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량은행의 재테크 담당자들은 ‘여윳돈을 어떻게 운용하면 좋겠느냐’는 상담으로 바쁘다. 거액예금자는 말할 것도 없고 1, 2천만원 정도 예금자라도 마땅한 운용처가 없다보니 수시 입출금식이나 1, 2개월 단위로 운용하다가 만기가 되면 재예치를 할지 다른 쪽으로 운용할지 물어본다는 것이다.은행권에 머무는 단기자금에 대해 그렇다고 은행들이 마냥 즐거운 것만도 아니다. 신용위험 때문에 기업 대출도 줄이고 있고 증시 침체로 적절한 자금 운용처를 찾지 못해 역마진 등 수신금리 하락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해서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주식투자를 늘리자니 불안하다. 사상 최대의 기업실적을 올리고도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 경기논쟁, 현대사태 등으로 내내 휘청거리는 증시를 보면서 공격적인 주식 투자를 생각하기는 어렵다.증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악재가 드러날 만큼 드러난데다 최근 회사채시장 등에서 보이는 긍정적 조짐을 감안, 추석 이후 유동성 장세를 내다보는 전문가도 있는 반면 당분간은 중립적 시각을 유지하겠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그렇다면 과연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돈을 굴려야할까.◆ 자산 운용의 기본으로 돌아가라답은 역시 포트폴리오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천만원이든 10억원이든 사방이 불투명할 때는 자산운용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물론 고위험 고수익을 즐기는 투자 성향을 갖고 있다면 주식같은 고위험 자산에 상당부분을 집어넣는 것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올 들어 지속된 증시 하락을 경험했다면 아무리 고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라도 ‘몰빵 투자’에 대해서는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반면 경기회복을 믿고 부동산을 산 경우라면 어떨까. 이 역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웬만한 노른자위 지역이 아니라면 오히려 산 값보다도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당하기 때문이다.보수적인 투자 성향으로 전재산을 은행예금 등으로 운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작금의 주식시장을 보면서 ‘주식투자 안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테크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모를까. 세금을 빼고 나면 연수익률이 5%대인 은행예금에 만족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은행금리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면서 주식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사람들이 최근 채권형 비과세 수익증권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 때문인 것 같다.가장 큰 메리트는 우선 비과세라는 점이다. 일반의 유동성이 몰려 있는 은행예금의 경우 연 7% 전후의 낮은 금리를 주면서 22%의 이자소득세까지 떼어가 실질 수익은 5%대에 머물고 있다.그러나 비과세 채권형펀드 가운데 국공채형은 시중은행보다 훨씬 안전하면서도 현재 3년물의 경우 7.8%대의 수익률을 만기에 받을 수 있다. 우량등급의 회사채가 편입된 공사채형이라면 안정성도 높으면서 이보다 높은 수익률이 가능하다.물론 시가형 펀드이므로 만기이전에 팔면 원금 손실의 가능성도 있지만 “아주 엉망으로 운용하지 않고는 원금 손실의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삼성투신운용 김용범 채권운용팀장)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장기적으로 볼 때 부침이 심한 주식이나 부동산에 비해 채권이 가장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려왔다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한국채권연구원이 지난 86년 이후 올 8월말까지 14년간 주식및 아파트 채권투자의 누적수익률을 비교해본 결과, 채권투자의 수익률이 아파트나 주식보다도 높다.(표 참조) 채권수익률이 통상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는 것을 감안하면 모든 운용자산 가운데 채권투자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는 결론이다. 물론 올해 이전까지는 상장기업의 주당수익률이 대부분 채권수익률을 밑돌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올 들어 금리와 상장기업의 실적 등 증시 주변환경은 호전됐지만 수급문제로 하락해온 주식은 지금 포트폴리오 편입비중을 늘려도 될까. 전문가들은 올 들어 세번의 큰 하락과 투매를 경험한 증시가 당분간 큰 폭의 상승은 어렵더라도 더 빠지기도 힘들다고 지적한다.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는 “수급측면에서 볼 때 수익증권 및 뮤추얼펀드 만기물량이 가장 적고 회사채 만기도래물량도 적은 9, 10월에는 상승랠리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톤증권 윤석이사는 이보다 더욱 낙관적이다. 윤이사는 “장기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아직 삼성전자를 팔고 있지 않다”며 “9월부터 12월 사이에 유동성 장세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주식, 큰폭 상승도 더 빠지기도 힘들다’ 지적반면 정태욱 현대증권이사는 “기업구조조정이 늦어지는데다 경기양극화 가능성이 높고 은행에 머물고 있는 예금이 증시로 유입되는데 필수적인 신뢰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시장참여에 “중립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이남우 삼성증권상무도 “적정주가는 900에서 950포인트로 보고있지만 당분간은 700에서 80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중립적인 의견을 밝혔다.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본다면 당분간 주식은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되 현금을 갖고 긍정적인 모멘텀이 강해지는 시점에 대비하라는 결론이다.은행상품은 위험의 안전지대로서 당분간 인기를 누리겠지만 비과세상품 이외에는 투자수단으로서의 매력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어떤 경우든 당분간은 위험과 수익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운용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특히 투자에서는 “투자의 목적과 기간 분산투자방법 선택단계에서 수익률의 90% 이상이 결정”(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되기 때문에 투자 목적과 운용 기간을 살펴보고 주식 채권 예금 등 투자대상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자신의 투자 성향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도 필수사항이다. 보수적인 사람이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인다면 밤잠을 매일 설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동원증권 이상화 PB팀장은 “장기여유자금은 비과세펀드에 한도까지 가입한 후 현금성자산을 50% 정도로 유지하면서 주식은 당분간 경기방어주 등 실적수반된 저PER주 위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