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 종단 경품행사 ‘캐러밴 투어’로 브랜드 인지도 제고 … 아키하바라 입성 노려

지난 6월3일 규슈 후쿠오카지역에 자리잡은 가전양판점 미스터 막스 앞. LG로고와 액정TV모니터, 도미니카출신의 미국메이저리그 홈런타자 세미 소사가 그려진 11t짜리 대형 트럭에 인파가 몰려들었다. 옆문이 하늘을 향해 열리면서 드러난 무대로 사람들이 빨려들어갔다. 무대 안쪽에 전시된 LG의 제품을 둘러보려는 사람들로 트럭안이 후끈 달아올랐다. 4일까지 이틀 동안 두곳에서 실시된 이번 캠페인에서 2천명 이상이 경품에 응모했다. 당첨된 사람들에게는 미국과 한국여행티켓 T셔츠 등을 선물한다.달리는 홍보판인 이 대형트럭은 규슈를 떠나 두번째 목표지인 기후현 나고야를 찾았다. 9일부터 11일까지 3일 동안 열린 나고야 행사는 기가스간사이 앞에서 실시됐다. 이번 행사는 오사카 시즈오카 도쿄 지바 도호쿠를 거쳐 홋카이도에서 계속된다. 7월31일에는 트럭이 종착지인 도쿄로 되돌아가면서 마무리된다. LG전자재팬(대표 김달웅)이 실시중인 일본 전국 종단 판매점 로드쇼의 ‘캐러밴투어’의 줄거리다.◆ 전국 22개 양판점 순회 기업·제품 홍보LG전자재팬이 회사 및 제품홍보용 대형트럭을 앞세워 전국의 22개 대규모 양판점을 순회하고 나섰다. 트럭에는 양쪽문이 열리는 디오스냉장고를 비롯 냉동고 전자레인지, 저소음 저전력 디렉트 인버터세탁기, 6kg짜리 드럼세탁기, 21·25·29인치짜리 플랫트론, 15인치 액정TV모니터, DVD(디지털 다용도디스크)플레이어 등 18개 품목이 전시돼 있다.LG는 이번 행사에서 올초 프로모션계약을 체결한 홈런타자 세미 소사(시카고 컵스)선수를 활용한다. 세미 소사선수는 자선기금모금 등 자선활동으로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도쿄에서 열린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 개막전에도 참석, 팬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기도 했었다.LG는 캐러밴 투어에서 푸짐한 경품을 제공한다. 3가지 찬스가 바로 그것이다. 첫번째찬스는 점포에 온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점포를 찾은 고객들로부터 응모권을 받은 다음 응모고객에게 제품을 살 수 있는 쿠폰을 비롯해 T셔츠(점포당 50개) 야구공 망원경 부채 등을 선물한다.두번째 찬스는 물건을 산 사람에게 준다. 당첨된 60명에 미국 메이저리그를 관람할 수 있는 미국여행권을 준다. 1백명에게는 LG본사를 방문하고 한국을 관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세미 소사선수의 오리지널 T셔츠 3천개도 제공한다.세번째 찬스는 홈페이지나 인터넷, 엽서 등을 통해 응모한 일반인들에 돌아간다. LG를 묻는 간단한 퀴즈를 맞힌 응모자 가운데 20명(1등)을 추첨, 메이저 리그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2등 60명에게는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3등 3천명에게는 세미 소사선수의 T셔츠를 준다.LG는 이번 행사의 총예상 경비를 6천만엔으로 잡고 있다.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축구공 망원경 부채 등 경품을 한국에서 사들여왔다. 여행권도 단체관광으로 결정했다. 신문 방송등의 광고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최소한의 경비로 최대의 홍보효과를 노린 것이다.LG전자재팬이 캐러밴투어를 나서게 된 것은 기업과 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것. 전체 판매액 가운데 브랜드부문은 30%선. OEM(상대방상표부착생산)방식이 아직은 주류를 이루고 있다.문제는 OEM으로 채산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등과의 가격경쟁에서 뒤지고 있다. 일본메이커로부터 주문을 받기도 어려워지고 있다.일본에서도 만만치않은 상대가 수두룩하다. 후나이전기 등은 가격경쟁력이 오히려 한국업체를 앞선다. “저가전략에 의존해서는 일본시장에서 발을 붙일 수 없게 될 것으로 판단, 브랜드 정착을 최우선 과제로 잡았다”는게 김달웅대표의 설명이다.장래 인터넷비즈니스를 위한 발판다지기도 또 다른 요인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일반인들의 응모 등으로 홈페이지에 대한 인지도 제고를 꾀한 것이다. 