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최근 나타나는 경향은 지역밀착형 배달 점포가 새로운 음주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 자동차 운전 부담을 줄이고 가족과 저녁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가장들이 늘어나면서 ‘집에서 생맥주 한잔’이라는 음주풍속도가 생겨났다. 더불어 가족과 함께 갈 수 있는 밝고 깨끗한 생맥주전문점에 대한 요구도 충족시켜 준다.이 사업의 주고객은 20~40대 직장인층. 배달 영업의 비중을 높일 경우엔 주택가와 상가가 어우러진 곳이 적당하다. 기업, 대학 등의 행사나 집안 모임, 동창회 등 단체 고객 확보도 비교적 수월하다. (02)568-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