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권 맞춰 상품·매장 구성, 신속한 배달로 고객 창출 … 인터넷 주문 증가세

“가만히 앉아서 오는 손님이나 상대하는 책방시대는 갔습니다. 이제는 온라인을 2백% 활용해 발빠르게 고객을 찾아가야 ‘진짜 서점’이지요. 작은 서점도 무한대로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걸 체험으로 알았습니다.”전형적인 ‘오프라인’ 사업인 동네 서점이 온라인 영역과 결합했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의 아파트 밀집지에서 서점 ‘골드북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조우백 사장(45)은 평범한 동네 서점에 인터넷의 생기를 불어넣어 매출, 영업 범위 모두를 업그레이드시켰다.지난해 2월, 24년간 몸담았던 출판계를 떠나 서점을 창업한 조사장은 처음 1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매출은 중고생 참고서 판매가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서점간 경쟁이 심해 도무지 신통치 않았다. 누구보다도 출판계 생리를 잘 아는 그였지만 실제 서점 경영은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다.“편집부터 기획, 영업까지 출판계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그 장점을 발휘할만한 환경이 되질 않았어요. 출판사와 직거래가 불가능한 유통시스템, 지역적인 한계, 고객의 주문을 제때 맞춰주지 못하는 공급체계 등이 운영을 더욱 힘들게 했지요. 가장 잘 아는 분야라는 자신감에 창업을 했지만 언제부턴가는 앞날이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위기감이 깊어질 무렵 때마침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서점 프랜차이즈가 생긴다는 정보가 귀에 들어왔다. 서점업계엔 프랜차이즈가 전무한데다 인터넷서점의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이 갔다. 수익구조가 취약한 전국의 중소형 서점만을 대상으로 ‘상생(win-win)전략’을 편다는 ‘대의’도 마음에 들었다. 상담 끝에 첫번째 가맹점이 되기로 결심했다.“대형업체만 인터넷서점 하라는 법 있습니까? 인터넷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만큼 시장성도 넓어진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하면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고객도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어요.”골드북닷컴은 같은 이름의 인터넷서점(www.goldbook.com)과 기존 오프라인 서점의 영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소비자가 골드북닷컴 인터넷서점에 책을 주문하면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가맹점이 24시간 안에 배달을 완료한다. 인터넷서점을 매개로 가맹점과 소비자가 연결되는 셈이다. 인터넷서점으로선 기존 서점을 배달 기지로 이용, 물류비용을 해결하고 배달시간을 대폭 단축시킨다는 이점이 있다.또한 가맹점은 인터넷을 통해 고객을 창출하고 배달한 책에 대한 매출을 고스란히 확보할 수 있다. 가맹후 머천다이저가 지역 상권을 분석한 후 특성에 맞게 상품과 매장을 재구성해 주기도 한다. 원하는 책을 신속하게 지원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소형 서점의 대부분이 고객이 찾는 책을 구비하지 못해 매출이 떨어지고 조사장 역시 이런 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커다란 메리트인 것이다.◆ 음반에서 CD롬까지 ‘정보센터’ 탈바꿈“예전에는 주변 1만3천여세대를 영업 범위로 삼았지만 이젠 수원전역과 오산, 평택까지 활동무대입니다. 고객이 부르는 곳이 바로 영업 범위니 무한대로 늘어날 수도 있지요. 상품 구색이 좋아지면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도 늘었습니다. 음반이나 교육·게임용 CD롬, 비디오테이프 등도 갖췄고요. 별 볼일없던 동네 서점이 어느새 정보센터가 된 거죠.”골드북닷컴으로 변신 후 조사장은 2만장의 광고전단을 돌렸다. 우선 온라인과의 결합을 알리는 일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인터넷서점을 방문케 해 책을 주문하거나 좋은 인상을 얻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영업전략이라 생각했다.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겐 기념품을 나눠줬다. 예약 주문 제도, 고정고객 마일리지 제도도 적극 알렸다. 특히 카드를 발행해 구입가격의 3~5%를 적립, 현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변신 이후 매출은 30% 정도 늘어났다. 월 평균 3천5백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이 가운데 80%선인 2천8백만원이 원가로 지출된다. 임대료와 관리비, 인건비 등을 제외한 순수익은 한달 평균 4백50만원 정도. 인터넷 주문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인데다 대량 주문도 심심찮게 들어오고 있어 매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조사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서점을 경영하고 있었고 골드북닷컴의 첫번째 가맹점이라 별도의 재개업 비용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으로 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라면 가맹비 5백만원과 교육비, 초도상품비, 인테리어비 등을 합쳐 6천4백만원(점포비 제외)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면 가맹비와 교육비로 7백만원을 부담하면 된다.서점사업은 외관상 이미지가 좋고 문화상품을 판매한다는 자부심이 있어 예비창업자들이 선호하는 업종중 하나이다. 하지만 좁은 지역에서 많은 점포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다른 업종에 비해 수익구조가 취약한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런 환경 속에서 등장한 ‘서점과 온라인과의 결합’은 중소형 서점의 회생전략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효율적인 매장 구성과 상품구색, 판매기법을 적용한다면 경쟁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02)3289-9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