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공업용 우지파동을 겪은 삼양라면을 비롯해 엔젤녹즙기, 동방제약 징코민, 암웨이, 호출기 등 많은 회사 또는 제품들이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시장 경쟁력을 상실해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위기란 위험과 기회란 뜻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PR 전략은 기업이 불량제품 발생, 소비자 불만 고조, 소비자운동 등에 직면했을 때 위기를 호기로 바꾸도록 도와주기도 한다.PR는 브랜드를 형성하고 그것을 지키는데 사용된다. 지난 구제역 파동시 육류소비가 급격히 줄었지만 이를 오히려 국내 축산농가의 실체를 알리는 계기로 삼아 전국적인 국산육류소비 촉진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었을 것이며, 재작년부터 호출기 사용자가 급감했는데 만약 호출기 사용에 대한 향수와 유행을 불러일으키는 PR전략을 펼쳤었다면 상황은 바뀔 수도 있었을 것이다.위기가 발생하고 제품이 논쟁거리의 대상이 되었을 때 홍보담당자는 소비자에게 ‘사도 좋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가? 시간이 경과되어 이슈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기업들은 반드시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된다. 최근 일본 최대 우유업체인 유키지루시(雪印) 유업의 몰락 위기는 이제 소비자는 기업에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음을 보여준다. 6월 하순 간사이 지역에서는 구토 설사를 동반한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속출했다. 조사 결과 유키지루시 저지방유 제품이 원인으로 판명됐다. 회사는 제품 출하를 자제하고 관련 제품을 긴급회수했으나 기자회견에서는 세균오염 원인에 대해 얼버무렸으며 다른 여러 사실도 은폐했다. 사실은폐와 변명을 거듭하던 회사는 전국 소매상에서부터 우유제품 거부물결이 일자 결국 전국 34개 공장 중 20개 지역 공장 조업정지를 발표하고 사죄했다. 그러나 이미 회사의 공장조업률은 15%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80년 후반 Exxon(엑슨)사의 유조선 발데즈호는 다량의 기름을 바다로 유출시켰다. 이때 Exxon사의 경영진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숨어서 기다리는 정책을 펼쳤다. 즉 언론 등에 너무 늦게 응답함으로써 마케팅과 회사 경영 둘 다 커다란 손상을 입게 됐다. 90년대 초 두산전자 공장에서 낙동강으로 페놀이 유출되었을 때 두산그룹 역시 Exxon과 같이 문제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전략을 펼치다 초기 해결 기회를 놓쳤다. 결국 두산그룹 생산 제품들에 대한 불매운동에 몰려 그룹 회장이 퇴진하기에 이르렀다.지난해 두부를 만들기 위해서 유전자 조작 콩을 사용한다는 이슈가 거론되었을 때 풀무원의 대응은 돋보였다. 식품회사들 중에서 가장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았던 풀무원의 홍보팀은 즉각 신문에 1백% 국산콩을 사용한다는 광고를 내고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소비자에게 전달함으로써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1993년 한 소비자가 다이어트 펩시캔에서 주사기를 발견했다고 주장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펩시사는 즉각 위기관리팀을 구성하고 정부조사에 모든 기록을 공개했으며, 수백개 언론의 질문과 인터뷰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특히 고속생산 진행과정에서 절대 주사기가 들어갈 수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비디오를 제작했다. 이 비디오는 미국 전역의 TV방송국에 보내졌고 3억 이상의 누적 시청자가 펩시 캔이 위생적으로 처리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펩시사 회장은 많은 미디어에 출연했고 대변인은 2천건이 넘는 인터뷰에 응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펩시사에 문제가 없음을 발표했다. 펩시사는 이런 발표를 전국 4백여개 펩시 지사 종업원들로 하여금 전 미국인들에게 전하도록 하는 등 ‘Thanks America’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이 속임수 사건이 일어난 주에 펩시는 2천5백만 달러의 매출액이 감소했으나 며칠만에 위기를 끝낸 후 그 주의 매출액이 그 해 최고가 되도록 함으로써 펩시를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제품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