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수주에서 LNG선 등 고부가가치선으로 수주 전환 … 투자 비중 확대 바람직

지난해 세계 최대의 조선강국으로서 군림하고 있던 일본을 6년만에 따돌리고 수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한국 조선업체들은 올해 상반기에도 일본을 완전히 압도하는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한국 조선업체들의 올해 상반기 수주 실적은 99년 전체 수주 실적에 거의 육박하는 1천만GT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일본의 상반기 수주 실적은 한국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한국조선업계가 이처럼 수주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우선, 엔화 강세와 원재료비의 차이로 인해 일본 조선업체들이 가격 측면에서의 수주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조선업체들의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일본 조선업체들의 차별화 전략이 별로 먹혀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수주 실적은 상반기 대비 둔화이와 함께 선주사들이 최근 일본 조선업체들이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향후 선박 인도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점을 우려해 일본업체에 대한 발주를 줄이고 있는 점도 한국조선업계의 수주 증가를 이끈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이처럼 상반기의 수주 실적은 대규모였지만 하반기의 수주 실적은 상반기 대비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이는 현재 한국 조선업체들이 대부분 2년6개월 내지 3년간의 물량을 이미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조기 납기를 원하는 선주사들이 수주물량이 줄어들어 건조 도크의 여유가 있는 일본으로 발주를 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따라서 하반기의 상대적인 수주 부진은 일본과의 수주 경쟁에서 뒤지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인 물량 과부하에 따른 현상으로 파악해야 한다.현재 일본과의 경쟁은 한국의 우위로 일단락된 상태여서, 하반기 한국 조선업체들의 수주 활동은 현재의 수주 잔량을 유지하는 정도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최근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 활동은 과거와는 다른 형태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지난 95년 설비 증설 이후 부족한 수주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저가로도 수주를 해 오던 전략에서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미 충분한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에서 고부가가치선 및 대형 프로젝트 등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인 수주 활동으로 전환하고 있는 상태다.◆ 환율 안정도 수익성 개선 일조따라서 최근의 수주 실적을 분석해 보면 과거와는 달리 수익성이 좋은 대형 컨테이너선, VLCC, LNG 및 페리선(소형 여객선)의 수주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일본 조선업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수주 부진이 계속되는 바람에 물량 확보를 위한 수주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한편 상반기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 실적은 단순한 물량의 증가뿐 아니라 수주한 선박의 선가가 상승한 상태에서의 수주여서 향후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에는 상당히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조선업체들의 수익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선가와 환율을 들 수 있다. 보통 수주한 선박이 건조될 시기의 환율을 미리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건조될 선박의 선가는 이미 정해진 상태이다. 따라서 조선업체들의 수익성을 앞서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건조 예정인 선박의 선가가 미리 확정되기 때문이다.2000년도만 놓고 보면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익성은 지난해보다는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의 특성상 선가가 매출에 반영되는 시기는 1년반에서 2년 정도 걸린다. 이같은 이유로 올해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익성은 지난해보다는 낮아질 전망이다. 현재 건조중인 선박은 98년에 수주받은 것들로 이들의 선가는 지난해 건조된 선가보다 낮은 수준이고 원/달러 환율도 지난해 대비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지난해부터 상승한 선가는 2001년 하반기부터는 매출로 연결될 것이다. 또 최근에 수주되는 선박의 선가가 상승세이고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2001년도 하반기부터는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이러한 수익성 개선 가능성뿐만 아니라 상반기 수주 실적은 일본과의 경쟁에서 한국 조선업체들이 신조선 수주에서는 완전한 경쟁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신조선 시장은 과거 유럽이 주도했으나 이후 일본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이후, 이제는 한국으로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로 돌아선 선가는 하반기에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그동안 선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하던 요소들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즉 지난해까지 이어온 선가의 하락세는 전체 시장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한국과 일본의 환율 상승에 따른 효과와 한국 조선업체들의 물량 확보를 위한 무리한 수주 경쟁이 주요 요인이었는데, 최근에는 이런 효과가 모두 사라진 상태이다. 따라서 환율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고 한국 조선업체들이 충분한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여서 최근의 선가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결론적으로 최근의 조선업 주변 환경을 감안할 때, 한국 조선업체들은 수주에서 1위를 유지하며 당분간 최대의 호황을 구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회사별로는 전체 수주 시장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중공업이 삼호중공업 위탁 경영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높은 영업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삼성중공업 역시 드릴쉽과 같은 고부가가치선의 수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수익성 개선폭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중공업은 컨테이너선의 대형화에 따라 건조 도크의 한계에 부딪힐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있지만, 특화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영업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중공업, 고부가가치선 수주 비중 높아다만 조선업체의 경우 영업적인 측면이외의 요소들이 주가 상승에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는 그동안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 출자 등을 통한 지원으로 소액 주주들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삼성중공업은 3천1백50억원을 출자한 삼성상용차의 손실 발생으로 인한 추가적인 부담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으며,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건설과의 합병에 따른 주당 수익성 악화가 여전하다는 점이다.그러나 이러한 부담감들은 이미 시장에 반영되어 있는 상태로 판단돼 국내 조선업체들에 대한 투자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비중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