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눈·번개’ 등 활용, 다양한 이벤트 실시 … 고객확보하고 자사광고까지 ‘일석이조’

신세계백화점 비오는 날 쿠폰 이벤트삼국지 적벽대전에서 조조를 물리친 제갈공명의 승리 비결은 바로 남동풍이었다. 당시 오나라의 겨울엔 일반적으로 북서풍이 불었다. 조조는 이 상식만 믿고 주유의 계략에 따라 배를 묶어두고 있었지만, 제갈공명은 주변의 경험많은 어부들을 통해 동지 전후 미꾸라지가 뱃가죽을 보일 즈음 남동풍이 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제갈공명은 이 일시적인 남동풍을 이용한 화공계로 조조의 80만 대군을 대파했다.◆ 날씨 미리 예측, 생산량 조절하기도삼국지를 읽은 독자들에게 제갈공명의 통쾌한 승리장면으로 기억되는 이 적벽대전 이야기는 기상전문가 반기성씨가 쓴 ‘날씨토픽’의 주요 내용으로, 날씨와 전쟁과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날씨를 전쟁에 이용한 사례는 이밖에도 수없이 많다. 날씨예측 능력이 뛰어나 동유럽의 잦은 비를 역이용한 칭기즈칸,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을 도와준 안개, 인도를 영국령으로 만든 소나기 등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생활사중 날씨의 영향권에 묶여 있지 않은 게 도대체 있을까.최근 들어 날씨는 곧 돈으로 인식되고 있다. 업종에 따라 미리 날씨 예측을 한 업체는 엄청난 돈을 거머쥘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 업체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몇년전 한 에어컨 생산업체가 장기기상예보를 활용, 에어컨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그해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던 것이 그 좋은 사례다.이 밖에도 여름철 평균기온이 1도 높으면 맥주 판매량이 10% 이상 증가하고 1~2도 낮으면 20% 정도 감소한다, 빵은 비오는 봄과 가을, 주문도시락은 기온이 16~20도에 잘 팔리고, 아이스크림은 더운 날 잘 팔리지만 30도를 넘어서면 판매량이 줄어든다는 등의 내용은 유통업계에선 이미 상식으로 통한다. 이런 상식을 활용해 상품의 주문, 배치 등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날씨를 상품판매나 자사광고 및 홍보에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바로 날씨마케팅이다.날씨마케팅엔 날씨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거나 그 변화에 따라 생산 및 판매전략을 세움으로써 이익을 보는 것도 있지만, 비오는 날이나 눈오는 날, 번개치는 날이나 무더운 날씨 등 특정한 날씨현상을 이용해 이벤트를 벌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날씨 관련 이벤트는 단순히 호기심을 끌기 위한 것도 있지만, 궂은 날씨를 역으로 이용해 할인혜택이나 선물 등을 제공함으로써 매출을 끌어올리자는 것이 기본 목적이다. 모름지기 장사꾼이 하는 일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날씨마케팅을 위한 이벤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날씨 현상은 역시 비와 눈이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업체에 날씨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민간 날씨업체 케이웨더(www. kweather.co.kr)는 첫눈 오는 날 연인이나 친구에게 선물을 전달해 주는 ‘첫눈 이벤트’를 지난 7월말부터 시작, 10월말까지 실시한다. 연인이나 친구에게 보내고 싶은 선물을 미리 골라 예약해 두면, 첫눈 오는 날 케이웨더측이 예약자의 이니셜이 새겨진 선물을 예쁜 카드와 함께 보내 준다는 것이 이벤트의 기본 내용. 첫눈 오는 날의 기준은 지역별 주요 도시에 소재하는 기상관측소 발표 기준 0.1cm 이상이다. 미리 선물을 예약할수록 가격이 싸지고, 첫눈 오는 날을 맞힐 경우 선물이 공짜(9월 30일까지 마감), 첫눈이 오기 전에 연인이 바뀌었다면 약간의 벌금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내야하는 등 호기심을 부추기는 내용도 적지 않다.