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의 새 주인은 미국의 포드자동차로 사실상 확정됐다.포드는 6월29일 끝난 대우차 국제입찰 제 1라운드에서 GM-피아트, 다임러크라이슬러-현대차 컨소시엄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아직 정밀실사와 최종 협상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포드의 인수가 확정적이다.포드는 이번에 70억달러(7조7천억원)의 가격을 제시, 다른 입찰참여업체를 20억달러이상의 격차로 따돌렸다. 보유 현금이 무려 2백70억달러에 달한다는 막강한 자금력의 승리였다. 이에 따라 국내 업계는 포드-현대·기아-삼성자동차를 인수한 르노의 3각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내용적으로 볼 때 한국차 시장은 이미 국내업체(현대) 대 외국업체(포드, 르노)라는 2각 구도로 재편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포드는 현재 GM에 이어 세계 판매랭킹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우차 경영이 정상화되는 향후 1~2년내 1천만대의 생산라인을 확보, 세계 1위로 등극하게 된다. 전세계 30여개국에 생산 및 조립시설을 갖고 있으며 2백여개국 1만5천개가 넘는 딜러망을 통해 차량을 팔고 있다. 작년 매출은 1천6백30억달러(1백87조원)에 순이익 72억달러(8조원)를 기록, 사상 최고의 수익을 올렸다. 보유 브랜드는 포드 링컨 머큐리 마쓰다 마틴 재규어 볼보 등 한결같이 세계 톱클래스에 올라 있다.그러나 포드의 국내시장 입성으로 현대·기아 자동차는 내수시장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과거 대우차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기술력과 다양한 세그먼트,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운 포드는 현대차그룹이 장악하고 있던 국내시장 판도를 일거에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다임러 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로 들떴던 현대는 이제 포드라는 강적을 맞아 힘겨운 싸움을 전개해야 할 입장이다.물론 포드는 당분간 대우 기존 생산라인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 및 협력업체를 상당기간 유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당장 전략 설비를 들여오기에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다. 따라서 향후 1~2년간은 그저 마케팅차원의 소규모 전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 내수시장 방어 ‘초비상’그러나 포드가 대우차 경영체제를 정비하고 전략차종을 본격 투입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배기량 2천5백cc의 칸토와 3천cc의 토러스는 현대의 EF쏘타나 그랜저XG를 직접 공략할 것이고 RV분야의 베스트셀러카인 윈드스타 익스플로러도 ‘RV왕국’인 기아자동차의 아성을 크게 위협할게 틀림없다.지금은 이들 차종이 내수시장에서 힘을 못쓰지만 대우의 탄탄한 영업망을 타고 뿌려질 경우 8%의 수입관세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여기에다 포드가 향후 월드카 생산설비까지 반입할 경우 현대·기아의 시장지배력은 현격히 떨어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측이 “아직 입찰은 끝나지 않았다”며 끝내 대우차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 때문이다.그러나 현대는 나름대로의 비책도 마련하고 있다. 미쓰비시로부터 무단변속기와 연료직접분사식 엔진을 들여오고 다임러로부터는 첨단 디젤엔진 기술분야에 협력관계를 구축, 품질로 정면승부를 걸겠다는 복안이다. 또 2002년부터 양산되는 월드카 개발시기를 앞당겨 연간 50만대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현대 관계자는 “어차피 주 경쟁무대는 해외”라며 “내수시장 점유율 10%를 늘리는 것 보다는 미국시장에서 1%를 올리는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