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는 우리의 숙명이다. 매년 무더위로 찌는 밤이 찾아온다. 기온이 높고 게다가 습도까지 높으면 잠을 이루거나 잠을 지속하기가 어렵다. 전기값이 아깝지 않은 사람들은 냉방기를 마구 틀고,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차를 몰고 산과 들로 나선다. 더위를 쫓아 보자는 것이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 중에는 시원하다고 찻길 옆에서 자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람도 있다.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자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가끔 신문에 보도된다.열대야 극복의 비법이 있는가? 비법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있다. 우선 선풍기나 냉방기가 도움이 되지만 지혜롭게 사용해야 한다. 머리 쪽으로 바람을 직접 받는 것은 위험하다. 센 바람에 호흡이 방해를 받거나 찬바람이 신경에 해롭게 작용할 수 있다. 자는 중에 체온이 너무 떨어져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미리 방안 공기를 시원하게 해 놓고 자기 전에 끄는 것이 좋다. 바람의 방향도 발 쪽으로 돌려야 한다.둘째, 냉커피 냉홍차 냉콜라 등은 전혀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해롭다. 그 속에 든 카페인이라는 약물 성분이 잠이 들거나 깊은 잠을 자는 것을 방해한다.셋째, 더위를 덜 느끼게 하는데는 시원한 과일이 좋다. 그러나 수분 함량이 높은 과일은 자는 중에 소변을 보고 싶은 자극을 일으키므로 저녁 식사 후에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열대야는 물러 가라. 소주님 나가신다!”를 외치는 주당들께도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술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 오히려 위험하다. 술은 기본적으로 약이며 그 기운을 빌려 잠이 들더라도 약 기운이 떨어지면 새벽 잠을 설치게 된다. 목이 마르거나 소변이 마려워서 깨기도 한다. 술은 평소에 코를 심하게 골던 사람들을 가끔씩 숨도 안 쉬는 무호흡증에 걸리게 한다. 술은 ‘더위 스트레스’로 인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심장의 부담을 더 증가시킨다. 잠만 잔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이 다음 날 숙취로 일을 못하면 그 일은 고스란히 본인의 ‘일 빚’으로 남는다.잠 안 오는 밤을 납량 특집류의 영화나 비디오로 장식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귀신 나오는 영화를 보면 잠이 달아나 버린다. 평소에 잠이 안 오면 무엇이든 보아야 잠이 든다는 사람들은 차라리 ‘고전 중의 고전’ 영화를 보는 것이 낫다. 영화전공자가 아닌 경우에는 보고 있으면 졸음을 도저히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사실 하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는 사람들은 더위를 잘 느끼지 못한다. 그만큼 더위를 느끼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경험이다. 남들이 덥다 덥다 하니까 덩달아 “나도 정말 더워 죽겠다” 할 것이 아니고 날씨가 덥더라도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여유가 필요하다.잠을 잘 자는 비법의 근본은 생활 리듬을 지키는 것이다. 열대야의 계절이라고 사실 별다른 방책이 있을 수 있겠는가. 평소의 생활 리듬을 잘 지키면서 더운 밤도 그 나름대로 즐겨 보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사실 열대야는 아무 것도 아니다. 열대야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타협의 대상일 뿐이다. (02) 760-2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