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타이머·아르바이트 활성화에 역량 집중 성장 ‘밑거름’

지난 4월17일 가나가와현 신요코하마역 근처의 호텔에 일본 최대 헌책 판매체인인 북오프(Book off)코퍼레이션의 사원과 관계자 5백명이 몰려들었다. 3개월에 한번씩 열리는 경영계획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날 발표회는 사카모토 다카시사장의 스피치로부터 시작됐다. 부문별보고 사원표창이 이어지면서 폐회가 가까웠다. 사카모토사장이 들뜨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무렵이었다. 사이조 히데키의 대히트곡 ‘영맨(Y. M. C. A)’에 맞춘 댄스파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음악이 흘러나오기가 무섭게 사카모토사장이 뛰어나갔다. 사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영맨, 일어나요, 영맨…, …훌륭하다 Y M C A”….이날 행사는 북오프가 일체감 동지애를 만들어내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었다. 일체감과 동지애는 북오프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북오프는 지난 90년5월에 1호점을 낸 이래 프랜차이즈 체인으로 점포를 늘려나갔다. 2000년4월말 현재 점포수는 4백98개. 한해에 50개씩 점포를 늘려왔다는 계산이다. 실적 또한 급속도로 나아졌다. 99년도에 매출 1백20억엔에 13억엔의 경상이익을 올렸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30%가 늘어나고 경상이익은 5배에 이르렀다.이같이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우선 독특한 점포운영시스템의 도입을 꼽을 수 있다. 북오프는 다른 업체들과 점포분위기를 차별화했다. 조명을 밝게 하고 통로를 넓혔다. 신간서점으로 착각하더라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만들었다. 고객으로부터 책을 구입하는 것도 ‘매입’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대신 ‘책을 파세요’라는 표현을 썼다. 이 문구를 회사간판에 내다 붙였다. 고객에 대해 자세를 낮추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사들인 헌책도 연마기로 청소, 새책에 못지않게 만들었다. 헌책을 사고팔기 쉽게 점포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독특한 가격결정 방식도 북오프의 트레이드마크로 꼽을 수 있다. 보통의 고서점에서는 숙련 점주가 감정, 가격을 결정한다. 점주 감정가다. 그러나 북오프는 체인전개를 쉽게하기 위해 파트타이머나 아르바이트까지도 가격을 기계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했다. 낡은 정도에 따라 가격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정가의 10%로 사들여 반액으로 파는 원칙을 세웠다. 책의 내용으로 가치를 판단하지 않고 외견으로 가치를 결정하는 독특한 감정가 방법을 도입 실시해 오고있다.점포내에서 헌책의 가격을 결정하는 체계도 마련했다. 점포내에서 3개월 이상 팔리지 않고 있는 책은 모조리 1백엔으로 가격을 내린다. 슈퍼나 생선식품매장에서 폐점이 가까워지면서 가격을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다.재고일수를 측정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3개월별로 바꾸는 가격 실(seal)의 색깔로 재고일을 판단한다.가맹점 중심의 운영체제도 경쟁력을 높인 요인의 하나로 평가된다. 보통 프랜차이즈로 체인을 전개할 경우 본부가 사업을 주도한다. 그러나 북오프는 다르다. 신규로 출점할 때만 본부로부터 초기재고를 제공한다. 그후로는 현지에서 사들여 현지에서 파는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한다. 가맹점이 책을 사들이고 파는 역할을 맡는다. 안심하고 가맹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는 것이다.이처럼 기존의 헌책가게 이미지를 완전히 불식시킨 것이 바로 북오프 성공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이뿐만 아니다. 사들인 책의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책을 꽂아둔 선반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오프는 폐기해야 할 책을 선반으로부터 뽑아내 1백엔 코너로 옮긴다. 그런 다음 곧장 폐기한다. 더러운 책 한권으로 인해 점포 전체의 이미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더러운 책은 썩은 귤보다도 더 독이 많다’는 것이다.철저한 책 관리를 위해 현장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파트타이머와 아르바이트를 현장주의 실천의 선봉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카모토 사장은 “현장사람들과 술을 먹는게 나의 임무”라고 강조한다. 그는 새로운 점포를 내기 전날 파트타이머와 아르바이트까지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단합대회에 반드시 참석한다. 사원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도 부른다.현장주의를 실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은 인사관리제도. 캐리어 업(경력향상) 플랜과 7단계 시급제도를 활용한다. 보통의 경우 파트타이머와 아르바이트 등은 업무숙련도와 근무연수 등으로 시급이 올라간다. 그러나 북오프는 다르다. 시급이 올라갈 수 있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금전등록기를 어느 정도 스피드로 처리하면 어느 정도를 준다’는게 정해져 있다.◆ 철저한 점장제로 점포마다 ‘알차게’이외에도 파트타이머와 아르바이트의 합숙이 연 2차례씩 열린다. 합숙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도 아니다. 호텔에서 1인 1실로 숙박하는게 고작이다. “스태프를 존중한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기 위한 것”이라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현장점원을 거느리고 있는 점장에 대한 교육도 철저하다. 점장회의는 월 한차례씩 반드시 개최된다. 점장을 대상으로 한 연수도 본부내 연수센터에서 매주 실시된다. “통상 교육연수라면 전문교육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동기부여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주제는 파트타이머와 아르바이트의 활성화와 관련된 것이 특히 많다.권한위임을 통해 점장들이 재량권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점장은 점포의 활성화를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채용 승급 세일 집기구입 등 점포운영과 관련한 업무를 결정할 수 있다. 책의 구입과 판매도 점포별로 이뤄지고 있다. 점장이 모든 것을 처리하지 않으면 안된다.권한을 주는 대신 책임도 지우고 있다. 사원의 급여는 철저하게 실력에 따라 결정된다. 신입사원의 경우에도 연간 보수가 1백만엔 가까이 차이가 난다. 평가 포인트도 독특하다. 매출 등도 중요한 평가요소의 하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됐느냐’의 여부다. 팀워크에 대한 공헌도가 높이 평가된다는 것이다. 현장의 핵심전력인 파트타이머와 아르바이트를 어떻게 키웠느냐에 따라 급료도 달라진다.북오프는 출점점포수를 1천개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이 정도면 당분간은 사원들이 포스트를 맡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출점이 지지부진해질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에 대비 북오프본사를 순수지주회사로 만드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회사의 기능이나 부서를 떼내 완전히 별도회사화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북오프류의 점포운영체제를 도입, 어린이 옷이나 스포츠용품쪽에도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업태의 다양화를 통해 무사안일로 통하는 대기업병의 발생을 사전에 막는다는 구상이다.점포운영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물류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창고가 딸린 판매전문 점포를 도심부 등에 설립, 재고관리에 나서고 있다. 도쿄 마치다의 중앙통 점포에서는 단행본 재고를 1점씩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단품관리를 지난 4월부터 개시했다. 앞으로는 이같은 단품관리체제를 확대, 전품목에 대한 재고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북오프가 헌책 판매로 매출의 10% 이상의 경상이익을 올리는 쾌속성장을 이어갈까. 서적유통업계가 사카모토사장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