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급 선수 잡기 경쟁 속 일부선 무명발굴 주력 … 스폰서 유치 경쟁도 갈수록 가열

영화 <제리 맥과이어 designtimesp=20171>의 주인공 제리 맥과이어(톰 크루즈)는 스포츠에이전트 분야에서 잘 나가는 실력자다. 뛰어난 능력과 매력적인 외모까지 겸비한 제리는 어느날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는다. 거리로 내몰린 제리는 함께 일할 프로선수를 찾지만 사람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이때 나타난 무명 미식축구선수 로드(쿠바 구딩 주니어)는 제리에게 돈을 벌게 해달라고 에이전트 계약을 맺지만 무명선수인 까닭에 뜻대로 되지 않는다.그러던 어느날 로드는 시합 도중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다.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은 줄로만 알았던 로드가 다시 일어서자 관중들은 열광한다. 로드는 일약 스타로 부상한다. 백만달러짜리 광고에도 출연하고 인터뷰도 수만달러를 받고 응한다. 제리도 로드 덕에 다시 재기에 성공한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 designtimesp=20174>의 줄거리다.지난 97년 국내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톰크루즈를 좋아하는 여성 팬들뿐 아니라 스포츠 업계에서도 인기를 끌었다.현재 국내에서 제리 맥과이어를 꿈꾸는 에이전시 업체들은 몇 개나 될까. 체육과학연구원 박영옥 교수는 “금강기획, LG애드 등 대규모 에이전시 4개 업체와 30여개의 소규모 에이전시 업체가 매년 7백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광고기획사에 속해 있는 에이전시와 스포츠 전문에이전시,온라인 스포츠업체까지 합할 경우 연간 1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그렇다면 국내 스포츠 마케팅 업체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을까. 우선 선수와 매니저 계약을 하는 에이전시 사업이 있다. 여기엔 개인형 매니저와 기업형 매니저로 나뉜다. 예를 들어 박찬호 선수의 매니저인 스티브 김은 전자에 속한다. 반면 당구선수인 자넷 리, 골프선수 데이비드 러브3세, 테니스 선수 마이클 창 등 5백60명의 세계적인 프로선수의 에이전시 업체인 옥타곤사는 기업형 매니저다.매니저들은 선수의 연봉 협상을 대리하며 수수료를 챙기고, 광고 출연 섭외, 이벤트 사업, TV중계권 판매 등으로 부수입을 올린다. 말이 부수입이지 매니저의 능력에 따라 선수들을 마케팅에 활용, 수익을 내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 때문에 스타급 선수들을 잡기 위해 혈투를 불사하는 것이 매니저의 세계다.국내 관련 업체로 눈에 띄는 곳은 더스포츠(www.thesports.net)와 스포츠닷컴(www.s4ts.com). 지난 95년부터 스포츠 마케팅을 시작한 더스포츠는 초창기 골프선수 김미현의 국내 에이전트였다. 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중인 김병현 선수(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서재응 선수(뉴욕 메츠)의 매니저를 맡고 있다. 국내 농구 선수들 중에는 허재, 김영만, 전희철, 강동희 선수 등의 에이전시를 대행한다.스포츠닷컴 역시 황영조 선수 등 스타급 매니저를 하고 있지만 노리고 있는 시장은 경쟁업체들과 다르다. 철저히 무명선수들을 발굴, 스타로 키워낸다는 전략이다. 실례로 국내 최고의 싱크로나이즈 선수인 유나미, 최유진씨와 연봉계약을 체결, 전문 매니저를 맡고 나섰다. 싱크로나이즈의 경우 아직 협회도 없는 비인기 종목이지만 꾸준히 영상 매체의 관심을 받고 있어 상품은 된다는 것이 스포츠닷컴측의 시각이다. 이 회사 박재훈 사장은 “북한에선 싱크로나이즈를 평양곡예단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할 정도로 인기다. 내년 2월 북한 선수들을 초청해 친선 경기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친선 경기를 개최할 경우 입장권 수입, TV중계권 판매, 스폰서 유치 등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TV중계권 판매·스폰서 유치 등으로 수익스포츠닷컴이 인기선수보다는 비인기선수들에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국내 시장에선 스타 선수들의 에이전시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것. 선수의 연봉에 따라 적게는 2%에서 많아야 10%가 매니저에게 수수료로 떨어지는데 국내 선수들의 연봉은 그리 많지 않아 수입이 적다. 