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이후 현물시장 가격 강세 전망... 계절적으로 지금이 '저점' 가능성 높아

우리 경제와 증시를 이끌던 반도체산업이 경기정점 논쟁에 휩싸였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주가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95년말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정말 반도체 경기는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일까.전년 대비 성장률 면에서만 보면 세계 반도체 경기는 올해가 정점일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미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된다면 반도체 수요 증가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경기는 수요보다 공급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그런데 반도체 공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인 설비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반도체 시황이 호전되고 일부 제품의 경우 공급부족이 심화되자 주요 업체들이 앞다투어 설비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전화용 반도체, 수요증가세 둔화대표적인 것이 이동전화 단말기용 반도체이다. 세계적으로 이동전화 단말기 수요가 폭발하면서 여기에 사용되는 플래시 메모리와 S램, 기타 비메모리 제품은 이미 99년 초부터 호황 국면에 진입했다. 설비 증설도 다른 제품에 비해 그만큼 일찍 시작되었다.일본의 여러 반도체업체들은 D램 생산공장을 플래시 메모리 생산시설로 바꾸기도 했다. 우선 웨이퍼 한장을 가공할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이 D램보다 컸다. 설비효율이 높다는 이야기다. 경기변동성도 D램보다는 크지 않다. 한국업체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반면 올해와 내년 이동전화 단말기시장 성장률은 당초 예상에 비해 낮아질 전망이다. 연초만 하더라도 올 세계시장이 4억7천만대에서 5억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요즘은 4억2천~4억3천만대로 업계의 예상치가 하향 조정된 상태이다.선진국의 보급률이 포화상태에 달한데다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2.5세대 제품의 출시 지연으로 대체수요 확대가 다소 더디기 때문이다.◆ 신규 반도체공장 건설 프로젝트 급증세계 전체적으로 새로 건설을 계획하는 반도체공장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착수하기로 한 신규 반도체공장 건설 프로젝트는 99년10월까지 발표된 것으로는 13개에 불과했다. 올 7월초에는 2000년 신규 프로젝트 수가 24개로 늘었다. 2001년 시작되는 프로젝트는 당시 9개에서 30개로 급증했다.이에 따라 세계 반도체업계 전체의 2000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68%에 달할 전망이다. 올 연초 전망치 36%에 비해 3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95년의 75%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치이다.95년은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기록했던 해이기도 하다. 업계 전체의 설비투자 규모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중요한 지표이다. 이 비율이 25%를 넘으면 반도체 경기는 다음 해부터 하강국면으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비율은 2000년 26.1%로 예상되고 내년에는 27.2%에 달할 전망이다.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주력으로 하는 D램은 아직 경기정점을 논하기 이르다. 삼성전자 외에 D램을 주력으로 하는 반도체 업체들이 이익을 내기 시작한 것이 작년 4/4분기부터다. 반도체 전체 설비투자에서 메모리관련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99년 25%에서 2000년 31%로 늘 것으로 추정된다.그러나 여전히 과거 평균치인 35~40%에 못미친다. D램 업계의 설비투자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일부 업체는 파운드리(위탁가공생산)나 플래시 메모리 또는 주문형반도체 등으로 설비를 전환했다. 이들 업체가 다시 D램으로 설비를 전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수요측면에서는 99년에 비해 PC판매량 증가율이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걱정거리긴 하다. 그러나 인터넷의 보급확대로 서버, 워크스테이션용 메모리의 소요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셋톱박스, 게임기 등의 수요도 만만치 않다.무엇보다 그래픽메모리를 중심으로 PC 대당 메모리 소요량이 매년 42~43% 증가하고 있다. 2000년 D램 공급은 64M D램 환산수량으로 41억8천만개, 수요는 41억9천만개로 추정되며, 2001년에는 공급이 71억2천만개, 수요가 74억5천만개로 공급부족현상이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목표주가 45만원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은 “적극 매수”이다. TFT-LCD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정보통신 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감소세이나 향후 2~4분기에 걸친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된다.올해 5조7천억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된다. 인텔,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비교하면 여전히 50% 가까이 저평가돼 있다. 인텔의 시가총액은 현재 4백75조원으로 삼성전자(49조원)의 10배에 가깝다. 금년 순이익은 인텔이 삼성전자(6조원)의 두배인 12조원 내외로 예상된다. 인텔의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을 감안하더라도 삼성전자가 매우 저평가돼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1년내 목표주가는 45만원이다. 현대전자는 누적된 부실을 계상함으로써 상반기 세전 순손실이 6천3백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D램가격 강세 유지, 원가 하락으로 하반기 이후 수익이 호전되어 내년에는 1조원 이상의 세전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다만 차세대 제품을 위한 투자가 적시에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 다음 경기 하강기 진입시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그룹과 관련한 투자자들의 신뢰회복이 주가 상승의 관건이다. 투자의견은 저점매수(Trading Buy)이다.D램 현물시장가격과 관련회사들의 주가는 거의 같이 움직이는 성향이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D램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미국 대학들이 개학하는 9월이면 PC 수요가 되살아난다.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PC 업체들의 주문이 크게 느는 10월 이후면 D램 현물시장 가격은 더욱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대형주의 주가 움직임이 더딜 수밖에 없는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하나,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는 계절적으로 지금이 저점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