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사업·엔터테인먼트사업 등 ‘콕콕’ 찍어 거액출자 … 일부는 ‘연합전선’ 구축, 공동 투자

돈과 권력은 ‘있는 사람’에게 더 붙는다는 말이 있다.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리고 정보가 돈을 벌어다주는 지식사회에서 어김없이 이런 말은 잘 들어맞는다. 특히 재력과 정보력을 두루 갖춘 재벌가 2~3세들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돈 벌 수 있는 곳만 ‘콕’ 찍어서 투자하는 것 같다.요즘 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서로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정보를 교환하고 때론 공동으로 거액을 투자하기도 한다. 최근엔 아예 십수명의 재벌 2세들이 손에 손을 잡고 한 업종에 공동 투자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꿈틀대고 있는 이들의 돈은 지금 어디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코오롱 이회장, e-비즈 진출 적극적코오롱 이웅렬 회장(45)은 재벌 2세들중 가장 적극적으로 e-비즈니스에 진출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회사 임원들과 대화시 “올해 말까지 세계 2백대 IT기업의 사장들을 만나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그의 관심은 대단하다.지난 2월 계열기업의 닷컴 비즈니스를 컨설팅할 이앤퓨처(e&Future)사를 설립한 것이 이회장의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을 엿보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의 자본금은 30억원. 초기 자본금 중 30%를 이회장이 출자했다. 회장 부속실에서 IT관련 일을 하던 조직을 아예 분사, 99년10월 별도법인으로 설립했다. 이 회사는 코오롱의 e-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컨설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최근 서울 삼성동에 오픈한 아이퍼시픽파트너스(iPacific Partners)도 코오롱 패밀리. 업종은 벤처 캐피털이고 앞으로 무선 인터넷 사업과 B2B전자상거래 분야 투자에 주력할 계획이다. 자본금은 1백50억원으로 이회장이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이에 앞서 이회장은 지난 98년 온라인 국제금융거래 시스템업체인 오원(01 inc.)에 투자했다. 또 지난 6월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과 함께 아이투신운용사(이회장 지분 12.7%)를 세워 금융업에 발을 들여 놓았다.현대산업개발 정몽규회장(39)은 이회장과 고대 선후배라는 학연으로 엮인 탓인지 지난해 유난히도 이회장과 같이 다닌다는 소문이 많았다. 이런 탓인지 몰라도 현대산업개발 정회장의 e-비즈투자는 코오롱 이회장만큼 활발하다. 소프트뱅크 앤 플랫폼이라는 B2B 컨설팅 업체에 정회장이 2.5%를, 이회장이 13%의 지분을 각각 출자했다. 아이투신운용의 경우에도 정회장은 63.3%의 지분을 댔다.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코오롱건설이 대주주인 테크게이트(아파트단지 전용 인터넷 솔루션 업체)에도 정회장의 현대산업개발이 일부 지분참여를 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이미 대림산업 등 7개업체와 아이씨티로라는 아파트전용 인터넷 업체에 출자를 했는데도 경쟁업체인 테크게이트에 지분을 출자했다는 것은 정회장과 이회장의 친분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 아파트 건설 사업이 정보통신과 광범위하게 연계된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행보는 발빠른 투자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33)씨의 행보도 요즘 재계의 핫이슈다. 이재용씨는 최근 삼성의 e-비즈니스를 도맡을 e-삼성의 최대 주주로 부상, 재계 관심은 온통 그의 행보에 쏠려 있다. 지난 5월 설립된 이 회사의 자본금은 1백억원으로 그의 지분은 60%다. 이 회사는 금융포털과 B2B전자상거래 그리고 그룹의 온라인 비즈니스 사업부문을 이관받아 국내외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이재용씨는 또 에스원과 삼성SDS가 공동출자해 지난 4월 설립된 시큐아이닷컴의 대주주다. 이 회사에 대한 그의 지분은 50%. 이 업체의 주력분야는 네트워크 시스템과 보안 소프트웨어 공급이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이종진 차장은 “이재용씨는 오랫동안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닷컴기업들의 실패와 성공사례를 공부하는 등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며 “앞으로 e-삼성의 방향과 전략을 짜낼 것”이라고 말했다.이재용씨는 통신장비설치업체인 서울통신기술에도 30만주를 갖고 있어 50.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통신기술의 경우 자본금 55억원의 업체지만 연매출액은 1천7백억원이고 당기순이익도 1백억원이 넘는 알짜기업이다. 이같은 이재용씨의 투자 행태를 보면 온라인 비즈니스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컨설팅하는 사업과 벤처투자, 온라인 금융업 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반면 삼성가의 장손인 제일제당 이재현 부회장(41)과 누나인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사업부 상무(43)는 음악, 영화, 물류, 쇼핑몰 등 돈되는 사업에 전방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자본금 4백억원의 CJ 홀딩스는 그동안 산만하게 퍼져있던 엔터테인먼트 사업(CJV 멀티플렉스 극장, 드림뮤직)과 물류(CJ GLS), 쇼핑몰(CJ삼구쇼핑), 정보통신(드림라인) 등을 묶는 일종의 지주회사가 될 예정. 오는 9월 출범할 CJ홀딩스의 대표는 이부회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제당의 캐시카우(Cash Cow)인 식품사업은 손경식 회장이 총괄하지만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사업군은 이부회장이 총괄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상무는 인터넷 포털업체인 골드뱅크의 1대 주주(라시인베스트먼트). 그는 제일제당에서도 CJ엔터테인먼트사업을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주로 오락산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SK 최회장, 인터넷·생명공학 사업 추진SK 최태원 회장(41)이 진행하고 있는 투자의 방향은 인터넷사업과 생명공학 사업으로 좁혀진다. 인터넷 사업의 경우 오케이캐시백(okcashbag.com)을 주축으로 연말까지 1천억원을 들여 1백개의 사이트를 오픈한다는 계획. 지금까지 집행된 금액은 1백억원이다. 구체적인 내역을 보면 mcc21.com(종합 연예 콘텐츠 포털), 아이윙즈(검색엔진 등 솔루션 개발업체), 코리아에셋(온라인 부동산 사이트) 등에 투자했다. 올해말까지 1백개의 사이트에서 5백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의 방향은 하드웨어, 솔루션, 콘텐츠 등 돈이 되는 곳엔 어디든지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SK주식회사 한 관계자는 전했다. 생명공학 사업의 경우 연말까지 바이오벤처 업체들에 5백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최회장도 고대 선후배 관계인 코오롱 이회장, 현대산업개발 정회장 등과 함께 인터넷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직 사업성을 검토하는 단계지만 온라인 자동차 판매회사 설립에 관심이 많다. 또 최회장은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코리아에셋에도 투자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최회장은 이런 e-비즈니스 투자와 함께 오프라인 기업도 벤처기업처럼 경영, 관심을 끌고 있다. SK 모기업인 (주)SK회장인 그는 회사내 임직원이 아이디어를 내면 사업성을 검토한 뒤 과감히 벤처로 분사하는 경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삼보 이용태 명예회장의 차남인 이홍선 사장(40)은 손정의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사업의 국내 사령관을 맡고 있다. 이사장은 소프트뱅크코리아와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의 대표이사로 국내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인큐베이팅까지 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코리아는 올 매출 1천5백억원에 1백80억원의 순이익을 바라보고 있다. 바야흐로 인터넷붐을 타고 재계 영토확장전은 1세 창업자들의 오프라인 경쟁에서 2세들간의 e-비즈 투자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전쟁에서 누가 승자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