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스피드 매매 손실 속도도 ‘초스피드’ … 몇백배 수익률 올린 영웅담 경계해야

‘나라고 못하랴.’ 회사원 박광수씨(36·가명)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비슷한 자세로 데이트레이딩을 시작했다. 98년 첫 투자에서 얼결에 수익을 올렸으나 이후 내리막길이 계속되자 ‘데이트레이딩이야 말로 원금을 빨리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생각으로 지난 2월부터 데이트레이딩을 했다. 그러나 데이트레이딩은 손실을 입는 속도도 엄청나게 빨랐다. 아내 몰래 대출받은 2천만원을 포함, 3천만원이던 원금은 두 달만에 6백만원으로 줄었다. 그런데도 박씨는 여전히 데이트레이딩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인 그는 아침, 점심시간, 장 마감 전 세 차례 거래한다. 업무에 집중할 수도 없고 항상 초조한 상태가 계속되는 등 데이트레이딩의 부작용을 인정하지만 ‘당장은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인터넷 증권 관련 사이트에는 ‘개미가 데이트레이딩으로 떼돈 벌었다는 얘기 들어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는 식의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부작용에 대한 언급도 많다. 박씨뿐 아니라 ‘데이트레이딩으로 망했는데도’ 그만두지 않겠다는 이들도 부지기수이다. 그들은 하루에 투자원금의 10% 이상씩 수익을 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곧 나도 저렇게 되겠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말한다.또 하루하루, 짧게는 분 초 단위로 승부를 내는 데이트레이딩의 짜릿함에 중독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같은 데이트레이딩의 위험성과 ‘이면’을 집중적으로 지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데이트레이딩 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이버 애널리스트 보초병, 정석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린 이상욱씨, 이런 저런 주식에 결국 데이트레이딩까지 하다 모든 것을 잃은 정병천씨 등이다.◆ 사이버 애널리스트 보초병 박동운씨“데이트레이딩할 시간에 종목 발굴하라”코스닥터 등의 사이트를 통해 개미들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는 사이버 애널리스트 보초병.(본명 박동운·37)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전화와 e-메일로 개인들의 상담을 받는 그는 데이트레이딩 해봐야겠다는 상담자가 있으면 ‘절대 하지 말라’고 설득한다.데이트레이딩에 대한 사회적 평가같은 것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데이트레이딩에는 다년간의 경험, 피나는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자격을 갖춘 개인투자자는 거의 없다. 따라서 개미는 하면 안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데이트레이딩은 길어도 2개월 안에 승부를 내야 합니다. 식사도 제대로 못하며 화장실에 가지 않기 위해 물도 마시지 않고, 여기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2개월 안에 만족할 만큼 수익을 못내면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판단이 흐려지면서 더 큰 손실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그는 현재 일고 있는 데이트레이딩 붐은 증권사가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수수료 수입 때문이다. 몇 달만에 네자리수의 수익률을 올렸다는 ‘스타’를 배출, 일반인들을 혹하게 만드는 각종 수익률 대회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한달, 길어야 두달 동안 열리는 수익률 게임 자체가 데이트레이딩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 아닙니까.” 종일 컴퓨터에 매달려 데이트레이딩을 할 시간과 노력이 있으면 기업분석 종목발굴 기술적분석 등 주식투자의 기본이 되는 공부에 투자하라고 힘주어 말했다.“부디 지금 수익 못내면 영원히 못낸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주식시장은 항상 열려 있고 앞으로도 열려 있을 것 아닙니까. 두세달 동안 종목 발굴을 해놓고 시기를 기다리면 기회는 항상 옵니다.”◆ 머니OK 사이버 애널리스트 이상욱씨“실패한 뒤 공부 … 정석투자”금융 포털 사이트 머니OK의 사이버 애널리스트이자 인터넷 기획자로 일하는 이상욱과장(31)은 적극적인 자세로 공부하고 나름의 장기투자관으로 투자에 성공한 케이스.