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00“음반이야 당연히 살거구요, 콘서트도 가야 되구요. 아무튼 오빠랑 관계된 건 다 보고 싶고, 사고 싶어요.”8월29일 오후 6시 30분, 4년7개월만에 귀국하는 서태지를 보려고 김포공항에 나온 중학생 이나연(15)양은 한껏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이양의 말은 서태지 자체가 이미 ‘걸어 다니는 기업’임을 간접적으로 확인해준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팬들은 타 업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충성도를 보이는 단골고객이다.사실 서태지가 ‘컴백’을 알리는 순간부터 이동한 돈도 만만치 않다. 단적인 예로, 입국당일 서태지가 남긴 전화 사서함 메시지 조회가 12만3천2백건.(한국통신 집계) 겨우 92초짜리 메시지에서 단숨에 6백만원의 매출이 발생한 것이다.◆ 음반판매 “1백50만장 기본” vs “시큰둥”이쯤되면 ‘스타는 숨쉬는 것도 돈’이라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 신현암 연구원은 서태지를 미국의 전설적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에 견주었다. 미국 언론들은 농구선수 조던이 미키마우스나 코카콜라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가 서태지처럼 은퇴를 번복하고 NBA에 돌아오자 다우존스 주가가 폭등했던 것은 ‘조던 효과’를 보여주는 극적인 사례다. “서태지와 조던을 단순비교할 순 없지만 컴백의 영향력이 파급되는 양상만큼은 비슷할 수도 있다”는 것이 신연구원의 설명이다.팬들 만큼이나 초조하게 그의 컴백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은 이해 당사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이다. 이들은 제각기 서태지 컴백 ‘수혜’ 또는 ‘피해’의 입장에서 서태지가 옛 영화를 재현할지 주시하고 있다. 9월8일 발매예정인 서태지의 음반이 얼마나 팔릴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그의 앨범 유통을 맡은 와와엔터테인먼트측을 비롯, 직간접으로 이해 관계가 얽혀있는 음반업계에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이지만 한 관계자는 “이름값만으로도 최소 1백50만장이 기본일 것”이라고 기대섞인 전망을 내놓았다.반면 “우리 음악 풍토가 서태지의 전성기이던 6년전과 많이 달라졌다. 더 이상 과거처럼 혁신적인 음악을 내놓기도 어렵다. 서태지가 국내에 계속 머물렀다면 ‘신화’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단 “애초 옛 서태지 팬은 20대가 되었기 때문에 음반시장의 주류인 10대만한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라는 예상은 ‘초등학교 때부터 태지 오빠만 사랑했다’는 공항에 몰려온 10대 팬의 한마디에 설득력이 약해진 상태.어쨌든 서태지 앨범 중 ‘실패’로 간주되는 3집이 30만장 이상 팔린 것을 보면 일단 밀리언셀러에는 근접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강하다. 음반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서태지측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서태지는 컴백음반을 자신이 새로 설립하는 음반사 ‘괴수대백과사전’을 통해 직접 발매하고, 유통만 와와엔터테인먼트측에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와와의 김승호 사장은 정확한 계약 조건을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유통사가 도매가의 15% 정도의 판매 이익만 가져간다고 알려졌다. 앨범이 백만장 팔릴 경우 서태지 측이 80억원 정도 가져간다는 계산이다. 서태지 컴백앨범 발매가 업계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에 대해서도 각양각색의 의견이 나온다. 서태지 컴백의 대표적 피해사로 지목된 대영에이브이측은 ‘전체 파이가 커진다’는 논리를 편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신연구원은 “1년에 한장도 음반을 사지 않는 30대가 음반을 산다면 그것은 서태지앨범일 것”이라며 “구매층을 넓혀 음반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면서도 “기존 음반 수요를 잠식하는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서태지는 단기적으로 음반과 뮤직비디오, 공연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집중할 것이다. 그러나 길게는 최근 코스닥에 등록한 SM엔터테인먼트처럼 본인의 기획사에서 ‘신인가수’라는 상품을 내놓는 엔터테인먼트 벤처기업가로 나서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귀국 무렵 서태지측은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여러 음반사와 접촉했다”며 “이중 30억원은 그가 설립할 기획사에 대한 투자였다. 음반사들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 투자를 꺼려 자본 유치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간 서태지가 발군의 비즈니스 감각을 발휘해 온 것으로 볼 때, 대영에이브이와 SM엔터테인먼트 등 몇몇 대형 기획사가 포진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판도를 바꿔놓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인터넷 업계 “서태지 마케팅 부푼 꿈”인터넷에서도 서태지 활용 마케팅 열풍은 뜨겁다. 