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영화, 원하는 시간에 보는게 강점 … 제작·개봉대기중 작품 수두룩

영화는 테크놀로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매체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과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인터넷으로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디지털’이 제작부터 배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 걸쳐서 영화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이같은 흐름의 선두에 있는 것은 ‘인터넷 전용 상영관’이라 불리는 사이버 영화관이다. 인터넷 상영관은 극장이나 비디오를 통하지 않고 웹 브라우저를 통해 영화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 몇년 전부터 예견됐던 VOD(주문형 비디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활발하게 운영중인 국내 인터넷 전용 상영관은 웹 시네마, 아이씨네, 네오타이밍 등 10여개에 이른다.인터넷 상영관들은 20∼1백50여편의 영화 판권을 확보해 상영하며, 자체 제작한 인터넷 영화를 틀어주는 곳도 있다. 이용자에게는 아무 때고 보고 싶을 때 접속해서 원하는 것을 골라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들은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이용자를 끌어당기기에 안간힘이다.아이씨네는 위성을 통해 디지털로 비디오를 상영할 수 있는 SDVT를 개발, 전국 PC방과 비디오방을 거점으로 인터넷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놓았다. 아이씨네의 안현진 이사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모니터 전체 크기로 영화를 볼 수 있고 화면 끊김이 없으며, 화질도 우수하다”고 말했다. 한편 엔스크린은 영화와 게임의 특성을 결합한 게임무비를 앞세워 네티즌을 공략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네오타이밍은 쌍방향 소통이라는 인터넷의 속성을 십분 활용한 인터랙티브 무비를 제작, 상영해 타영화관과 차별화했다. 젊은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그린 <영 호프의 하루 designtimesp=19850>는 5월30일 현재 98만5천명이 관람했다.(네오타이밍 자체 집계) 물론 돈을 내고 제발로 극장을 찾아가는 관객과 인터넷 관객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지난해 흥행에 크게 성공한 <주유소 습격사건 designtimesp=19851>이 96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과 비교하면 왠만한 ‘대박’ 영화 못지 않은 수준이다.◆ 사이버 영화관 10여개 운영중그러나 인터넷 상영관의 대중적 파급력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무엇보다 최적의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면은 영화를 즐기기에는 너무 작고, 잦은 화면 정지 등 불만족스러운 접속상태와 음향 등이 극장에서 감상하는 영화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부푼 마음으로 ‘공짜 영화’를 보기 위해 접속한 사람들은 실망하기 일쑤다. 이 대목에서는 인터넷 영화관을 운영하는 관계자들도 엇갈린 의견을 내놓는다. 네오타이밍의 박은경씨는 “기술 문제는 멀잖아 해결될 것이며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펴는 반면, 아이씨네의 이지훈 과장은 “이같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모색한 대안이 SDVT”라며 “지상전용망은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해도 한계가 있고, 지금 같은 상태로는 인터넷 영화관 관객의 폭발적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한편 극장에서는 볼 수 없고 인터넷에서만 상영하는 ‘인터넷 영화’제작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모래시계 designtimesp=19858>로 유명한 김종학감독과 <접속 designtimesp=19859> <텔미썸딩 designtimesp=19860>의 장윤현 감독은 지난 5월29일 인터넷 영화 제작에 나서겠다고 밝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오프라인’의 유명 감독이 나선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다. 제작비 10억원은 유니텔이 댄다. 8월에 선보일 첫 작품 는 유니텔 웨피 사이트에서 상영된다. 유니텔의 웨피사업부 브랜드 매니지먼트파트 김백철 대리는 “인터넷 영화는 이용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양질의 콘텐츠로,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인 웨피의 이용을 유도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우리나라에서 처음 제작된 인터넷 영화는 조영호 감독의 <영 호프의 하루 designtimesp=19864>. 한때 인터넷 영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져 1999년부터 제작 붐이 일기도 했다. 이제는 초기의 흥분이 가라앉았지만 제작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지난해 한글과컴퓨터는 3억원을 들여 최수종 이은주 등의 스타가 출연하는 <예카 designtimesp=19867>를 만들었다. 그밖에 마구리의 에로물 <가시나무 designtimesp=19868>, 오렌지 씨씨의 무협물<01412파사신검> 등이 인터넷 상영을 위해 제작된 영화들. 이 영화들은 현재 해당 인터넷 상영관에 로그 인하면 감상할 수 있다.개봉 대기중이거나 제작중인 영화도 많다. 마구리는 제작비 10억원을 들인 1백부작 미니시리즈 에로영화 <초련 designtimesp=19871>을 제작중이다. 에로 영화로는 드물게 여성감독인 홍지연씨가 연출해 화제다. 이밖에도 아이씨네가 제작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엔스크린은 5억원을 들여 <메가시티 오션 블루 designtimesp=19873>라는 인터랙티브 게임무비를 제작중이다.영화 제작자들이 인터넷 영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창작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검열없어 주제, 소재, 표현의 한계가 없고 다양한 형식 실험이 가능하다. 또한 ‘돈도 없고 뒷 배경도 없어’ 충무로에서 장편 극영화로 데뷔하지 못하는 신인 감독들에게 인터넷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기도 한다.인터넷 극장과 인터넷 영화 제작사들은 한결같이 수익 모델 창출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유료로 영화를 상영하는 곳도 관람료만으로 수지를 맞추기는 불가능하다. 아이씨네의 안현진이사는 “인터넷 영화관을 구축하는데 모두 20억원이 투입됐지만 관람료 누적 수입은 1억5천만원에 불과하다”며 “야후 등 타 사이트와 연계하거나 영화 웹진, 웹 방송으로 커뮤니티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자구책을 찾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영화와 인터넷의 만남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어떤 방향, 어떤 형태로 전이해 나갈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다.★ 인터뷰 / 고현수 감독신인 감독, 관객 만나는 ‘기회’는 (주)아이링크에서 제작한 인터넷 영화. 위성을 통해 배급될 예정이다. 제작비 7천5백만원을 들여 디지털 카메라 2대와 베타 캠으로 촬영했으며 상영시간은 80분. 8월경 PC방과 인터넷 상영관 아이씨네(www.icine.com)등에서 유료로 개봉할 예정이다.▶ 인터넷 영화를 연출하게 된 동기는.충무로에서 장편 극영화를 준비하던 중이었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이때 평소 알고 지내던 이들이 인터넷 영화를 제작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의해 와서 이에 응했다.▶ 인터넷 영화만의 장점이나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는가.TV나 스크린이나 인터넷이나 모두 다 하나의 매체일 뿐이다. 하지만 신인 감독들에게 인터넷은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해에도 수백편씩 독립 영화, 단편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 중 대부분이 관객을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한채 사장된다. 신인 감독은 인터넷을 통해 관객을 만날 수 있으므로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인터넷은 독립 저예산 영화의 획기적인 발전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I’m OK는 어떤 영화인가.상처를 갖고 있는 젊은이들이 이를 억누르지 못하고 폭력이라는 방법으로 분출시키는 이야기다.▶ 또 인터넷 영화를 만들 계획이 있는지.아직 영화는 없고, <365일 미스테리 드라마>라는 드라마를 구상중이다. 또 인터넷은 검열이 없기 때문에 광고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도 생각해 볼 수 있다. PPL(연기자들이 상표가 보이는 옷을 입고 나오거나, 극중 소품을 특정사의 상품을 쓰는 등 프로그램을 통한 간접광고) 중심의 새로운 드라마도 구상하고 있다. 광고주들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