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여개 채널에 담을 콘텐츠 태부족 … 제일제당·온미디어 등 속속 참여

인기리에 막을 내린 TV 드라마 <허준 designtimesp=20103>에서는 몸에 좋다는 약재가 수도 없이 나온다. 이들 약재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리모컨을 눌러 이들 약재에 대한 ‘상세정보’를 보면 된다. 화면에 약재가 클로즈업되고 값은 얼마고 어디에 가면 좋은 것을 구할 수 있는 지도 알려준다.음료광고 CF를 보다가 모델이 마시고 있는 새로 나온 음료수를 먹고 싶다면 역시 리모컨으로 이 음료수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장바구니’ 단추를 누르면 구매도 가능하다.요리방송의 경우도 프로그램을 시청 하다가 요리강사가 사용하는 식자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을 경우 리모컨으로 클릭하면 식자재 정보를 자세하게 얻을 수 있다. 역시 전자상거래 메뉴로 이동해 물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패션채널도 마찬가지다.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출연자의 의상을 보고 리모컨을 클릭하면 메이커, 가격, 소재 등 의상에 대한 상세 정보를 얻고 구매할 수 있다.물론 현재 이런 일들은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만간 디지털방송이 본격화되면 TV를 통해 이런 인터랙티브 시청이 가능해진다.디지털방송은 디지털TV 셋톱박스나 저작도구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게 아니다. 방송매체인 ‘그릇’에 어떤 내용을 담아내는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문제는 콘텐츠다. 기존 TV나 인터넷방송에 쓰이던 콘텐츠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제작된 ‘디지털방송용 콘텐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10월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이 이뤄지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위성디지털방송 시대가 열린다. “위성을 이용한 데이터방송은 2001년 말부터, 공중파와 케이블TV망을 이용한 데이터방송은 2002년에 가서 점차 일반화될 것”이란게 오픈TV 고영화 사장의 전망이다.이를 대비해 현재 채널을 준비하는 업체만도 1백개가 넘을 것이란 게 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한 채널당 적게 잡아 10종의 프로그램이 방영된다고 가정해도 1천여종의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 채널에 담을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이 때문에 KBS, MBC, SBS 등 국내 공중파 방송사들은 일찍부터 위성방송에 적용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을 준비해왔다. 자체 프로그램과 연동된 인터넷방송을 통해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곳도 있다. 또 외주 제작을 담당하는 프로덕션을 통해 디지털방송용 콘텐츠를 개발하기도 한다.하지만 이들 공중파 방송사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케이블방송사와 인터넷방송국들이다. 이들 업체들은 자체 개발한 디지털 콘텐츠들을 시험하는 무대로 인터랙티브가 어느 정도 가능한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기 때문이다.케이블 음악방송을 비롯해 요리, 패션, 게임, 영화 등 풍부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케이블방송사와 각 분야 전문 인터넷방송국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디지털방송 콘텐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음악방송의 경우 뮤직 비디오를 시청하면서 필요할 경우 해당 가수에 대한 프로필이나 자세한 음반정보를 검색할 수 도 있다. 또 실제로 음반을 구매할 수도 있다.◆ ‘emnet’,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가능제일제당의 케이블방송(ch27) m-net(www.mnet27.com)이 운영하는 인터넷방송 ‘emnet’에서는 프로그램 성격, 타이틀, 장르구분, 방송시간 등 기본 편성방향만 제공한다. 세부 프로그램 구성은 시청자가 만들어 가도록 해 놓았다. 자신이 보고 싶은 뮤직비디오를 추천하면 생방송 동안 실시간으로 투표를 실시, 다수표를 얻은 뮤직비디오를 방영하게 된다. ‘스타경매’, ‘심리테스트’, ‘영화퀴즈’, ‘인터넷유머’ 등 N세대의 관심사를 담은 코너도 마련해 시청자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한국통신엠닷컴과 제휴, 모바일인터넷 ‘사이버뮤직몰’에 접속할 수도 있다.제일제당 외에도 디지털방송용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업체들은 현재 수십여 곳이 있다.캐치원, 투니버스 등 케이블채널을 운영하는 동양그룹의 온미디어도 포털사이트(www.onmedia.co.kr)를 구축, 인터넷망을 이용해 현재 보유한 영화, 애니메이션, 바둑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콘텐츠 제작에 나섰다.이밖에도 에어코드, 휴맥스미디어, 보라존, CNM 등도 타업체와 차별화된 디지털 콘텐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업체들이다.데이터방송 솔루션업체인 에어코드의 경우 MBC와 공동으로 <세친구 designtimesp=20138> 등 몇몇 프로그램을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하고 있는 대표적 업체다.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해 현재 PC를 통한 MBC데이터방송(www.datacast. co.kr)에 제공한다. 이 콘텐츠는 에어코드 송출실에서 해당 프로그램 방송과 함께 전파로 보내진다. 음악, 영화, 뉴스, 드라마 등 장르도 다양하다. 이밖에 iPCTV에 쓰이는 자체 대화형 콘텐츠도 개발해 놓았다.“현재 PC를 기반으로 서비스되는 것을 올 하반기부터는 셋톱박스가 장착된 TV로 서비스할 예정”이라며 “향후 시청자가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까지 제작할 계획”이라는게 에어코드 오병희 제휴사업팀장의 말이다.게임 콘텐츠업체인 보라존에서는 한국전통 놀이인 ‘고누’를 비롯해 ‘낚시’ ‘바둑’ 등을 인터랙티브 게임으로 개발했다. “이 게임 콘텐츠들은 위성디지털방송에 적용돼 시청자들이 TV를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게 민준식 기획마케팅팀장의 말이다.디지털방송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프로그램 기획단계부터 방송 프로그램과 관련된 정보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하나만 보더라도 출연자의 의상에 관련된 사항, 출연자 프로필, 촬영장소 등에 관한 데이터를 준비해야 한다. 이 작업은 상당한 규모의 제작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해당 업체들이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초기에는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전자상거래를 전제로 한 프로그램 스폰서십을 통해 일부 제작비를 충당하는 방법을 모색중”이란게 제일제당 미디어팀 전경희 과장의 설명이다.이는 디지털방송 콘텐츠가 정보제공이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서 궁극적으로 전자상거래로 발전해야 함을 뜻한다.★ 인터뷰 / 이재선 (주)뮤직네트워크 인터넷팀장‘미끈한’ 콘텐츠 개발이 승패 갈라“디지털 방송이 성공적으로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의 발전, 소프트웨어의 발달과 함께 콘텐츠의 질적 향상이 요구된다”는게 이재선 (주)뮤직네트워크 m.net 인터넷팀장의 말이다. 소비자나 시청자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디지털 TV 수상기가 아니라 그 수상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란 뜻이다. 콘텐츠의 구성이 대화형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제작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의 셋톱박스와 방송 체제로는 이러한 것은 구현이 불가능하다는게 이팀장의 지적이다.콘텐츠가 하루아침에 개발될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인프라를 최대한 이용한 시도들이 필요하다고 이팀장은 강조한다.인터넷방송은 물론이고 케이블방송과 공중파방송도 우선은 인프라가 구축된 인터넷을 충분히 활용해 콘텐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이팀장은 기존 방송에서 사용된 개별 콘텐츠들을 통합하는 작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궁극적으로 대화형 콘텐츠를 구성하려면 오디오·비디오뿐만 아니라, 텍스트, 정지화상,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들과 통합적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변화돼야 한다”는게 이팀장의 설명이다. 데이터 방송을 통해 여러 형태의 콘텐츠가 통합적으로 서비스될 때 방송의 멀티미디어화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