◆ 눈 이용한 날씨마케팅 선두주자는 SK텔레콤눈을 이용한 날씨마케팅의 선두주자는 SK텔레콤이다. 지난해 여름 ‘미리메리크리스마스 대축제’란 이름으로 경품 판촉이벤트를 벌였다. 내용은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하루 동안 눈이 올 경우 그해 8~9월중 011 이동전화에 가입한 고객중 1백10명을 추첨해 티뷰론 한대씩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눈 오는 날’의 기준은 서울 기상청 관측소의 측정치 기준으로 적설량이 1cm 이상일 경우. 결과는? 지난해 12월24일 서울 기상청 관내 지역에 4cm가 넘는 눈이 쌓이면서 8~9월중 이동전화 가입자 1백10명이 티뷰론 한대씩을 받았다. 눈이 가져다 준 행운치고도 근사한 행운이었던 셈. 차 값 12억1천만원(기본사양기준)은 SK텔레콤이 이 행사를 위해 미리 가입해 두었던 8천2백만원짜리 현대해상화재보험을 통해 지불됐다. 언뜻 ‘배’(판매량) 보다 ‘배꼽’(판촉비)이 큰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동통신이 일단 가입자만 확보하면 두고두고 통신비를 우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온라인 업체도 날씨마케팅 도입비와 관련된 날씨마케팅은 유통업체와 놀이공원, 음식점 등에서 주로 활용한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 6~7월 장마기간 동안 비오는 날마다 광고지에 찍힌 쿠폰을 오려 오는 고객들에게 선물을 증정하는 행사를 실시했다. 서울랜드는 `‘비를 맞으며 노래를(Singing in the rain)’이란 이름으로 비 관련 영화장면 재현 등 장마철 데이트족을 위한 특별 이벤트를 마련,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양측 모두 비오는 날 고객 급감을 우려한 자구책이었다.가장 최근 비오는 날 관련 이색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업체는 여성전문 인터넷 포털사이트 여우닷컴(www.yeowoo.com)이다. 최근 오픈한 이 사이트는 사이버머니 통합관리 사이트인 포인트코인(www.pointcoin.co.kr)과 공동으로 신규 회원가입을 축하하는 ‘번개이벤트’를 펼친다. 8월15일부터 31일까지 오후 12시부터 1시 사이에 서울 하늘에 한번이라도 번개가 치면(서울 기상청 발표기준) 사이트별 신규회원 25명씩 총 50명을 추첨, 50명 전원에게 2백만원 상당의 세계일주여행 상품권을 제공한다는 내용으로, 8월31일까지 진행된다. 이 역시 회원확보를 겨냥한 행사로, 계절적으로 번개칠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가입자들은 어쨌거나 매일 “번개야 쳐라!”라는 주문이라도 외워야하지 않을까 싶다.지긋지긋한 더위를 역으로 활용한 이벤트로는 웨스틴조선호텔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꼽을 만하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1일부터 12일까지 오킴스바에서 열린 ‘8월의 크리스마스’는 이름 그대로 한여름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하얀 눈을 연상시키는 모래사장과 열대 야자수로 실내를 장식하고, 다양한 캐롤송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또 고객들을 대상으로 ‘산타가 오킴스에 휴가 온 까닭은?’이란 콘테스트를 실시, 재미있고 설득력있는 답변을 제시한 고객에게 서머 패키지와 와인 세트, 식사권 등 푸짐한 상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캐롤송을 들으며 한여름의 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도록 하면서 신선한 이미지를 제공했다는게 이 이벤트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그렇다면 올 가을·겨울엔 어떤 날씨마케팅이 유행할까. 백화점이나 음식점, 호텔, 패션업계, 웹사이트 등을 눈여겨보며 어떤 재미있는 사례가 있는지, 행여 소비자를 우롱하는 날씨마케팅 사례는 없는지 체크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