이와 관련, MBC가 방영권을 독점하고 있는 ‘서태지 컴백쇼’를 둘러싸고 한 차례 해프닝이 일어났다. 당초 MBC의 자회사인 iMBC는 무료 공연 티켓 배포권을 갖고 이를 네띠앙, 라이코스, 하나로통신과 제휴해 배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터넷 판권에 대한 MBC와 서태지 측의 이해가 엇갈려 이같은 계획은 취소된 상태다. 더구나 하나로 통신은 애초 서태지 컴백쇼를 자사 포털사이트 하나넷에서 주문형 비디오(VOD) 방식의 녹화·중계방송권도 획득했었다. 접속 폭주에 대비해 인터넷데이터센터 ‘엔진(N-GENE)’ 의 웹서버 및 동영상 스트리밍서버 20대와 1.1Gbps급 고용량 전용회선을 증설할 계획까지 세웠다. 하나로통신의 김종훈 대리는 “1억7천만원 가량 들지만 그만한 마케팅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들 인터넷 회사와 MBC측의 계약에 대해서는 ‘업무 협력 교환 차원이다’에서부터 ‘5억원 이상 오갔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공연표 배포 이벤트’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던 인터넷 업체들은 ‘한 차례 소동으로 끝나 허탈하기 그지 없다’는 반응들이다.◆ 광고·패션 업계 “뚜껑만 열려라”‘모델 서태지’는 광고업계에도 파란을 몰고 올까. 서태지측이 이미지를 고려, 한두 편의 광고에만 나올 의사를 비치는 가운데 빅모델을 선호하는 삼성, LG, 삼보 등 컴퓨터업계가 가장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다. 모델료는 최근 HOT가 3억5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볼 때 이보다 높은 금액이 될 것이며, 한편에서는 10억원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서태지는 96년 은퇴직후 해태음료 ‘쿨 사이다’ 신제품 광고에 나와 이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즉시 50%까지 끌어올린 전례가 있다.광고업계에서는 “서태지는 이만한 비용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지금은 없어진 삼성물산의 의류 브랜드 ‘카운트다운’은 96년 서태지 은퇴 직전에 모델료로 3억5천만원을 지불했는데, 당시로서는 최고가였다. 이때 광고를 담당했던 최창국 부장은 “청소년을 타깃으로 서태지풍 의류 매출이 50% 이상 늘었다. 그러나 단순 매출 증가보다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측면에서 성공적인 광고였다”고 말했다.서태지는 1집 때부터 새로운 앨범을 내놓을 때마다 힙합, 스노보드룩 등 다양한 패션을 히트시켜 패션계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그가 이번에는 어떤 옷과 소품, 머리모양을 선보일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는 것은 서태지가 입국할 때 입고 나왔던 ‘구찌’의 스웨터.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은 디자인이다. 동대문의 대형의류상가 밀리오레 디자인밸리 관계자는 “그 옷이 화제가 되고는 있지만 함부로 카피제품을 만들 수 없다”며 “지금은 막연히 힙합 스타일의 매출이 늘 것으로 기대하는 정도”라고 설명한다.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힙합풍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공연이 열리고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 난 후에야 영향이 나타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태지 신드롬 / 수혜주는 누구?미디어 솔루션 ‘태지 특수’ 기대미디어 솔루션. 요즘 부쩍 자주 거론되는 업체다. 서태지 컴백음반의 유통을 맡은 와와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22%소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서태지 수혜주’로 꼽혀 최근 거래량은 늘었으나 주가는 등락을 거듭, 뚜렷한 흐름을 찾기는 어렵다. 반면 ‘서태지 피해’는 즉각 시장에 반영됐다. 서태지라는 강력한 라이벌과 경쟁을 할 처지가 된 코스닥의 에스엠은 최근 주가가 9.56%나 빠졌다. 대영에이브이도 8월29일부터 주가가 계속 하락, 9월1일 현재 주가는 12만8천5백원이다.미디어 솔루션은 무인안내 사업시스템 구축이 주요 사업영역으로, 상반기 매출 17억2천1백만원, 당기순이익 1억4백만원을 냈다. 그러나 서태지의 앨범이 어느 정도 팔릴지 모르는데다, 대박이 터진다 해도 와와엔터테인먼트의 몫이 크지 않아 이익 규모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한편에서는 다시 한번 엔터테인먼트 테마주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LG증권 오재원 애널리스트는 “당장 현금 수익이 들어온다는 의미에서는 부정적이라 단기 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았다.또 이 회사 이왕상 애널리스트는 “서태지의 앨범판매가 어느 정도 이뤄질지 모르는 상태에선 주가에 파급효과가 있을지 자체가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