소니 마쓰시타전기 등 일부에서 실시중인 인터넷판매가 조만간 확산될 것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런 활동이 쌓이고 쌓여 인지도와 브랜드이미지가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는게 김신곤 이사의 설명이다.◆ 홋카이도서 ‘클리마루’ 히트, 인식 바꿔지난해 시작된 지역밀착형 시장공략을 통해 얻은 자신감도 또 다른 배경의 하나로 분석할 수 있다.LG는 지난해 일본의 북쪽끝에 자리잡은 홋카이도에서 바람을 일으켰다. 그 첫 작품은 클리마루. 속이 보이는 반투명에다 진드기(다니)까지 빨아들일 수 있는 현지밀착형인 클리마루는 대히트를 쳤다. 일본의 한 민영TV에서 지난해 히트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홋카이도와 도호쿠지역의 최대 홈센터인 호마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청소기판매 전략은 적중했다. 9월 판매에 나선이래 6개월도 채 안돼 5만5천대나 팔렸다. 값싸면서도 뛰어난 품질로 ‘싼게 비지떡’으로 통해온 한국 가전제품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데 성공했다.홋카이도에서의 여세를 몰아 오사카를 겨냥했다. 지난해 11월에 완전평면 TV인 플랫트론을 내세워 오사카시장을 두드렸다. 플랫트론은 청소기에 비해 경쟁이 훨씬 치열한 고가 TV상품. 소니 마쓰시타전기 등 내로라하는 회사들과 한판 승부를 걸고 나섰다. 플랫트론도 현지에서 바람을 일으켰다. 클리마루에 이어 가전시장에서 또다시 개가를 올린 것이다.LG는 지역밀착형 시장공략의 대상을 남쪽끝인 오키나와로 잡았다. 가전양판점인 가네히데(金秀)상사를 파트너로 잡아 LG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가네히데가 LG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년전부터. 홋카이도에서 클리마루를 발표한 지난해 9월께 공식적으로 접촉하기 시작했다. 10월24일 오사카에서 열린 플랫트론발표때 관계자들이 만난지 1주일도 채 안돼 제품판매계약을 맺었다.현재 LG매장이 설치돼 있는 곳은 7곳. 가네히데의 매장입구에는 LG로고가 나란히 붙어있다. LG전용코너에는 홋카이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클리마루를 비롯 플랫트론 야고스(독신자용 가전제품세트)등이 전시돼 있다. 오키나와에서 한국업체가 독자적인 매장을 내기는 LG가 처음이다. 오는 9월에 또 다시 한곳이 추가로 문을 연다. 9월에 선보이는 가네히데의 오키나와 최대규모(3천평) 가전매장안에도 대형매장이 들어선다. 이를 계기로 LG측은 가네히데와 정식으로 업무제휴계약을 맺을 예정이다.LG바람은 또 다시 기후현으로 옮아갔다. 가전양판점 기가스간사이(본사 아이치현)는 기후현에 오가키점을 내면서 LG전자에 16평의 매장을 제공했다.기가스는 당초 오가키점안에 수입품코너를 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LG전자 한국공장을 시찰하고는 생각을 바꿨다. “일본에서 전자동 세탁기라면 용량이 8kg까지가 보통이다. 그러나 LG는 10kg짜리를 저렴하게 생산하고 있었다. 대형세탁기를 잘 활용하면 기가스를 다른 업체와 차별화할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게 사사키 상품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LG의 장점은 매력적인 상품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기가스는 나고야쪽에도 이달안에 대형 LG 코너를 낸다. 9월에 대형점포를 추가로 낼 예정이다.LG의 마지막 승부처는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전시장의 본거지인 아키하바라로의 진출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올 가을에 평면브라운관 7개 기종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연말에 가서는 40인치짜리 플라스마 방식 플랫TV도 판매할 계획이다.이러한 전략으로 올해 브랜드수출로만 1백60억엔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지난해 90억엔에 비해 77%가 늘어난 것이다. LG의 지역밀착경영이 일본시장공략의 사례연구대상으로 남을 수 있을지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