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면 생산기술 확보, 올 매출 5배 증가할듯 … ‘한일 동반관계’ 출발점

농심 도쿄사무소의 주재원들이 뿔뿔히 흩어졌다. 매출 2천억엔 규모의 일본의 대형 냉동식품회사인 가토기치의 영업지점에 5월29일 전격 배치됐다. 이들은 이날부터 본사가 있는 시코쿠를 비롯,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시코쿠 가토기치에서 농심 ‘신라면’의 판촉지원에 나섰다. 농심은 준비작업을 거쳐 7월5일부터 가토기치를 통해 정식으로 전국판매에 들어간다.농심과 가토기치간의 전격적인 업무제휴가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을 비롯, 식품전문지들이 경쟁적으로 기사를 다루었다. 일본식량신문은 1면 톱에서 ‘한일경제 교류 효과에 큰 역할’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도 ‘가토기치 즉석 컵면 한국최대업체와 제휴’라고 보도했다. 노무라증권에서도 ‘한국의 최대 즉석면업체인 농심과의 제휴 메리트가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가토기치의 중국 산동성 공장도 농심으로의 식품재료공급으로 가동률이 높아질 수 있을것으로 내다봤다.식품업계에서도 관심을 쏟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본 최대식품업체인 닛싱(日淸)식품은 농심도쿄사무소에 제휴내용과 사업추진전략 등을 문의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닛싱측은 가토기치로부터 허를 찔렸다며 못내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농심은 지난 5월20일 서울본사에서 가토기치와 업무제휴를 맺었다. 농심과 가토기치는 각각 라면 스낵과 냉동식품분야에서 생산 판매 유통 마케팅 판매노하우 및 기술적경험 등을 서로 제공한다는게 그 골격이다. 구체적으로는 완제품분야에서 가토기치가 신라면을 일본전국에 판매하고 농심은 가토기치제품 가운데 한국시장에 맞는 상품을 선택, 판매키로 했다. 원료부문에서는 가토기치가 농심에서 생산된 라면수프를 냉동면의 수프로 사용하며 농심은 가토기치로부터 원료를 공급받기로 했다. 신제품 분야에서는 정보와 기술을 공유, 공동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원료 공급·신제품공동 개발 합의이번 제휴에 따라 가토기치는 일본에서의 농심라면 총판매대리점으로서 7월부터 농심브랜드 판매에 나선다. 농심은 가토기치브랜드의 냉동면과 국물(쓰유) 개발에 나선다.농심측은 이번 제휴를 계기로 일본라면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올 매출 목표를 3천만달러로 늘려 잡았다. 당초 계획했던 6백만달러의 5배다. 2천4백만달러는 가토기치와의 제휴로 얻게 될 몫이다. 가토기치효과는 이처럼 대단하다. 제휴관계가 정착되는 2001년에는 매출을 5천만달러로 늘린다는 목표다. 2002년에는 대망의 1억달러를 달성한다는 청사진이다.농심이 라면시장 진출을 위해 도쿄에 사무소를 낸 것은 지난 81년. 그 6년 후인 87년 첫 수출에 나섰다. 첫해의 실적은 45만달러. 수출 12년만인 지난해에는 일본시장에서 일어난 매운맛 바람을 타고 5백45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98년의 2백96만달러에 비해 84%나 늘렸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욕심이 생겼다. 내친김에 라면시장에서 큰 바람을 일으켜 보고싶었다.그러나 IGM 신에이 선그린 등 수입에이전트를 통해 판매하는 현재의 사무소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현지법인 설립과 위탁판매 등 2가지 방안을 놓고 저울질을 해왔다. 기존 사무소의 법인 승격 방안은 위험부담이 큰것으로 판단됐다. 독자적인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한 엄청난 투자비부담이 최대의 난제였다.이에 따라 우선 전국적으로 판매를 확대할 수 있는 대형회사와의 전략적 제휴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제휴대상 제1호인 가토기치를 잡기 위해 나섰다. 두 회사는 시장에서의 위상과 경영스타일 등에서 비슷한 점이 많았다. 한국의 라면시장과 일본의 냉동면시장에서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오너체제로 탄탄한 재무기반을 갖추고 있는 점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 모두 한우물만 파온 전문기업으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을 생산 가공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똑같다. 가토기치는 중국에 11개 공장을 가동중이다. 농심도 중국에 2개의 공장을 갖고 있다.사업이 겹치지 않고 상호보완할 수 있는 점도 두 회사간 접촉을 가속시켰다. 농심은 냉동면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 반면 가토기치의 냉동기술은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냉동식품 냉동면시장은 아직 지지부진하다. 라면 우동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다. 그러나 앞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도 라면에서 생면으로, 생면에서 다시 냉동면으로 시장이 발전해왔다. 따라서 가토기치를 통해 냉동기술을 확보할 경우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농심측은 판단했다.◆ 가토기치, 농심 통한 동남아 시장 강화라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토기치는 라면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 반면 농심은 매운맛 라면에서 독보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가토기치는 농심과의 제휴를 통해 라면생산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당장 매출도 늘릴 수 있다. 신라면은 99년도에 약 6억엔어치가 팔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국적인 유통망을 활용, 판매에 나설 경우 판매액을 5배 정도 늘리기는 간단할 것으로 판단했다. 설비투자 부담이 따르는 직접생산 대신 총판체제로 라면을 팔 수 있다면 채산을 맞추기 쉽다는 점도 농심을 파트너로 찍게 된 배경의 하나다.이러한 배경을 깔고 두 회사는 제휴를 위한 탐색전에 들어갔다. 지난 4월에 두회사의 회장이 상대방 회사를 각각 방문했다. 가토 요시카즈 가토기치회장이 완전자동화공장으로 거듭난 농심의 구미공장을 방문했다. 가토회장은 전자회사공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이 공장을 보고 제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가토기치는 출자회사인 한국의 천일식품을 통해서도 농심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시장조사도 실시했다. 이같은 검증절차를 거쳐 농심을 파트너로 결정한 것이다. 농심으로부터 냉동식품용 수프와 국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는게 가토기치측의 설명이다.신춘호 농심 회장도 시코쿠의 가토기치 본사공장을 직접 방문, 생산현장을 직접 확인했다. 현장과 시장조사를 통해 가토기치가 최적의 파트너임을 확인했다. 가토기치는 21세기 경영혁신을 위해 글로벌화전략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 홍콩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있는 기존의 16개 공장에다 농심을 연결, 현지화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화로 동남아 중심의 생산거점을 정비한다는 목표다.“글로벌시대를 맞아 기업간에 노하우 기술을 공유하면서 21세기를 향해 고객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기업으로 커야 한다”는게 가토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21세기에는 한국과 일본이 이웃나라로 경제적 동반자가 돼야 한다”며 농심과의 제휴는 동반관계를 실현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농심은 이번 제휴로 일본 라면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를 일단 확보했다. “가토회장은 간온지시(가가와현)시장을 네번이나 역임한 인물이다. 가토기치를 통해 한국의 맛 신라면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는게 신회장의 설명이다. 농심과 가토기치가 합동으로 펼칠 공세의 결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