아무리 최고급 선수라해도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구단의 현실적인 고민이 있기 때문에 수억원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적은 탓이다.또 선수들의 광고수입도 매니저 몫으로 남는 것은 얼마 안 된다. 구단과 선수가 광고 수입을 반씩 나눠 갖기 때문이다. 또 농구선수들의 경우 3천만원 이상의 광고에는 출연할 수 없는 규정도 있어 실질적으로 매니저들의 수입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 국내 스포츠 선수들의 경우 구단과 묘한 계약관계가 체결돼 매니저들이 틈을 비집고 돈을 만져볼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스포츠마케팅 관계자는 “연예인 매니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유명선수들의 경우엔 아예 돈을 싸들고 가서 매니저 계약을 맺어야 한다. 완전히 거꾸로 된 에이전시 풍토인 셈”이라고 말했다.더스포츠 김경림 사장은 “국내 에이전시 사업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선수들의 은퇴 후 생활보장, 보험 서비스, 해외 코치 연수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해 선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이 때문에 국내 스포츠마케팅 업체들은 에이전시 사업보다는 스폰서십 세일즈나 이벤트 기획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에이전트보다 스폰서를 유치하는 세일즈가 마케팅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돈을 모을 수 있는 분야여서 이쪽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더 크다. 이미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해외 유명 경기에 스폰서를 하고 있으며 이를 대행하는 업체들도 꽤 많은 수수료 수입을 챙긴다. 더스포츠의 경우 올해 국외 스포츠 경기의 스폰서십 세일즈를 통해 30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스포츠닷컴은 알프스 리조트의 광고권을 사들여 이곳에 광고를 하기 원하는 기업에 판매한다.◆ 이벤트 기획 매출에 열 올려스포츠닷컴은 또 매년 제주도에서 열리는 철인3종 경기를 통해 이벤트 수입을 올릴 계획이다. 이 대회엔 선수뿐 아니라 가족까지 전부 대회에 참석한다. 따라서 이 기간을 이용해 주변 숙박, 휴양시설업체들과 단기간 계약을 맺을 수도 있고, 가족들을 위한 스포츠 프로그램도 계획할 수 있는 것이다.국내 스포츠 마케팅의 분위기가 서서히 무르익자 외국업체들도 국내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지난 96년 한국에 진출한 IMG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마케팅 업체다. 유명 골퍼인 아놀드파머의 에이전트로 출발한 IMG는 세계적으로 2천명의 직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연간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형 에이전트다. IMG의 경우 선수 에이전트 업무에서 탈피해 경기 스폰서 유치, 광고, TV중계권 판매, 스포츠 이벤트 기획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IMG는 지구상에서 하루에 6개 이상의 이벤트를 개최할 만큼 글로벌화한 스포츠 마케팅 전문회사다.(출처 ‘재미있는 스포츠, 돈버는 마케팅’, 살림출간) IMG는 지난해부터 박세리에 대한 매니저를 맡으면서 국내에도 잘 알려졌다.또 지난 4월 국내 지사를 설립한 옥타곤사도 세계 3대 스포츠마케팅업체다. 이미 국내시장에 진입한 IMG보다는 늦게 출발했지만 그만큼 적극적이다. 최근 울산시 및 제주시와 도시 마케팅 계약을 맺었다. 옥타곤코리아가 계획하고 있는 도시 마케팅이란 스포츠 경기를 중심으로 숙박, 놀이시설, 각종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을 말한다. 이 업체의 박혜성 차장은 “아시안 게임, 월드컵 등이 국내에서 열리기 때문에 사업 가능성은 많다”고 말했다.외국업체들의 진출에 국내 업체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하다. 국내 스포츠 시장의 특성상 토종업체가 경쟁 우위에 있다는 것. 그러나 다국적 업체들은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체계화된 사업화 능력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