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대비 원화 7.8% 절상, 수출경쟁력 약화 … 조기경보지수 증가 추사

원화가치 고평가가 국내 수출업체들의 경쟁력 약화와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지난 1년간 원화 환율이 세계 모든 국가중에서 가장 불리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업체들에 경쟁력 약화와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외화운용에 있어서 갈수록 수출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현 시점에서 외환정책을 재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지난 1년간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무려 7.8%나 절상됐다. 조사대상 40개국(세계교역의 96%) 중 절상폭이 가장 큰 것이다. 그만큼 환율면에서는 국내 수출업체들에게 가장 불리하게 움직였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금년 상반기중 수출채산성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8% 떨어졌다는 분석도 동일한 의미다.조사대상국 가운데 자국의 통화가 미 달러화에 대해 절상된 국가는 6개국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절상폭이 가장 컸던 통화는 역시 일본 엔화로 6.5% 절상됐다. 대만은 3.2%, 이스라엘은 2.7% 절상됐고 캐나다와 멕시코 통화는 절상폭이 각각 1%에도 못미쳤다.반면 대부분 국가의 통화는 절하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난 1년간 통화위기에 시달려온 터키와 그리스 통화는 각각 32.7%, 18.1% 절하됐고,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의도적으로 약세를 유도한 유로화 가치는 15.5%나 절하됐다.◆ 수출경쟁력, 싱가포르에 9.9%나 떨어져이같은 분석결과는 지난 1년간 환율움직임을 놓고 본다면 미국경제가 성장률이 5%에 달할 만큼 여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황을 겪었음을 시사해 준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국제간 자금흐름도 미국 주식시장이나 국채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유입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물론 한나라의 통화가 절상되더라도 경제기초여건(fundamentals)이 개선된 것이 반영된 것이라면 부작용은 적게 발생된다. 문제는 지난 1년간 원화 가치가 절상된 요인을 분석(factor analysis)해 보면 약 85% 정도가 언제든지 유출될 가능성을 안고 있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다.다시 말해 경상거래 측면에서 흑자를 기록한 부문은 환율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최근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거주자외화예금이 무려 1백20억달러를 상회하고 있는 것이 이같은 사실을 입증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97년 하반기 외환위기가 발생할 당시보다 많은 수준이다.더욱 우려되는 것은 실질실효환율을 기준으로 볼 때 지난해까지 저평가됐던 원화 가치가 금년부터 고평가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국내증시나 경제여건이 받쳐주지 못할 경우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해 준다고 볼 수 있다.그동안 우리나라에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경제기초여건에 비해 많이 들어왔던 이유중의 하나가 환차익과 주가시세차익을 많이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경제기초여건면에서 외국인들에게 추가적인 투자메리트를 제공해 주지 못할 경우 유입보다는 유출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현 시점에서 원화 가치가 여타 국가에 비해 불리하게 움직이면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 하나는 수출경쟁력의 약화다. 단순히 환율요인만 따진다면 지난 1년간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은 싱가포르에 9.9%, 중국에 7.3%, 대만에 4.1%, 일본에 비해서는 1.7%가 떨어졌다.특히 우리 수출상품 구조는 품질, 디자인과 같은 가격 이외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환율에 크게 의존하는 천수답(天水畓)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구조하에서는 환율이 불리하게 움직이면 국내 수출업체들에는 채산성이나 수출경쟁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다른 하나는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외환위기 가능성을 사전에 알아보는 지표로는 조기경보지수(early warning indicator)가 있다. 조기경보지수는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해 산출되고 있으나 보편적으로 해당국 통화의 고평가 여부, 금융부문의 건전성 정도, 통화가치의 방어능력을 고려해 산출한다.우리나라의 조기경보지수는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하락돼 왔다. 원화 가치가 저평가된 데다 한때 39억달러에 불과했던 가용외환 보유고가 지난해말에는 7백37억달러로 늘어나 통화가치의 방어능력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여건이 전적으로 개선돼서 나타난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는 측면이 많다.문제는 금년부터 조기경보지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화 가치가 고평가 국면으로 전환된 데다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줄어들면서 외환보유고 확충속도가 줄어듦에 따라 조기경보지수가 이미 96년말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구조조정·외환보유고 재점검 급선무물론 아직까지 외환위기가 발생할 당시처럼 염려할 단계는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원화 가치가 기형적으로 고평가되는 현상이 시정되지 않거나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앞으로 조기경보지수는 계속해서 상승될 것으로 예상된다.따라서 현 시점에서 외환정책에 대한 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러 가지 대책을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외자유치정책을 우리 위기극복 상황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외자면 무조건 ‘선(善)’이라는 시각에서 이루어진 정책은 외환위기 초기단계에나 맞는 것이다.이제부터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기여도를 감안해 질적인 내용이 보완된 외자유치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구조조정을 마무리해 시스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국내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대외신용이 뒷받침된 상태에서 질적으로 건전한 외자를 조달할 수 있다.이런 차원에서 최근 들어 부쩍 눈에 띄고 있는 일본계 자금을 중심으로 고리대 자금을 이용하거나 단기외자를 빌려 장기투자에 임하는 외화조달과 운영상의 불일치(mis-match) 현상을 초기단계부터 규제해야 한다.마지막으로 국내증시의 기대수익률 저하, 원화의 고평가, 일본 제로금리정책의 포기와 같은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외자유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다. 따라서 단기간에 국내에 유입된 외자가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에 대비책을 세워 놓아야 한다.단기적으로는 외환보유고를 확보하는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동시에 각종 설명회를 개최해 우리나라에 대출해준 외국금융기관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 볼 수 있다.제도적으로는 조기경보체제를 도입해 외자의 성격을 사전에 파악하고 외환거래세나 가변예치제를 보완해 급격한 유출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특히 이 문제는 제도적으로 도입해 놓았다 하더라도 실효성을 검증해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의 예로 볼 때 단순히 제도도입 그 자체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다소 시간이 걸리는 문제일지 모르나 인접국 중앙은행간에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하거나 그동안 논의차원에서 진행돼온 한·중·일 3국간의 자유무역협정(FTA)과 아시아 통화기금(AMF) 구상을 구체화하는 방안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