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설계사가 개인 평생 재정 맞춤서비스 제공 … 유지·정착률 높아 확대될듯

‘보험’하면 떠오르는 ‘아줌마 부대’. 종신보험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같은 인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연고 영업, 부실한 약관 설명, 보험료 분쟁 등 말도 탈도 많았지만 ‘삼성생명 6만 조직’ ‘교보생명 3만5천 조직’ 등 거대한 여성 설계사들이야말로 국내 보험산업의 근간이었다.그러나 종신보험만큼은 ‘보험아저씨’가 파는 것이 일반적이다. 라이프 플래너, 파이낸셜 컨설턴트 등으로 불리는 이들은 노트북 컴퓨터에 ‘재정안정 계획’이라는 모델을 담아서 들고 다닌다. 고객을 만나면 개인의 평생 재정 계획을 여기에 입력,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 보험사들이 거의 외국사의 모델을 벤치마킹해 이 남성조직을 구축했기 때문에 회사별로 큰 차이는 없다. 대부분 대졸 이상을 기본으로 석·박사가 포함된 고학력자 남성, 보험사 근무 경력이 없는 사람, 대기업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직장 경력 등의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다.◆ 쉽게 팔면 분쟁 소지… 선발부터 교육 철저히삼성생명의 경우 ‘라이프 컨설턴트’라는 남성모집인은 86명으로, 전체 설계사 규모와 비교하면 보잘 것 없는 숫자다. 그러나 회사는 선발부터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투자를 한다. 수당 체계도 일반 조직과 전혀 다르다.신규 가입자가 얼마나 오래 계약을 유지하는가를 판단하는 ‘유지율’, 모집인으로 일을 시작해 도중 하차하지 않을 비율인 ‘정착률’, 1인당 생산성 등 보험 영업에서 중시되는 각종 지표를 보면 이들 남성모집인이 기존 설계사에 비해 월등히 좋은 실적을 낸다.교보생명의 FC영업추진팀 전기보 팀장은 “종신보험이라는 상품은 대단히 복잡한 설계가 뒤따르기 때문에 아무나 팔 수도 없고, 마구 팔았다가는 후에 분쟁이 생긴다. 따라서 종신 보험 판매를 위해서는 이같은 조직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설명한다. 보험개발원의 한 연구원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판매 조직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당장 보험 마케팅 채널 전체가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가시적인 이익뿐 아니라 상품 판매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등의 효과도 크기 때문에 이같은 조직은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 / 최원일 푸르덴셜생명보험 라이프 플래너“보험은 고객이 필요할 때 사는 것”푸르덴셜생명 퇴계로 지점에서 일하는 최원일(32) 플래너는 경력 3년의 ‘이규제큐티브 라이프 플래너‘.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신세계 백화점에서 ‘비주얼 머천다이저’라는 디자이너로 일하다 96년 푸르덴셜생명에 입사했다. 그는 3년간 6백건 이상의 계약을 성사시켜 사내 7백26명 플래너 중 단 3명뿐인 ‘이규제큐티브’(이사 대우급)가 됐다. 보험 모집인 최고의 영예라는 MDRT 자격 최연소 획득 등 화려한 기록을 갖고 있다.▶ 보험모집인이 된 동기는. 주위의 반대는 없었는가.개인 사업을 하기 전에 영업을 경험해야겠다고 생각, 푸르덴셜에 입사했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반대했지만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다. 즐겁게 일하고 있으며 자부심도 갖고 있다.▶ 한해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작년에 세전 소득이 2억9천7백만원. 수입보다는 매출 개념으로 보아 달라. 이중에서 많은 금액을 고객 관리 비용과 비서 월급 등에 투자한다.▶ 특별히 기억나는 고객은.‘내일 만나 계약서에 서명하자’고 했던 고객이 다음날 계약 몇시간 전에 사망한 일이 있었다. ‘내가 더 열심히 필요성을 강조했더라면 홀어머니 등 유가족들의 생계에 보탬이 되었을 텐데’ 하는 죄책감을 견딜 수 없었다. 그후 나태해질 때마다 고인을 생각한다.▶ 이익을 위해 일하는데 ‘신뢰’ ‘책임감’등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이 아닌가.물론 자원봉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직업도 그렇듯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는 건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이 특히 철저한 직업 윤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보험 영업에 대한 자신만의 주관이 있다면.보험은 고객이 필요할 때 ‘사는’ 것이지 ‘들어주는’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