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유동성에 영향, 국가신용등급 추가조정 차질 … 구조조정 채찍질, 대외신뢰도 제고 시급

최근 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우리 경제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한창이다. 여러 현안 가운데 경상수지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적자로 돌아선 점과 이달부터 점검에 들어간 국제통화기금(IMF) 조사단이 우리 경제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당초 우려대로 경상수지가 97년10월 이후 30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데다 향후 전망까지 불투명해 우리의 외환운용과 대외신용에 차질이 예상된다.우리처럼 국제통화기금(IMF) 체제하에 있는 국가의 입장에서는 거시경제 변수중에서 경상수지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경상수지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경제안정감이 떨어지고 해외시각이 악화된다. 최근 들어 위기설이 나돌 만큼 우리 경제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연초부터 경상수지가 흔들린 것이 주요인이다.◆ 소득수지 개선 한계 … 당분간 경상수지 불안일부 정책당국자의 시각처럼 설령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다 하더라도 자본수지흑자로 메울 수 있으면 문제가 없다는 발상은 지극히 위험하다. 미국과 달리 우리처럼 소규모 개방국가에서는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문은 경상거래에 국한되기 때문이다.현재 정책당국의 예상대로 5월 이후 수출동향, 고금리 외채가 24억달러인 점, 금년 하반기 들어 성장둔화 요인을 감안하면 앞으로 경상수지가 개선될 여지는 충분히 있는 상태다.문제는 현재 우리가 처한 대내외 여건을 볼 때 그렇게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처럼 국제유동성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이번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주범인 외채이자를 포함한 소득수지가 개선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상품수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급격한 수입증가 요인도 정책당국이 기존의 경제운영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경제주체들이 경기회복의 맛을 본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운 상태다.이런 요인을 감안해 대부분 국내 전망기관들은 금년에 경상수지흑자 전망치를 60∼70억 달러로 낮춰 잡고 있다. 특히 내년 들어서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는 기관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최근처럼 경상수지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외환유동성이다. 최근 들어 단기외채 비중이 30%에 이르고 있고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이 6백40억달러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대외신용을 안심하고 지킬 수 있기 위해서는 최소한 외환보유고가 1천억달러 이상이 돼야 한다. 5월말 현재 외환보유고는 8백68억달러에 불과하다.이 경우 국가신용등급 추가 조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처럼 국내 주식시장의 침체와 제2차 구조조정을 앞두고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경제주체들의 보신(保身)행위로 자금의 왜곡현상이 심한 상태에서는 외국자금 조달마저 어려워질 경우 구조조정이 물건너갈 가능성이 있다.정책당국도 이미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경상수지마저 악화될 경우 90년대초 쌍둥이 적자로 시달린 미국 정부처럼 정책여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정부나 정책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에 유념해야 된다.최근 들어 경상수지 문제를 비롯한 현대그룹 문제, 민노총 총파업 사태가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이 악화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달 1일부터 점검에 들어간 IMF조사단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가 우리 경제 앞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기관들도 이 대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우리측으로 볼 때에도 이번 IMF 조사단의 방문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 운용프로그램을 IMF와 협의하는 문제가 이번을 계기로 마지막이 된다. 다시 말해 경제신탁 통치시대가 종료되는 중요한 의미가 크다.동시에 현대그룹 문제, 경상수지 적자 전환, 민노총 총파업 사태로 최근에 악화되고 있는 해외시각을 시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달말에 국가신용등급을 조정하기 위해 방문할 예정일 무디스사를 비롯한 국제신용평가기관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IMF는 이번 조사에서 4대 재벌을 포함한 64대 재벌과 투신권을 비롯한 금융권의 구조조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기존의 부실자산뿐만 아니라 앞으로 부실소지가 있는 자산까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을 이번 조사부터 적용함에 따라 투신권을 비롯한 금융권의 건전성에 또다른 문제가 생길지 최대관심사가 되고 있다.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경기과열 여부와 당초 예상보다 빨리 경상수지가 악화됨에 따라 불거지고 있는 제2의 위기 가능성에 대한 집중적인 점검도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주요 점검사안별로 IMF의 평가를 미리 예상해 본다면 우선 우리 거시경제상황에 대해서는 경기과열과 위기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IMF 한국지사장인 데이비스 코가 이와 비슷한 시각을 밝힌 바 있다.재벌과 금융권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성과를 평가할 만한 단계가 아님을 고려해 정책당국의 구조조정 의지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동안 IMF 처방책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차원의 일환으로 우리나라를 IMF의 모범적인 위기극복국가로 치켜 세울 가능성도 있다.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경상수지 문제를 고려해 이번 협의에서는 안정기조로 선회할 것을 권고할 소지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경제운영 기조를 존중해 줄 가능성이 더 크다. 다만 구조조정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면서 보다 강도있게 추진할 것을 권고할 것으로 보인다.◆ IMF조사단 평가, 국제신용기관에 영향력이번 IMF 조사단의 평가를 계기로 우리 경제의 IMF 졸업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IMF 졸업이라는 의미는 두가지 각도에서 사용된다.하나는 금융위기국의 경제운용 프로그램을 IMF와 더 이상 협의하지 않는 시기로 보고 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우리는 내년부터 IMF 그늘에서 벗어나게 된다.다른 하나는 위기를 낳게 한 체질을 개선하고 IMF나 IBRD로부터 받은 구제금융을 상환하는 시기로 통용된다. 진정한 의미의 IMF 졸업에 해당된다. 결국 이 문제는 개혁과 구조조정의 성패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이나 현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이런 의미로 IMF 졸업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결국 정책당국에서는 경상수지 문제의 시급성을 인정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는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를 안정기조로 가져가면서 대외신뢰도를 제고하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면서 우리나라의 IMF 졸업시기를 앞당기는 정책수단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