그는 94년 5백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대출금 2천만원을 비롯, 계속 쏟아 넣은 원금 5천만원이 8백만원까지 줄어들자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투자 자세가 달라졌다. 본격적으로 주식 공부에 나서 매매일지를 작성하고 증권 관련 사이트에 부지런히 글을 올려 다른 이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미국 야후, cnnfn, 시카고 선물 시장 등의 사이트에 들어가 해외 정보를 수집하고 산업의 상승 하락세를 반드시 살피는 것은 기본이다. 그는 ‘관심 종목이 있다면 그 기업의 대체재나 보완재에 해당하는 기업 동향까지 체크하면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충고한다.이같은 자세로 기다리면서 투자하자 결과가 나타났다. 98년 12월 7일에 굿모닝 증권을 당초 계획했던 매수단가가 되자 6천2백원에 매수해 목표수익률 50%가 나오자 팔았다. 매수시기를 잘 잡았던지 별로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99년에는 코스닥에 관심을 갖고 하나로 통신주를 1월11일 5천8백원에 매수, 약 넉달후인 4월12일 1만2천원에 매도했다. 결정적인 수익은 99년 10월 19일 7천원에 매수한 한글과 컴퓨터를 올해 2월 17일 4만5천원에 팔아 5백44%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 5천만원이 3억원이 되자 대출금을 갚고 이후 투자 금액을 3천만원으로 줄였다.이과장은 상당수의 주식을 갖고 있던 한글과 컴퓨터 주주동호회 회장까지 맡아보며 회사 내용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은행계 리스사에서 일하던 그는 금융포털 사이트의 사이버 애널리스트로 직업도 바꾸게 됐다.그의 투자내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전형적인 장기투자자는 아니다.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되면 며칠만에 사고 팔기도 한다. 그러나 철저한 손절매 원칙을 세워 이를 지키고, 시장 상황, 관심 업종이나 종목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미리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뒤 오랫동안 ‘때를 기다리다가’ 거래에 나서는 등 흐름을 중시하는 정석투자자다.이과장도 ‘직업상의 이유’ 로 요즘 가끔 데이트레이딩을 한다. 대중의 관심이 워낙 높아 실전을 통해 분석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러나 투자금액은 아주 적고, 직업상 항상 시장상황을 지켜보아야 하므로 따로 시간을 들이는 것은 아니다. “보통 직장인이 어떻게 데이트레이딩을 할 수가 있을까요?”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데이트레이더를 위험한 도박으로 몰고가는 매수 및 매도 잔량 공개에 대해서도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 이과장의 생각이다.◆ 주식경력 12년차 정병천씨”주식투자 하지 말라”자신의 투자 실패담을 공개해 무분별하게 주식에 몰려드는 개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정병천(42)씨는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물이다. 12년간 주식투자를 하면서 전재산을 쏟아부어 결국 가족과 친구 모든 것을 잃고 집을 나와 비참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그의 주식경력에 결정적으로 종지부를 찍은 것이 바로 데이트레이딩이다. 99년 말, 거래해오던 증권사 직원이 사이버 지점장으로 나가면서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해 별 지식도 없이 데이트레이딩을 시작했다.이제까지 입은 손실을 단숨에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였다. ‘데이트레이딩을 시작한 이후, 그날의 첫번째 거래에서 손실을 입으면 종일 마음이 초조하더라’는 것이 그의 경험담. 마음이 급해지면 거래 횟수만 계속 늘어난다. 그러다 하루에 6백만원의 손실을 입은 날도 있었다. ‘잔뜩 쌓여있는 매수 잔량은 항상 견디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고 정씨는 털어놓는다. 결국 그는 데이트레이딩을 시작한지 40여일만에 동생에게 빌린 2천만원중 반을 잃고 주식에서 손을 뗐다.“데이트레이딩을 시작할 때는 모두가 내게 장점만을 늘어놓았습니다. 최소한 6개월 이상의 모의투자를 거쳐야 한다는 충고 같은 것은 아무도 하지 않더군요.” 그는 “정 하고 싶으면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갖고, 주식을 보유할 때와 쉴 때를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면서 “그러나 일반인들은 주식투자에서 손을 떼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