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부동의 1위·삼성 LG 국민, 2위 놓고 엎치락뒤치락 … 통합서비스·카드론 시장 격전

신용카드 업계는 부동의 1위를 둘러싸고 2위사 셋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양상이다. 12개 은행 연합체 BC카드가 시장의 40% 가량을 점유하고 있으며 뒤를 이어 삼성, LG, 국민카드가 절대 강자도 없이 15∼20%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2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LG가 박빙의 2위 자리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26쪽 그래프 참조)올해 카드 사용액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경기 회복과 당국의 정책 성공이다. 그러나 이렇게 ‘멍석이 깔리자’ 기회를 꽉 잡으려는 카드사들의 열띤 마케팅 경쟁도 카드 사용액 증가에 한몫했다. 특히 카드 업계 전체가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전문계 카드사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1위인 비씨카드의 시장점유율은 4.3% 하락한 반면 LG캐피탈과 삼성카드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3.4%와 1.5%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이 두 회사를 중심으로 한 공격적 영업에 힘입어 카드 사용액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성 겨냥 카드 개발 ‘인기몰이’올해 마케팅 트렌드에서는 타깃별 차별화 전략이 두드러진다. LG가 약진할 수 있었던 것도 타깃 시장,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출시된 레이디 카드는 9개월만에 1만명을 넘는 가입자를 확보해 선풍을 일으켰다. 원래 3년전에 나온 상품이지만 거의 사장될 뻔했던 것을 새로 손질해서 내놓아 히트를 쳤다.LG캐피탈 윤경수 과장은 “신용카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잠재된 수요를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특정 고객 계층을 공략할 필요가 있었다”며 “여성들의 구매력이 높아진 시기와 맞물려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LG의 성공에 자극받아 다른 카드사도 여성 전용 신상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국민의 ‘e-퀸즈카드’, 삼성의 ‘지엔미카드’, 외환의 ‘아이 닷 미즈카드’ 등이 이때 나온 상품이다. 지난달 23일 비씨카드가 올 상반기중 고객 이용 형태를 분석한 결과도 이같은 추세를 잘 반영하고 있다. 여성의 카드이용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2% 늘어 43%를 차지했고, 이용액은 1백21.1%나 늘었다.편리함을 강조하는 통합형 카드도 앞다퉈 나왔다. 할인이나 캐시백 서비스를 받기 위해 제휴사와 가맹점에 따라 여러개의 카드를 소지해야 하는 불편을 없애주는 것. 비씨카드는 캐시백·정유·항공 등 각종 포인트 기능을 한곳에 담은 ‘비씨탑’을 내놓았고 국민카드도 주력상품인 ‘패스카드’에 교통카드, 할인서비스, 은행현금카드, 신분증기능, 출입통제관리 등 10가지의 기능을 한데 모아 원카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이밖에 인터넷 사용이 잦은 20,30대 남성 직장인을 잡기 위한 LG ‘2030’,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청소년과 네티즌 고객을 공략하는 삼성카드의 ‘올앳’등이 타깃 상품의 대표적 사례다.신상품 출시뿐 아니라 출혈성에 가까운 서비스 경쟁도 뜨겁다. 3∼6개월간 무이자 할부, 연회비 면제, 마일리지 누적 서비스 제공, 국세청의 신용카드 복권제와는 별도의 카드사 자체의 복권제도 등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아이디어가 속출했다.이같은 공격 영업은 이미 카드업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대기업에 맞서 시장을 선점해두겠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한편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시장도 발급자수 늘리기에 못지 않은 격전지다. 전화, 인터넷, 휴대폰 등을 이용해 ‘더 편하고 더 빠르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속속 등장했다. 비씨카드는 고객 이용도 및 카드실적에 따라 2백만∼5백만원 한도 내에서 11∼16%의 금리를 적용해 인터넷 대출을 시작했다. 삼성카드와 LG캐피탈은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 대출을 실시한다.휴대폰으로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신청하면 그날 고객의 계좌에 돈을 넣어준다. 이같은 서비스 경쟁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올 상반기 현금서비스매출 신장률은 전체 매출신장률을 크게 앞지른다. BC 5백1%(4백3%,괄호안은 전체 매출 신장률), LG 2백69%(2백36%), 국민 2백54%(1백71%)등이다.◆ N세대·e-비즈니스 관련 시장도 눈독이제 카드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은 네티즌 혹은 N세대 시장과 e-비즈니스 관련 시장이다. 전자상거래 규모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지불수단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다 세계적으로 전자화폐의 보급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거나 유료 콘텐츠를 이용할 때 사용하는 지불 방법으로는 해당사에 송금, 신용카드 결제, 사이버 머니 이용 등이 있었다.