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호러(Horror) 영화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항상 섹스가 따라 다닌다. 그것도 대개 방종하기 마련인. 둘째,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주변 인물은 모두 살해당한다. 셋째, 영화의 마지막에는 항상 속편의 징조를 보여주어야 한다. 즉, 살인마는 결코 죽지 않는다.이런 면에서 영화 <가위 designtimesp=20066>는 전형적인 호러 영화다. 주인공 혜진(김규리)이 활동하는 서클인 ‘어 퓨 굿맨’은 장래의 변호사(유준상), 미모의 배우 지망생(조혜영) 그리고 장래가 촉망되는 야구 선수(유지태) 등 일곱 명의 친구들이 우애를 돈독히 하고 있는 사교 모임. 이 서클에 혜진의 후배 은주(하지원)가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은주가 풍기는 왠지 모를 신비한 분위기가 못마땅한 멤버 선애(최정윤)는 그녀의 과거를 캐내기 시작하고, 혜진은 옥상에서 투신자살하는 은주를 목격한다. 그리고 2년 후, 서클의 멤버들이 하나 둘씩 살해당하기 시작하고 혜진은 세훈(정준)의 카메라에 담긴 은주의 죽음 뒤에 가려졌던 비밀을 알게 된다.<가위 designtimesp=20069>의 줄거리는 <스크림 designtimesp=20070>과 함께 할리우드에 호러 영화의 붐을 일으켰던 <나는 지난 여름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designtimesp=20071>와 유사하다. 주인공들이 실수로 저지른 살인을 은폐하고, 죽은줄 알았던 시체가 연쇄 살인자가 되어 그들을 위협한다는 설정은 거의 같다. (물론 <가위 designtimesp=20072>의 살인마는 실제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기는 하지만) 설정뿐 아니라 장면도 비슷한 데가 많은데 특히 은주의 등장으로 주인공들이 공포에 시달리게 되는 장면들은 쇼트의 연결이나 사운드의 사용 등 아예 <나는 지난 여름… designtimesp=20073>의 몇 장면을 그대로 오려다 붙였다.‘자기 복제’야말로 장르 영화로서 호러의 생리이긴 하지만 <가위 designtimesp=20076>의 지나친 할리우드 벤치 마킹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제 아무리 깔끔한 이야기와 정교한 사운드로 잘 짜여진 공포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말이다.아무튼 올 여름 한국 영화는 <가위 designtimesp=20079> <하피 designtimesp=20080>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해변으로 가다 designtimesp=20081>까지 당분간 핏빛 행진을 계속할 것 같다. 그 피가 한국 피인지 할리우드에서 수혈받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 생각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