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글라스 앨드리치 지음/유한수 옮김/물푸레/440쪽/2000년/1만5천원

21세기 비즈니스의 화두는 단연 ‘디지털’ 이다. 디지털화가 시대적 추세라면 기업들은 디지털경제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이를 위해 경영자는 디지털을 이해하는 마인드를 갖춰야 할 것이다.이 책은 이같은 절박함을 느끼는 최고경영자의 눈높이에 맞춰, 새로운 비즈니스 화두에 적응하는 법을 말하고 있다.디지털경제가 기존 경제상황과 무엇이 다른가를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디지털에 대한 개념이 정립돼야 할 것이다.디지털과 아날로그는 `‘비트(조각)’와 `‘아톰(원자)’의 차이로 설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날로그를 대표하는 아톰이 물질의 최소단위라면, 디지털을 대변하는 비트는 물질의 특성조차 가지지 않은 원자의 조각이다. 이 조각들 각각은 하나의 독립성을 가지고 분리와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원자는 물질이라는 연속선상에서 이해되지만 비트는 자체로 아무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수소와 산소가 합쳐져 물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질 때 수소와 산소에는 각각 물을 만드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비트는 `‘0’이냐 ‘1’이냐는 구분밖에 없다.정보의 분리와 복제가 사회생활에 가져오는 가장 큰 변화는 무수한 정보의 저장과 변환이 일어난다는 사실. 기존에 존재하던 정보도 비트로 저장하면 쪼개고 붙여 전혀 새로운 또 하나의 정보가 생긴다.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 정보의 양은 예전보다 빠른 인간의 판단과 대응을 요구한다.따라서 디지털 경제가 기존 산업사회와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결국 `속도’의 문제로 귀결된다. 저자인 앨드리치는 디지털 경제에서 CEO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같은 디지털화의 추세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이들이 갖춰야 할 덕목은 ‘속도의 경제’를 이해하는 것.A.T.커니 부회장이자 컨설턴트인 저자는 경영전반에 걸쳐 내부구조를 능률적으로 만들고 정보기술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과거 경영자들이 큰 공장을 짓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데 반해 디지털 경영인이라면 신속한 의사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경영환경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서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저자가 속도의 경제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지식경영’이다. 그는 기업들의 실제 사례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지적제품 지적시장 지적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기술적인 이야기가 종종 등장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러한 서술을 통해 저자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의 변화 추이다.따라서 굳이 경영자가 아니라 해도 경제 환경 변화의 흐름을 포착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면 유용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