어느 방법이나 정보 입력시의 번거로움, 보안 문제 등이 제기되는 까닭에 새로운 지불수단에 대한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시장성에 대해 누구도 정확한 예측을 할 수는 없지만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올앳 백인성 실장) 전자화폐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박스기사 참조)대기업들의 카드 진출이 기정사실화 되어 있는 데다, 주택은행 등이 비씨카드의 공동마케팅 체제에서 나와 차별화된 마케팅을 전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카드시장 쟁탈전의 열기는 하반기 이후에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와함께 차세대 지불 수단의 다양화에 따라 카드사들과 벤처형 전자지불 업체간의 업무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카드시장 이라는 ‘파이’는 점점 커질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돈되는’ 카드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격해질 전망이다.★ 신용카드 이후의 화폐 혁명 ‘전자화폐’불룩한 지갑 날씬하게 … IC칩형 카드로 결제 OK지난 69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신용카드가 대중화되는데 걸린 시간은 약 20여년. 그렇다면 신용카드는 앞으로도 가장 대중적인 결제 수단으로 존재할 것인가. 결론은 아니다. 차세대 지불수단으로 전자화폐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전자화폐는 간편하고 투명한 결제 수단이라는 장점이 있다. 지갑 가득 불룩한 여러개의 카드를 하나로 줄일 수 있으며, 잔돈이 없어 난처한 경우를 만날 일도 없다. 또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전자화폐의 장점은 안전성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료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품 구입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신용카드 번호 등 사용자 정보를 입력할 때 ‘번호가 유출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떨치지 못한다. 전자화폐는 IC칩에 이용자별 정보를 보관하고 있어 정보가 ‘인터넷 상에서 떠돌아다니지 않고’ ‘오프라인’에 담아 두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같은 걱정을 씻어낼 수 있다. 또 음악 영화 방송 등 인터넷 콘텐츠는 1천원 미만의 소액결제가 많아 신용카드를 사용하기가 어렵다.최근 선보이고 있는 전자화폐는 크게 IC칩형 선불카드와 네트워크형으로 나뉜다. 이중 대규모 사업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단연 IC칩형 선불카드다. 이것은 현재 사용되는 선불형 교통 카드와 비슷하다. 단말기가 설치된 곳이면 자동판매기나 편의점 등 현금처럼 어디서나 사용하는 것. 스마트카드라고도 부른다. 카드 인식형 출입문, 주차장 등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교통카드, 출입증 등 여러 기능을 카드 하나에 통합해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똑똑한 카드다.이 시장에는 직접 수혜자인 은행권과 전자화폐 단말기 업체, 카드사, 통신업체, 유통업체까지 컨소시엄 구성에 나서고 있다. 현재 구성된 컨소시엄은 한국은행 금융결제원 주도의 K캐시와 마스터카드의 국내 프랜차이즈인 몬덱스코리아, 비자카드 주도의 V캐시, 국내 카드3사의 컨소시엄 A캐쉬 등이다. 비자카드 주도의 V캐시는 자본금 1천5백억원 규모로 삼성물산, 비자회원 및 금융기관, 롯데칠성 등이 지분참여를 하고 있다. 몬덱스에는 마스터카드, 국민은행, 조흥은행, 기업은행, 한국조폐공사, 한국통신 프리텔, 한글과 컴퓨터 계열사인 한소프트네트 등이 참여한다.먼저 서비스에 들어간 곳은 몬덱스코리아와 K캐시. K캐시는 26일부터 강남 테헤란 밸리 일대에서 시범서비스에 들어갔고 몬덱스코리아는 27일부터 서울 코엑스몰에서 상용화에 나섰다.지금 발급중인 카드는 두개의 IC칩과 한 개의 마그네틱선이 있어서 신용카드, 교통카드, 전자화폐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몬덱스코리아의 조인욱 대리는 “전자화폐가 아직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이같은 과도기 형태를 취했다”며 “전자화폐가 널리 보급되고 통합이 이루어지면 칩 하나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단가가 1만원대에 이르는 IC카드를 보급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한다.IC칩형 전자화폐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사업을 주도하는 만큼 K캐시가 국내에서는 가장 경쟁력있는 사업자가 되는 가운데 몬덱스와 V캐시가 시장을 양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K캐시 카드는 국외에서 호환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마스터의 몬덱스카드와 비자 V캐시는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IC칩 카드의 보급은 가맹점 확대 등 인프라 구축 속도에 달려 있다. 이를 불편없이 사용하려면 IC칩 카드용 단말기가 설치된 가맹점이 곳곳에 있어야 하고 충전용 CD·ATM기 등도 설치돼야 한다. 각사들은 충전장치가 달린 공중전화나 휴대폰 등도 개발중이다. 가맹점 수수료는 일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2.0∼3.5%에 비해 낮은 1.5% 내외. 또 각 화폐간의 호환성 문제도 빠른 보급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IC카드에 비해 네트워크형 카드는 다운로드형, 지불서버형, CD스캐닝형 등 종류도 다양하고 사업자도 많다. 시장 자체가 아직 형성 초기단계인 만큼 강자와 약자를 구분하기 힘든 상태. 삼성의 올앳카드, 이코인, 엔캐시 등이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삼성 올앳카드의 경우 선불식 신용카드 형태다. 별도 단말기 없이 기존 신용카드 단말기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올앳카드 계좌로 직접 돈을 송금하거나 이체 등을 통해 충전한 뒤 소매점에서 카드를 사용하면 된다.전자화폐 사업자들의 주요 공략 대상은 ‘신용카드의 사각지대’인 3만원 이하 소액 다거래 결제 시장과 N세대 시장이다. 국민카드의 e-비즈니스 사업부 오창석 과장은 “소위 ‘잔돈시장’은 현재 54억원 정도 규모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시장의 규모 자체를 예측할 수 없듯, 전자화폐 시장 규모 또한 추산이 거의 불가능한 형편이다.몬덱스코리아 조대리는 “전자화폐가 다른 모든 지불수단을 대체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현금과 신용카드가 공존하는 것처럼, 전자화폐도 또하나의 편리한 지불수단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