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세계가 불확실하고 거칠어질수록 가정의 소중함은 더욱 커진다. 범죄와 소란, 무례한 사람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집은 최상의 안식처. 최근 미국에서는 이같은 가정회귀 현상에 주목, 집안을 아름답고 포근하게 꾸미는 생활장식품만을 판매하는 통신판매회사가 급성장하고 있다.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오하이오주 델라웨어에 있는 ‘구즈베리 패치(Gooseberry Patch)’. 이 회사는 ‘내 집에 들여놓으면 좋을 것 같은 물건만 취급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연간 1천8백만달러의 매출실적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공동창업자인 조앤 마틴과 비키 허친스(위 사진)는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벼룩시장과 골동품점을 순례하는 골동품 마니아 주부였다. 두 사람에게 사업을 해보도록 권유한 것은 허친스의 남편. 창업을 결심한 두 사람은 자신들이 갖고 싶은 물건을 중심으로 상품선정에 들어갔다.하지만 초등학교 교사와 비서 출신인 두 사람은 사업경험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각각 5천달러씩 투자한 창업자금은 시작부터 턱없이 부족했다. 하는 수 없이 허친스의 집 지하실에 첫 사무실을 꾸몄다. 가족들은 포장하는 일을 도와주었다.이들이 첫번째로 만들어낸 카탈로그는 50개의 상품을 담은 12쪽짜리였다. 1백95달러 짜리 그릇세트, 75달러 짜리 수제 곰인형, 4백달러 짜리 수제 장식의자 등이 실린 이 카탈로그는 깔끔하고 화려하기는 했지만 통신판매 수요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품질은 좋지만 가격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었다.이들은 실패를 통해 ‘고객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가격이 싼 물건들에 수요가 몰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고가의 상품을 배제하고 16달러 짜리 나무 벽걸이, 8달러 짜리 고무 스탬프와 같은 싸고 실용적인 상품들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카탈로그도 작게 소박하게 만들었고, 상품사진 대신 일러스트를 실었다.전략변경은 큰 성공으로 이어졌다. 새로 만든 카탈로그가 상당한 양의 주문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이로써 소규모 통신판매회사는 순식간에 흑자로 돌아섰고, 새로운 사무실과 창고를 임대해 ‘지하실사업’에서 벗어났다.◆ 실내장식 아이디어 단행본도 인기이 회사의 카탈로그 앞 페이지에는 충동 구매를 유도하는 아이템이 실려 있고, 베스트셀러 아이템, 신규 아이템 순으로 정리돼 있다. 취급 품목수만 4백가지에 이른다. 연간 5백만부의 카탈로그가 각계 각지로 발송돼 주문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향수, 카드, 선물전문점과 같이 비슷한 아이템을 취급하는 상점에도 상품을 공급하기 시작함으로써 판매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이 회사는 또 실내장식 아이디어를 정리한 2백쪽 분량의 단행본을 간행했다. 이 책은 40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고 2권, 3권도 이어 발행하면서 ‘상품’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파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고 있다. (02) 501-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