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감시 분야 기술력 축적 … 적설감지 시스템 등 인공지능 결합 제품다각화 의욕

펀치볼. 강원도 대암산 정상부근의 고원지대다. 겨울이면 섭씨 영하 30도를 오르내린다. 장주식씨는 어쩌면 이렇게 지지리도 운이 없나 탄식을 하곤 했다. 그많은 군부대중에서 원통에서 근무하게 됐으니 말이다. ‘인제 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다’는 그곳이다. 더구나 하사로 차출돼 지옥훈련을 받고 소총중대 화기소대 선임하사를 맡았다. 펀치볼을 중심으로 한 가파른 산악지대에서의 고된 훈련과 철책근무가 주된 생활이었다. 지뢰를 밟은 세명이 눈앞에서 산화하는 것도 봤다.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경남대 체육학과를 나온 그는 태권도 5단의 만능 스포츠맨. 그런 경력이 부대 배치에 영향을 줬는지도 모른다.하지만 군생활은 불굴의 용기와 영감을 줬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일이 닥치면 군생활만큼 힘들 수는 없다며 용기를 가졌다. 또 하나는 철책근무에서 깨달은 것. 눈으로 감시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봐도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칠흑같은 밤에는 앞이 보이질 않았다. 과학적인 감시체제가 있으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꿈은 제대후 13년이 지나서야 실현된다. 사회에 나온 뒤 사업을 하겠다며 아버지를 졸라 3천만원을 타낸 뒤 아동용 교육자재업체의 경남 총판을 맡았다. 1년반만에 깨끗이 까먹는 것으로 끝이 났지만.그뒤 전자조합에 입사해 중소전자업체를 위한 애로사항 파악과 대정부 건의를 했다. 10여년간의 조합 생활을 통해 전자분야에서 많은 업체를 알게 됐고 기업인과 인맥도 형성했다. 어떤 기업이 성공하고 망하는지도 파악했다.창업한 것은 93년. 퇴직금 등을 합쳐 모은 5천만원이 창업자금이었다. 서울 양재동에 25평 규모의 사무실을 얻고 개발을 시작한 품목은 외곽펜스 감시시스템. 군대생활에서 힌트를 얻었음은 물론이다. 울타리에 센서를 설치하고 통신망으로 중앙관제센터와 연결한 것.누군가가 울타리를 벌리거나 타고 오르면 감지해 중앙으로 정보를 보내고 카메라가 자동으로 그곳으로 향하면서 화면에 선명하게 나타난다. 중앙에 앉아서 광활한 지역을 커버할 수 있다. 카메라 프로세싱유닛 트랜스폰더 광섬유망 경보장치 폐쇄회로TV 호스트컴퓨터 네트워크프린터로 연결되는 첨단장비다. 외국제품은 국내에 소개된게 있었으나 국산화는 안된 상태였다. 2년여 연구 끝에 개발했다.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외국제품에 버금가는 품질수준을 확보했다. 가격은 수입품보다 30% 저렴했다.자신감에 넘쳐 기간시설 군부대 통신업체 등에 납품키로 하고 처음 찾아간 곳이 광양제철소. 하지만 담당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성능이 제대로 나오겠느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납품실적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적이 있을리 없었다. 장사장은 서울과 광양을 서른번이나 왕복하며 설명하고 납득시켰다. 오케이 사인이 나온 것은 6개월만이었다. 대산석유화학단지 등 거대시설 6개소에 납품할 수 있었다.이어 국산화한 것은 통합교통관제시스템. 휴가철이나 명절때 고속도로 상황이 TV를 통해 전국에 중계된다. 고속도로에 설치된 카메라가 잡은 영상이 통신망을 타고 여러 단계를 거쳐 전달되는 것. 이 과정중에서 카메라와 광전송장비를 통해 화상을 보내는게 이 회사가 하는 사업이다. 전국 고속도로의 주요 인터체인지 등에 설치된 시스템의 대부분을 설치했다고 회사측은 밝힌다.◆ 기업·연구소와 전략적 제휴, 시너지 극대화지난해 매출은 80억원, 당기순이익은 7억원을 기록했다. 올 매출은 2백억원, 내년에는 3백80억원으로 잡고 있다. 의욕적인 목표는 기존의 양대 사업인 장력외곽침입감지 장치와 통합교통관제시스템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몇가지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통합교통관제시스템에 인공지능감지기능을 결합한 다양한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적설감지센서가 한 예다. 지리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어느 지점에 어느 정도의 눈이 왔는지 노면이 얼마나 얼었는지를 파악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 차가 밀린다는 일차적인 정보에서 한걸음 나아가 다양한 교통정보를 보내준다. 지도 위에 각종 기업을 표시해 실시간으로 공해발생 상황을 점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회사측은 밝힌다.“센서와 통신시설 광전송장비 기술을 접목시킬 경우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고 장사장은 설명한다. 본사와 공장이 있는 성남에는 3개 사업부가 있다. 시스템사업부, 정보통신사업부, 기상시스템사업부 등이다.“그동안 회사가 번 돈은 한푼도 배당받지 않고 재투자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술을 축적했고 사람을 길렀지요. 이게 회사의 자산입니다.”종업원은 50여명으로 단출하지만 다른 기업이나 연구소와의 협력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사명인 장원은 으뜸으로 베푼다는 뜻. 회사의 3대 슬로건대로 ‘으뜸을 창조해 으뜸으로 키우고 으뜸으로 베푸는 기업’이 될지 기대해보자. (031)735-8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