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취업문은 지난해보다 그리 넓어지지 않을 것 같다. 신입사원들을 대거 흡수하던 대기업들이 높은 금융비용 부담에 고환율, 경기불안 등으로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당장 인건비를 줄이고 사업부를 축소하는 것으로 불안한 내일을 대비하려는 대기업에게 막연히 채용을 기대하는 것은 그래서 무리다.◆ 정보통신·IT벤처기업 채용‘쾌청’이젠 틈새시장을 찾아 나서는 적극성이 필요한 때다.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정보통신관련 계열사들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보다 10% 이상 채용 규모가 늘어 좁은 취업문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전직종에 걸쳐 신입사원을 뽑기 때문에 인문사회계열 출신들도 이들 기업의 채용동향에 안테나를 세워야 한다.둘째, 취업동향에 먹구름이 낀 분야가 금융이다. 대부분 은행들이 2차 구조조정으로 신규채용을 엄두도 못 내고 있는 형편이다. 금융기관은 대학생들이 취업하고 싶은 대표적인 분야여서 그런지 신규인력을 많이 뽑지 않는다는 얘기가 돌자 실망하는 분위기.하지만 먹구름 뒤에 태양이 도사리고 있듯 우량 은행이나 농협 등 공공 금융기관들은 오히려 2백명, 3백명 단위의 대규모 채용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보험사, 증권사와 카드사의 채용정보도 꼭 챙겨볼 일이다.반면 외국계 기업이나 IT벤처기업의 채용날씨는 맑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국내에 진출할 다국적 기업들도 많고 사세를 늘리려는 업체들도 상당수다. 이들은 경력직을 선호하고 있지만 신규인력도 상당부분 흡수할 계획이다. 이미 국내에 진출, 사업을 시작한 외국계 업체들은 매출 증가로 영업직에서 신규인력을 대폭 충원하는 등 의욕적인 분위기다.벤처기업의 경우 거품론으로 인력수급이 주춤할 것 같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는 달랐다. 주요 벤처기업들이 수시로 신입사원들을 채용하고 있으며 새로 유입되는 벤처기업의 인력수요도 만만치 않다.다만, 거품낀 벤처기업을 피하려면 주위의 평판이나 이직률, 독특한 기술이 있는지 정도는 체크해야 한다. 일단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다면 다른 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 벤처는 대기업과는 달리 선배 네트워크를 활용해 취직할 수도 있으니 이런 가능성도 열어두자.◆ 정보수집 능력이 취업문 여는 열쇠이제 자신이 취직할 분야를 정했으면 올해 달라진 취업 풍토를 점검해 보자.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듯 달라진 채용문화를 알아야 당황하지 않고 최종 취업관문을 통과할 수 있어서다.직업평론가인 김농주씨(연세대 근무)는 “새천년이 시작되면서 기업들이 스피디한 경영환경과 벽 없는 조직문화, 고효율의 추구 등으로 실사구시의 인력채용 문화가 강화되고 있다”고 최근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들이 이젠 지원자들에게 조직 적응력보다 실무능력을 요구한다는 뜻이다.다소 튀는 복장으로 면접을 봐도 실력만 있으면 애교로 봐주는 분위기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있게 면접을 보자. 면접관들 앞에서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적용될만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하나 제시해보는 것도 한 방법. 틀림없이 좋은 인상을 줄 것이다. 설령 면접관들에게 터무니없는 것처럼 비춰질지라도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그만큼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인식시킬 수 있는 것이다.한국인재은행 김덕원 본부장은 “예전처럼 지원자들이 막연하게 대기업만 희망하지 않고 외국계 기업, 벤처, 내실 있는 중소기업에 이력서를 내고 있다. 이들은 귀신같이 인터넷에서 채용정보들을 찾아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고 전했다. 정보수집 능력이 곧 취업문을 여는 열쇠라는 얘기다. 실제 인터넷상에는 1천여개의 취업관련 사이트들이 실시간으로 채용정보를 전하고 있다.이 가운데는 주인을 기다리며 조용히 숨어 있는 알짜 취업정보도 많다. 먼저 찾는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간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대기업들도 자사 홈페이지뿐 아니라 취업 사이트에도 채용공고를 올리기 때문에 미처 체크하지 못한 정보를 주워 담을 수 있다. 정보수집능력은 취업한 뒤에도 직장 상사들이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훈련을 해두면 좋다.특히 올해 들어 벤처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까지 수시채용으로 전환해 인터넷을 통해 자주 채용 일정을 점검하지 않으면 좋은 취업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다. 그룹사별 채용에서 각 계열사별 채용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수시로 기업 홈페이지에 이력서를 올려야 한다.대기업이 수시채용으로 바꾼 이유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따라 수시로 팀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등 조직이 유연해졌기 때문이다. 신규 인력 수요를 가늠할 수 없는 인사팀이 지원자의 이력서를 받아 두었다가 필요할 때 보충하므로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