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특수성 분석 대대적 혁신 필요 … 외래관광객 지방분산 정책적 뒷받침 시급

IMF관리체제를 거쳐온 지난 3년간 호텔업만큼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 분야도 없을 것이다. 88올림픽 이후 제2의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수도권 중심의 특급호텔, IMF사태를 견디지 못해 아우성치는 지방중소호텔, 호텔업의 예식업 허용, 메리어트·코엑스 인터콘티넨탈 등 대형 외국체인호텔의 연이은 개관, 외래관광객 유치의 최대걸림돌로 지적되는 숙박문제, 2002년 월드컵 숙박대란 예상, 롯데호텔을 비롯한 호텔업계의 노사분규의 심화 및 장기화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은 너무나도 극적이다. 이상과 같은 문제들은 우리나라의 호텔업이 지니는 다음과 같은 특성으로 인해 형성된 내부의 복잡한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식업 허용 후 내수시장 활기첫째, 우리나라의 호텔업은 그 출발이 자연발생적인 내수를 근간으로 했다기보다는 외래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국가적 산업육성책의 일환이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규모 지향적인 호텔업 육성책으로 인해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수의 대형 특 1급 호텔이 업계를 주도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다수의 소규모 관광호텔들의 경우는 제나름대로의 기능을 수행하거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이 전혀 형성되지 못했다.둘째, 관광호텔의 주요 소비자층인 외래관광객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의 심화를 들 수 있다. 특히 IMF체제 이후 급증한 일본인 관광객과 한국관광자유화 조치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의 대다수가 전국적으로 분산되지 못하고 서울지역에 집중함으로써 서울지역 호텔객실 부족, 지방호텔의 경영난 가중이란 이중고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셋째,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한 호텔업의 예식업 허용을 들 수 있다. 호텔업의 예식업 허용은 호텔업의 특성을 수출산업에서 내수산업으로 크게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호텔업계의 내수시장 접근 허용이 미치는 효과는 1994년 4월에 호텔예식이 이미 허용된 일부 특2급 호텔들의 성장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내수시장의 본격적인 개방이 특히 지방관광호텔들의 경영개선에 전혀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넷째, 호텔업의 건설에서부터 경영에 이르기까지 외국계 체인호텔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1967년 조선호텔이 웨스틴호텔과 경영계약을 맺은 이래 88올림픽 직전의 호텔건설 붐과 최근의 호텔개관 러시 현상의 주역은 여전히 국제체인호텔이다. 물론 객실이용객의 대다수를 외래관광객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30년 이상의 위탁경영시대를 거치면서 한국호텔업계의 독자적인 경영노하우가 어느 정도 축적되었는가 하는 점이다.다섯째, 산업인력에 대한 투자가 거의 전무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흔히 호텔업을 비롯한 관광산업을 ‘people industry’라고 한다. 현 상황으로 보아 대량의 인력투입산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들 인력이 어떠한 특성을 지니는지에 유의해야 한다. 더욱이 학력 및 기능수준이 극히 낮은 남미계의 인력이 전체 종사인력의 30%가 넘고, 업무의 표준화, 세분화, 전문화라는 ‘테일러리즘’의 정수를 고수함으로써 경영효율성을 제고해야 하는 미국호텔업의 인력관리 관행이, 한국적 상황 나아가 서비스산업에 과연 적합한 것인지 머리 조아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이 문제는 아마도 문제의 본질은 희석되고 부가적인 문제들로 고무풍선처럼 부풀어 있는 호텔업계 노사분규 해결의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호텔, 인터넷 예약망 구축 등 서둘러야오늘날 우리나라 호텔업계의 현황과 문제점이 어떠하든 향후 외래관광객의 증대에 못지 않게 호텔업계의 내수시장 비중도 증대될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숙박업의 지난 역사를 통해 보았듯이 호텔업에 주어지는 기회 못지 않게 커다란 위협요인이 동시에 대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호텔업이 모처럼 업계에 호기를 제공하고 있는 국내·국외의 양대 시장을 적극 활성화하여 21세기 전략산업의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실천적 행동이 무엇보다 요구된다.우선, 수도권내 객실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호텔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할 것이다. 호텔건설은 투자자의 의향만으로, 문화관광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어쩌면 호텔이 자리잡고 있는 서울특별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울시가 지난 5월 발표한 여의도 일대 및 한남동 면허시험장 부지 내 호텔 및 관광시설 개발계획에 대한 관광업계의 기대는 매우 크다.둘째, 외래관광객의 지방분산을 위한 적극적이고 다양한 정책추진이 필요하다. 향후 증가되는 외래관광객의 행태가 현재와 같이 수도권 내에만 머무르게 된다면 객실 추가공급만으로 문제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외래관광의 ‘서울 붐’ 내지 ‘수도권 붐’이 ‘한국 붐’이 되도록 중앙 및 지방정부, 관광공사, 관련 업계간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곧 수도권 객실난 해소와 지방호텔의 경영난 해소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인 동시에 관광산업의 부가가치를 제고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셋째, 우리나라 호텔업의 독자적인 경영노하우의 축적 및 전파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국제체인호텔들의 경영기술 습득이 가능한 특1급 호텔들을 중심으로 체인경영의 노하우가 지방호텔들의 경영개선을 이끌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특1급 호텔들의 지방 중저가호텔 체인화사업은 우리나라 호텔업 전체의 질적 경영개선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는 측면에서도 적극적인 추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넷째, 지방호텔들의 경영개선을 위한 철저한 자구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환경의 개선이 호텔업계나 개별기업의 아무런 노력 없이 경영성과로 이어질리 만무하다. 또한 사회가 거부하는 영업활동에 집착하는 것은 호텔업의 한국사회 내지 지역사회 내에 뿌리내리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의 지방호텔들에서 볼 수 있듯이 호텔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려 ‘지역문화 선도자’로서의 기능 확립이 이루어져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나아가 최근 다양화되는 인터넷을 통한 예약망(網) 구축에도 반드시 지방호텔 경영자가 관심을 가져 외래관광시장 및 내수시장에의 접근을 한층 확대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끝으로, 호텔업 발전의 핵심적 역량은 바로 ‘인적자원’에 있음을 깊이 인식하여 전략적인 인적자원관리를 실시해야 한다. 이는 곧 ‘소모품적 종사원관리’로 통칭되는 현재의 호텔업계 인력관리관행에서 벗어나야 함을 의미한다. 서비스업의 인력은 제조업의 인력과 달리 서비스상품의 생산자인 동시에 제공자이며 상황통제자이다. 결국, 이들의 능력여하에 따라 호텔이 제공하는 상품의 부가가치는 무한대로 증대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업무능력을 증대시키고, 자사의 경쟁력 우위요소로 육성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인적자원투자를 실시해 왔는지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곧 호텔업이 지식기반산업으로 도약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