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 가맹 통해 재료·맛 확보 … 인테리어·서비스 차별화 매출 쑥쑥

“일본식 돈가스가 뭐냐고요? 두께 1㎝가 넘는 돼지고기에 바삭한 튀김옷을 입혀 모양부터 색다르지요. 나이프 대신 젓가락을 사용하고 소스를 뿌리지 않는다는 점, 담백하고 신선한 맛의 샐러드도 특별합니다. 고객들이 ‘훌륭하다’고 칭찬들이에요.”‘가빈’ 서울 압구정점 이정미 사장(39)은 ‘고급 레스토랑 스테이크가 부럽지 않다’며 자신의 돈가스를 예찬한다. 사실 이 음식은 흔히 알고 있는 얄팍하고 딱딱한 돈가스와는 맛과 모양이 확연히 달라 요즘 도심 식당가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사장의 점포도 점심시간엔 직장인들로, 저녁 때는 젊은 연인들로 북적거린다. 주말엔 주변 아파트단지 주민들의 외식장소로 단연 인기다.일본식 돈가스가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백화점, 호텔 식당가에서 움튼 것이 신촌, 강남역 등 젊은 상권으로 확산되다 최근 들어서는 대학가, 신도시 등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 이사장도 그 바람을 타고 지난해 11월 개점했다.“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어요. 여러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노크했지만 관심이 가는 곳은 창업비용이 너무 많이 들더군요. 우연히 남편 친구의 소개로 일본식 돈가스 체인을 알게 돼 창업에 이른 겁니다.”대학 졸업 후 곧바로 결혼해 15년간 집안 일밖에 모르고 살았던 탓에 창업 과정은 그리 순조롭지 않았다. 우선 시댁과 친정에서 모두 반대했다. ‘직장생활 경험도 없는데 무슨 사업이냐’가 반대 이유였다. 친구들까지 ‘길어야 보름 갈 것’이라며 만류했다.급기야 밀어주던 남편마저 회의적인 반응으로 돌아서자 오기가 생겼다. 창업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두 아들이 중학생이 된 후 늘어난 여가시간을 그냥 흘려 보내긴 싫었다. 저소득층에 도시락을 만들어주는 봉사를 하면서 알게 된 나눔의 기쁨도 돈을 벌면 더 많이,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난생 처음 혼자서 일을 벌였다.“개업 첫 날 얼마나 놀랐던지요.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이 마구 밀려드는 거예요. 그 흔한 전단 한 장 돌리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마침 연말 분위기를 타고 소비가 늘어나는 때라서 자리잡기가 수월했어요.”체인 본사에서 식재료를 공급해 주고 전문 요리사도 구해 주었다. 매장 관리와 카운터 업무를 보는 것이 이사장의 주임무. 경험이 전무한 이사장에게 프랜차이즈 가맹은 최상의 선택이었던 셈이다.‘가빈’은 일본식으로 조리한 돈가스가 ‘간판’이지만 우동, 메밀국수 인기도 그에 못지 않다. 특히 직장인들은 7천원짜리 로스까스(등심)와 히레까스(안심), 9천원짜리 우동정식을 자주 찾는다. 앙징맞게 만든 주니어세트, 색다른 야채롤까스, 피자까스는 외식 나온 가족들에게 인기 만점. 최근엔 한 중학교에서 행사용 점심으로 치킨까스를 단체 주문하기도 했다.이사장은 창업비용으로 총 2억3천만원을 지출했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저축을 모두 털고 모자라는 돈은 아파트 담보 대출로 해결했다. 압구정동 먹자골목의 49평 1층 점포라는 조건 때문에 임대보증금으로 절반 이상이 들어갔다. 또 평당 1백70만원 정도 소요된 인테리어비용과 주방 설비비의 지출이 컸다. 하지만 점포를 30평 정도로 줄이고 부도심급으로 입지를 선택한다면 1억원 선으로도 창업이 거뜬하다고 이사장은 설명한다.◆ 배달·포장판매 수입도 짭짤투자비용이 상당했던 만큼 매출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하루 평균 매출액이 1백50만원선, 한달이면 평균 4천5백만원의 매출이 오른다. 국산 브랜드육만을 사용하는 등 재료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까닭에 매출액의 45%를 재료로 쓴다. 월임대료와 인건비, 관리비 등을 제외한 순수익은 한달 평균 1천만원 선.이사장이 예상 밖으로 ‘선전’하자 비관 일색이었던 가족, 친지들의 태도도 정반대로 변했다. 이제는 ‘나도 해볼까 한다’면서 컨설팅을 부탁하는 이도 생겼다.“역시 진심은 통하는가봐요. 맛과 친절, 아늑한 분위기라는 세가지 포인트를 설정해 두고 정성을 다하니까 그만큼 결과가 돌아옵니다. 이제 주변 아파트단지에 전단을 배포하는 등 홍보작업을 열심히 해야겠어요. 매출이 좀 더 오르면 내년쯤엔 새로운 전문점을 또 하나 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거든요.”70년~80년대, 돈가스는 경양식집에서 나이프와 포크로 우아하게 먹는 ‘품위’있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동네 정육점에서 사서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하는 간식으로 바뀌었다. 그런 돈가스가 다시 한번 변신을 하고 있다. ‘일본식’이라는 수식이 덧붙여져 품위와 맛, 가격이 모두 만족한 음식으로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고급화된 신세대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도 성공해 한동안 강세를 보일 업종으로 분류된다.돈가스 전문점은 점유 공간이 적고 고객 회전율이 빨라 점포 효율을 높이는 업종으로 평가받는다. 배달이나 포장 판매 비중도 상당하다. 또 다른 외식업종에 비해 반찬 수나 메뉴가 한정돼 있어 초보 창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주요 고객이 어린이와 신세대, 직장인인 만큼 점포 입지는 대학가나 주택가를 낀 지하철 역세권이 적격이다. 사무실 밀집지는 평일엔 점심시간 매출이 높지만 주말, 공휴일엔 한산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02)512-7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