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보통신업계 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한 과일 및 색깔은 뭘까. 바로 오렌지와 오렌지색이다. 상호와 광고는 물론, 웹사이트까지 오렌지색이 휩쓴다. 심지어 ‘오렌지’ 자체가 기업의 상호로도 등장했다.수년전 서울 압구정동을 누비던 다소 부정적인 개념의 ‘오렌지족’의 오렌지가 테헤란밸리를 중심으로 벤처기업의 상징색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벤처기업인의 피는 오렌지색’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른바 벤처정신으로 지칭되는 젊음과 도전, 모험, 신선함 등을 오렌지를 통해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우선 오렌지마케팅의 사례를 보자.이동통신업체인 한솔엠닷컴은 지난해 12월 대대적인 CI 개편작업을 진행하면서 CI컬러를 오렌지로 바꾸는 변신을 꾀했다. PC통신 유니텔의 인터넷포털사이트 웹피(www.weppy.com)와 ‘선영아 사랑해’라는 티저광고로 유명해진 여성포털사이트 마이클럽닷컴(www.miclub.com)의 트레이드마크도 오렌지색이다.특히 웹피는 바탕색 전체를 오렌지색으로 깔아, 사이트에 접속하는 순간 화면가득 들어오는 오렌지색이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무채색이나 파란색 중심이던 기존 웹사이트에 비해 상당히 차별화된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광고계의 오렌지색 마케팅은 좀더 파격적이다. 게임방 네트워크 체인업체인 ‘게토(GETO)’의 경우 최근 선보인 TV광고에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아드레날린 바이러스”라는 다소 모호한 메시지와 함께 오렌지색 피, 오렌지색 바이러스를 소재로 쓰고 있다. 광고속 연구원이 빼낸 신세대의 혈청과 머리가 바로 오렌지색이었던 것이다.인터넷통합서비스 업체인 ‘넥스터’의 TV광고에도 오렌지색 머리의 남녀가 나온다. 인터넷상의 모든 서비스를 PC에서 웹브라우저 없이 툴바형태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한 이 회사의 서비스를 “인터넷 신인류, 넥스터인이 온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부각시키고 있다.지난해 인수합병 절차를 거쳐 통합된 국민상호신용금고와 동아상호신용금고의 새로운 이름은 ‘오렌지 S&F’다. 벤처기업의 중심부인 테헤란밸리에 본부를 옮기면서 좀더 참신한 이름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오렌지’. ‘S&F’에도 ‘Saving & Finance’와 ‘Smart & Fresh’라는 이중적인 뜻이 담겨 있다. 지점마다 오렌지향이 나오는 자동분무장치를 설치하고, 오렌지 모양의 저금통을 판촉물로 배포하는 등 오렌지 마케팅에 적극적이다.도대체 왜 오렌지 및 오렌지 색이 이렇게 각광받고 있을까. 유니텔 웹피사업팀의 조윤장 과장(브랜드 매니저)은 “주된 이유는 바로 ‘차별화’에 있다”고 말한다.오렌지색은 사실 기존의 오프(Off)라인, 즉 구경제의 가치관에 비추어 보면 ‘촌스러운’ 색깔, 그래서 ‘왕따 당한’ 색깔로 통한다. 소방대원이나 청소부들이 위험예방을 이유로 눈에 쉽게 띄게 하기 위해 입던 옷 색깔, 눈에 강하게 띄기 때문에 오히려 활용하기에 부담스러웠던 색깔이었던 것이다.조과장은 “이런 점들이 구경제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인터넷 벤처기업인들에게 오히려 먹혀들고 있다”며 “오렌지색이 가지는 신선함과 사교적인 이미지, 로맨틱 무드도 새로운 가치관 및 신경제를 추구하는 벤처인들에게 어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게다가 요즘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등 외국에도 오렌지색 옷과 화장품, 선글래스 등 오렌지 마케팅이 붐을 이루고 있다니, 멀지 않아 오렌지 값까지 상종가를 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