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경기규칙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만들어 놓으면 ‘재미없는’ 축구가 될 것입니다. 규칙은 최소화하고 대신 심판에게 보다 많은 재량권을 준다면 경기는 그만큼 더 흥미진진해질 것입니다.”축구전문가의 월드컵 얘기가 아니다. 인티즌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공병호 원장의 뒤를 이어 지난 8월1일 자유기업원장에 선임된 민병균 원장(59)의 운영포부다.자유기업원은 지난 97년 자유기업센터로 출범해 올 2월 전경련으로부터 독립했다. 경제학 박사인 민원장은 한국은행을 거쳐 한국외대 교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장은경제연구소 소장 등을 거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경제전문가. 중앙은행 독립, 금융실명제 등 굵직한 경제프로젝트에 참여, 역량을 발휘했다.민원장은 ‘작은 정부’ 아래서 ‘기업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돼야 경제회생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이와 관련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 및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민원장이 들고 나온 새로운 해법이 주목을 끌고 있다.민원장은 일단 정부가 기준을 만들고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가늠한다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기준’이란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어느 기업에 어느 정도의 구제금융이 필요한 지 파악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부실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이유에서다.이 때문에 민원장은 공적자금 지원에서의 ‘총량제’ 도입을 적극 주장한다. “국민의 세금인 공적 자금을 무제한으로 투입할 수도 없고 자금을 지원해도 구조적으로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들도 많다”는게 민원장의 말이다.일단 공적 자금을 총액으로 투입하는 것까지는 정부가 맡아야 하겠지만 이 자금이 기업회생으로 활용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시장경제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게 민원장이 제시하는 원칙이다. ‘기준’과 ‘총량제’를 절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란 뜻이다. 민원장이 이처럼 총량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다. 부실 정도를 파악하느라 투입시간을 지연하다 보면 시기를 놓칠 위험이 있다고 민원장은 경고한다. 당장 숨이 넘어가는 사람을 놓고 건강검진을 한다고 약을 쓰지 못해 죽게 만드는 격이란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구조조정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투입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얘기다.대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과 마찬가지로 벤처기업에 대해서도 민원장이 제시하는 원칙엔 변함이 없다. “정부의 벤처자금 지원도 무제한으로 이뤄져서는 안됩니다. 설립 초기에 비용을 지원한 뒤 다음 문제는 벤처기업들간의 자율 경쟁에 맡겨야 합니다.”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벤처기업에 대해 계속해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 역시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민원장은 경고했다.지난해 전경련으로부터의 독립이 자유기업원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민원장은 밝혔다. 이를 토대로 전보다 적극적인 사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민원장은 기대하고 있다. 우선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홈페이지(www.cfe.org)를 통해 교수, 기업인은 물론 교사,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회사법과 기업지배구조 연구’ 등 학술토론을 개최, 관련서적 출간에도 힘쓸 생각이다. 또 교사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도 계속해서 개발해 자유기업의 이상을 구체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