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땡볕에 오래 서 있다 보면 어지러운 느낌과 함께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쓰러지는 경우가 생기는데, 의학적으로는 이를 가리켜 ‘열 실신(heat syncope)’이라고 한다.이는 갑자기 고온에 노출되면서 우리 몸의 말초 혈관이 확장되고 혈액이 주로 다리에 몰리게 되어 대뇌로 가야 할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대뇌 허혈 상태가 유도되어 실신하게 되는 것이다.이런 증상은 고온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잘 오는데, 육체노동을 하지 않더라도 갑작스럽게 올 수 있다. 이때에는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곧바로 회복되며 다리 쪽을 높게 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주로 고온에서 오랜 시간 서 있어야 하는 사람에게서 문제가 되는데 한번 적응하면 잘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열 실신은 초여름에 잘 발생한다.일사병은 흔하지 않은 질환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대부분 사망하게 되는 매우 위험한 병적 상태를 말한다. 더위로 인한 질환 중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보통 열사병이라고도 한다.인체에는 체온유지를 담당하는 체온 중추가 있어 땀을 흘리거나 호흡 등을 통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데, 무덥고 다습한 환경에서 격심한 육체노동을 하면 체온 조절 기능에 장애가 생겨 체온이 40도까지 급상승하는데도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마르고 뜨거워지며 혼수 경련 등을 일으키게 된다. 이때에는 얼음물이나 알코올로 피부를 식히는 등 체온을 39도까지 가능한 한 빨리 떨어뜨리고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열사병과 유사한 상태로 열탈진이 있는데, 열사병과 증상이 비슷해 구분이 어렵지만 체온이 39도 보다 낮아 위험도가 훨씬 적다는 차이가 있다. 흔히 더위를 먹었다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이 외에도 고온 노출과 관련된 질병에는 열 경련이 있는데 근육에 경련이 오는 것으로, 과도한 운동으로 인해 수분과 염분이 소실되어 발생한다. 주로 축구 선수나 마라톤 선수들이 운동 중에 발생하는 근육의 경련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수년전 미국에서 열렸던 월드컵 경기에서 많은 선수들이 살인적인 더위로 인해 운동 중 이런 증세가 나타난 것을 본 적이 있다. 대부분 1% 소금물이 도움이 되나 심하면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 전에 미리 염분과 포도당이 함유된 음료를 충분히 섭취하고 적당한 스트레칭 운동을 하면 예방할 수 있다.미국 예를 보면 매년 3백명 이상이 고온 노출로 인한 병으로 사망했으나 작년에는 한 주간의 폭염으로 과거의 연간 집계 보다 많은 사람이 사망하기도 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온대성 기후의 좋은 환경 덕에 그렇게 염려할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간의 기상 이변과 관련된 세계적인 피해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이런 고온과 관련된 질병은 모두 예방이 가능하다. 특히 열에 취약한 노인이나 어린이들은 주의를 기울여 고온 환경에 너무 오래 있지 않도록 하고 평소 충분한 영양섭취를 하며 적절한 운동을 함으로써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02) 760-3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