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난 9월 15일에 시작, 10월 1일까지 진행될 시드니올림픽부터 보자. 호주 시드니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시드니올림픽의 경제적 효과가 65억 호주달러(4조4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TOP(The Olympic Partner)이란 이름으로 운영되는 공식스폰서(월드와이드파트너 11개, 내셔널 파트너 24개)의 후원금만 해도 5억 호주달러(3천1백억원). 여기에 전세계 1백억명 이상의 시청자를 겨냥한 TV 중계권과 11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관광객과 이에 따른 관광수입도 엄청나다. 올림픽 개최는 한마디로 한 나라, 한 지역의 부(富)를 단번에 일으킬 만큼 돈버는 사업이라는 얘기다.지난 1999년 초 2002년 동계 올림픽 유치를 둘러싸고 솔트레이크 조직위원회측이 올림픽 개최 결정권을 쥐고 있는 IOC위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뇌물 스캔들도 올림픽을 개최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그러나 올림픽이 처음부터 떼돈 버는 사업으로 인식된 것은 아니었다. 민간기업의 스폰서십, 즉 올림픽을 이용한 스포츠마케팅이 활성화되기 전까지 올림픽 개최는 곧 적자 및 파산으로 인식돼 올림픽 개최를 꺼리던 때도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1976년 올림픽을 치렀던 캐나다 몬트리올 시는 올림픽시설에 막대한 경비를 투자한 결과 10억달러 정도의 재정적자를 기록했고, 1980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 때는 소요된 경비의 회수가 불가능해 결국 조직위원회의 파산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림픽 유치 희망도시가 적어져 올림픽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기에 이르렀다.이에 따라 IOC는 민간기업의 후원제(스폰서십)를 도입하기로 했고, 그 첫 결실을 본 것이 1984년 LA올림픽이었다. LA올림픽도 당초 시민의 83%가 개최를 반대했고, 이 때문에 연방정부는 물론 주정부에서조차 단 한푼의 지원금도 받지 않고 개최를 강행했다. 그러나 결과는 ‘마술’로 평가될 만큼 성공적이었다. 2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올림픽 개최=적자 또는 파산’이라는 종래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었던 것이다. 여기엔 고액의 방송권료, 공식 스폰서, 공식 공급권, 공식로고 및 올림픽 마크 사용권 등 스포츠마케팅의 모든 것이 다 들어있었다. 덕분에 LA올림픽은 올림픽 상업화의 원년으로 기록되고, ‘올림픽 유치=돈’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며 사활을 건 유치작전으로 이어졌던 것이다.이후 서울 올림픽부터는 TOP이라는 이름의 패키지 스폰서 시스템이 선보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TOP에 참여하는 업체는 거액의 스폰서료를 지불하는 대신 올림픽 공식후원사로 선정돼 자사광고 및 판촉활동에 올림픽 로고, 휘장 등을 동계·하계를 통틀어 4년 동안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의 시드니올림픽은 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과 더불어 TOP4(1997~2000) 프로그램의 일부로 한국에선 삼성전자가 TOP4의 공식파트너로 활동중이다. 즉 시드니올림픽은 비단 호주 경제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국내 스포츠마케팅의 기반 확대에도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는 셈이다.◆ 국내업계 2002년 월드컵 특수 기대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에서 개최될 월드컵은 어떤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2 월드컵조직위원회의 의뢰로 연구한 ‘2002년 월드컵의 국민 경제적 파급효과’에 따르면 생산유발효과가 7조9천9백61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3조7천1백69억원에 이른다. 또한 고용창출 효과도 24만5천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월드컵 역시 올림픽의 TOP과 마찬가지로 기업에 공식 스폰서십을 판매하는 대신 경기명칭사용권, 펜스광고권, 로고사용권 등을 부여하는 IS-4 프로그램을 1984년 멕시코월드컵부터 운영하고 있다.스포츠마케팅 전문가들은 2002년 월드컵이 무엇보다 국내 스포츠마케팅의 활성화 및 전문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 국내 스포츠마케팅이 걸음마 단계의 열악한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국내 스포츠마케팅은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스포츠마케팅의 시작 자체가 자본주의적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즉 당시 정부의 프로스포츠 장려정책-일부에서 ‘우민화’정책이라고도 비판받았던-에 돈줄을 쥔 기업주들이 호응을 하고, 이에 따라 줄줄이 탄생한 것이 프로팀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품이나 고객, 생산자들이 시장논리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 기업주의 독단 등에 의해 결정되고, 이는 곧 스포츠마케팅의 정상적인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그렇지만 시작이 불순했다고 모든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국내 프로야구팀이나 프로축구팀이 알게 모르게 국내 스포츠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박찬호도 국내 프로야구팀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또한 당초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프로팀 창설에 나섰던 대기업들도 요즘은 프로팀의 스포츠마케팅 효과를 재발견하고 있다. 비록 팀 운영이 해당팀에 금전적인 흑자를 가져오지는 못하지만 돈으로 쉽게 따져지지 않는 광고·홍보효과가 있음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IMF이후 기업들이 돈이 안되는 기업들을 속속 쳐내면서도 적자 투성이의 프로팀을 존속시키고 있는 이유로 설명된다.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국내도 이젠 스포츠마케팅이 꽃을 피울 토대는 마련된 셈이다.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는 스포츠마케팅 에이전트, 즉 전문 대행업체의 급증도 산업으로서의 스포츠마케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직 스포츠마케팅으로 흑자를 내는 기업은 몇몇에 불과하지만, 분명 기회는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희망 섞인 관측이다. 특히 2002년 월드컵은 국내 고객들에게 스포츠마케팅의 위력을 새삼 확인시키면서 스포츠마케팅을 미래형 첨단 서비스업종으로 자리잡게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