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 1’. 서울 서대문구에 자리잡은 L골프연습장. 휴일이나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칼을 가는’ 골퍼들로 빈 타석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새벽과 저녁시간은 직장인들이, 낮시간은 여성과 장년층이 붐빈다. 시설이 빼어나게 좋다거나 요금이 저렴해서가 아니다. 원인은 하나다. “예전에 비해 골퍼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 한 직원의 말이다. 지방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또래 직장인들이나 여성들이 의외로 많은데 놀랐다”는게 대전 유성CC의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D보험사 이모(36)과장의 말이다.‘북적북적 2’. 골프용품점들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골프에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이거나 경기가 나아지면서 클럽교체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자리잡은 삼성플라자 베네스트골프숍의 진충진 점장은 “예전에 비해 골퍼들의 숫자가 굉장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특히 30대 직장인들로 골퍼들의 연령층이 낮아졌으며, 여성입문자들이 늘어난게 두드러진 특징이라는 것이 진점장의 덧붙인 말이다. 중고용품점이나 온라인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골프쇼핑몰 골프마트의 한 관계자는 “초보자들을 중심으로 중저가 클럽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말했다.‘북적북적 3’.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도 예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 주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평일에도 골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킹을 부탁하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씩 몰려들어 회원권 거래소가 ‘부킹거래소’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시범라운딩중으로 일반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은 강원도 C골프장의 경우 “최근 골퍼들이 부쩍 늘어 하루 평균 60팀 정도가 찾는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이는 골프장사업협회의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표 참조) IMF로 잠시 줄었던 98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증가세에 있다.특히 지난해 경기가 풀리면서부터 골프장 이용객이 급증, 올해만도 7월말 기준으로 5백53만여명이 골프장을 찾았다. 이는 지난해 전체 내장객수의 64%에 이른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골프장 내장객수가 1천만명을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다.골프가 일반인들에게 다가가면서 나타난 현상들이다. 덕분에 골프관련 업계에서는 만면에 희색이다. ‘비온 뒤 땅 굳었다’는 것이다. YS정부의 ‘반골프정책’과 IMF로 고사직전까지 몰렸지만 박세리 김미현의 연이은 승전보로 골프에 대한 인식이 바뀐데다, 경기회복에 따른 골프인구의 증가로 빠른 속도로 골프가 대중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이처럼 골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골프인구가 늘면서 골프를 이용한 기업들의 마케팅도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다. 한통프리텔 두산 LG텔레콤 제일모직 롯데백화점 신한은행 등은 회사명을 걸고 골프대회를 지원했으며, 유망 골프선수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골프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수입차업체들도 골퍼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필드 안팎에서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이처럼 골프가 대중화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골프를 둘러싼 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있지만, 아직 대중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 교육사이트를 통해 골프마케팅을 강의하는 충주대학 경영학과 이용기교수는 “진정한 대중화를 위해서는 골프관련 세제인하나 업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며, 골프장 이용료의 인하 등과 같이 골퍼들의 골프장 접근을 높여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교수는 또 골프마케팅에 대해서도 “골프가 대중화되는만큼 골프마케팅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나라의 골프마케팅은 아직 초보단계”라고 덧붙였다. “보다 다양한 골프마케팅기법의 활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골프 산업 성장으로 연결시켜야골프대중화를 골프산업의 성장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서천범소장은 “골프용품산업은 부가가치가 높다”며 “우리나라 업체들도 수출할 정도로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이 많아 이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세제 등의 지원으로 기술력을 갖춘 용품업체를 키우고 이를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골프관련 각종 데이터를 확보·공개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며, 기업의 자금·경영력과 지자체의 토지 등을 결합한 제3섹터방식의 골프장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서소장의 맺음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