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금 투기화·원자재 가격 상승도 변수 … 국내 금융기관 외화유동성 확보 시급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향후 세계경제에 최대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OPEC회의.최근 들어 세계경제가 조심스럽게 전환점을 맞고 있다. 우선 세계경기 순환상으로 보더라도 98년9월말 이후 미국의 세차례에 걸친 금리인하를 계기로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던 세계경제가 이제는 거의 정점(peak)에 도달하고 있다.물론 앞으로 세계경기가 둔화된다 하더라도 최근처럼 상품의 주기(life cycle)가 짧고 성장동인이 빠르게 대체되는 시기에 있어서는 경기진폭과 주기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예측기관들이 향후 수년간 세계경제성장률이 3%대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세계경제 회복세를 견인했던 세계증시도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장세로 변화되고 있다. 기업 혹은 금융기관간의 주가차별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앞으로 세계경제는 산업간 불균형, 빈부격차 문제가 심화돼 질적인 측면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국제금융시장에서는 금리인상 국면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금리는 경기와 증시여건에 따라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으나 지난 1년간의 금리인상으로 경기가 연착륙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나 증시과열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국제자금, 고위험-고수익 투자수단 선호문제는 지난 1년간 금리인상 정책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증시가 조정국면을 보임에 따라 투자수단이 갈수록 불건전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점이다. 최근처럼 글로벌 투자·기금(fund) 투자가 일반화된 시대에 있어서는 종전의 투자대상에서 수익률이 떨어질 경우 반드시 새로운 투자대상을 모색해야 한다.최근에도 국제투기자금들이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고위험-고수익’ 투자수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이같은 현상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추세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불확실하다. 관건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금리정책에 따라 세계증시의 조정국면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일본의 제로금리정책이 포기되느냐 여부도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포기를 주장하는 측은 일본은행이다. 일본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이상 경기부양효과 이외에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소득분배구조 왜곡,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구조조정 지연과 같은 많은 부작용을 야기시키고 있는 제로금리정책을 지속해야 할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반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공교롭게도 일본을 제외한 G7국가다. 일본이 제로금리정책을 포기할 경우 금리인상과 엔화 강세에 따른 디플레 효과 때문에 경제가 다시 침체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일본의 제로금리정책이 포기될 경우 세계경제 입장에서는 크게 두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최근처럼 미국경제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경제마저 침체될 경우 세계경제는 급속히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어려울 때마다 일본의 역할분담론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다른 하나는 미·일, 유럽·일본간의 금리차로 값싼 엔화 자금을 차입해 투자하는 소위 엔캐리 트레이딩의 축소는 불가피하다. 이 경우 직접적인 타격은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들이다. 반면 제로금리정책이 추진되는 동안에 과도하게 이루어진 일본의 해외투자분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이 과정에서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엔화 차입비중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97년말 외환위기도 일본 금융기관들의 대출회수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하반기 이후 일본경제의 모습에서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위안화 절하여부도 예의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 중국의 WTO 가입문제는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다. 중국이 WTO에 가입할 경우 위안화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중국이 갖고 있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10%가 넘는 대량의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위안화 절하임을 감안하면 이런 시각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위안화가 절하될 경우 수출증대를 통해 경기부양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반면 위안화 절하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홍콩과의 남아있는 경제통합이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위안화가 절하될 경우 ‘1달러=7.8홍콩달러’를 중심환율(pivot rate)로 운용하고 있는 통화위원회(currency board) 제도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홍콩과의 경제통합이 멀어진다는 의미다.지난해 이후 중국이 상해시를 국제금융센터로 육성하는 구상과 이제는 유효구매력이 어느 정도 확보됨에 따라 12억이 넘는 인구를 겨냥한 경제대국형 성장전략 추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관건인 재원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도 중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위안화 절하를 통해 수출증대를 모색할 경우 금년 들어 중국의 시장개방을 대외정책의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는 미국과 최근 들어 ‘신아시아 중시정책’을 재추진하고 있는 EU와의 통상마찰이 예상된다.아시아 지역에서도 일본과의 역학관계에 있어 뒤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중국은 아시아 지역과의 경제관계를 활용해 위상을 강화하려는 일본을 견제해 왔다. 특히 아시아 금융위기 과정에서 ‘신 미야자와 플랜’에 대해 강력히 비난해온 상태다. 그 이면에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위상을 염두에 두어온 전략이다.이런 점을 감안하면 중국은 WTO에 가입한 이후에도 내부적으로는 위안화가 절상되기를 더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실제로 1천5백억달러에 달하고 있는 외환보유고와 매년 2백억달러가 넘는 무역수지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외화여건하에서는 위안화가 절상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중국 WTO가입 아시아 경제관계 변수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원유공급을 늘리면 원유수입이 크게 줄어드는 원유수요곡선의 특성을 감안할 때 국제유가 향방에 관건이 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증산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농산물 가격도 미국 중서부 지역을 비롯한 주요 산지가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비철금속도 주요 생산국들의 공급조절정책으로 가격상승세가 쉽게 누그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일부 예측기관들은 향후 세계경제나 각국 경제에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최대복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결국 98년9월말 우리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든 이후 비교적 순탄했던 대외여건이 앞으로는 그렇게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 준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대외환경 변화를 감내해 낼 수 있는 완충장치를 확보하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대외자산에 대한 건전성 관리가 중요한 정책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단기적으로는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도 조속한 시일내에 마무리해 부실을 털어내야 대외환경 부담을 흡수해 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술과 품질, 디자인과 같은 가격 이외의 경쟁력을 확보해 경제구조를 소프트화해야 하는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