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가 빠르게 자리잡으면서 국제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다.90년대 후반 들어 개별 경제주체가 보유한 컴퓨터가 인터넷을 통해 연결됨으로써 디지털 경제의 핵심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인터넷의 대중화에 소요되는 기간은 6년 정도로 어느 기술보다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특히 디지털 경제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의 경우 어느 정도 보편화되어 있는 기업과 소비자간(B2C) 거래에서 벗어나 기업과 기업간(B2B)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제는 생산, 유통, 소비측면에서 효율성이 크게 높아져 ‘마찰없는 경제(frictionless economy)’의 실현도 목전에 두고 있다.이에 따라 이미 디지털 경제는 기원전 7000년경 농업기술 출현에 따른 농업경제, 18세기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경제에 이어 인류역사상 세번째 맞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로 지칭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경제비중 확대, 기존 정책은 애로우리만 하더라도 지난해 4월부터 도입하기 시작한 인터넷 뱅킹을 이제는 거의 모든 은행에서 실시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주식거래 비중도 60%를 넘어서고 있다. 올해 5월말 현재 인터넷 이용자수도 1천5백만명이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인터넷 보급속도로 따진다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이다.이와 같은 경제의 디지털화로 금융부문에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는 전자화폐의 등장이다. 우리나라는 K-Cash를 비롯해 9월부터는 여러 가지 형태의 전자화폐가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전자화폐는 거래비용이 낮고 네트워크상의 지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편적인 지급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은행과 같은 중개인의 역할이 크게 축소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최근 들어 대내외 금융시장은 주식을 비롯한 직접금융시장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대신 은행과 같은 중개기관은 조직과 인력을 감축하고 맞춤형 금융서비스가 중시됨에 따라 컨설팅 업무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등 자구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대세다.각종 금융거래에 있어서 네트워크 역할이 커짐에 따라 비금융회사들의 금융업 진출이 늘어나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국내에서도 대부분 은행들이 한국통신과 업무제휴를 하고 있는 상태다. 동시에 금융거래의 글로벌화 추세는 더욱 빨라져 거의 모든 금융거래는 ‘24시간 체계’가 보편화되고 있다.문제는 경제활동의 디지털화로 새롭게 나타나는 금융환경하에서 통화정책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네트워크 효과로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디지털 경제구조하에서는 통화정책의 목표를 종전처럼 인플레만 중시할 수 없다. 더욱이 전자화폐와 같은 새로운 결제수단이 사용되고 대외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통화정책이 무력화까지는 연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효과가 반감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중앙은행도 여타 경제주체와 금융정보를 공유함에 따라 과거처럼 정보의 비대칭성(imformation asysmmetry)을 전제로 한 시장의 선도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다시 말해 중앙은행과 시장참여자와의 관계가 수직적이 아니라 동반자적(partnership)으로 변화되고 있다.우려되는 대목은 시장참여자들이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모든 금융거래에 있어 ‘새로움과 복잡성(novelty and complexity)’에 따른 위험이 크게 증대되고 있는 점이다. 유사 금융행위도 급증하고 있다. 이런 환경하에서 금융감독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지 못할 경우 허점이 자주 노출된다.동시에 사이버 공간에서 금융기관과 비금융회사들의 활동이 활성화됨에 따라 시장참여자수와 거래규모가 급증하고 수많은 전자화폐와 결제망이 빠르게 생성 소멸될 경우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위험이 증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점은 최근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 등에서 자주 지적되고 있다.특히 금융회사가 불법행위를 저지르거나 시스템의 결함으로 잘못된 메시지가 네트워크상에 광범위하게 퍼질 경우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는 구조적인 취약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네트워크를 이용한 금융범죄나 유사 금융행위가 많아지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또한 비금융회사들의 금융활동이 증가되면 증가될수록 금융시장이 복잡다기화돼 시장상황을 파악하거나 이에 대처해 적기에 알맞은 대책을 강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만큼 통화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시장모니터링이 중요하고 시장친화적으로 추진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따라서 디지털 금융환경에서는 이에 맞게 통화정책도 변경돼야 한다. 무엇보다 통화정책 기조면에서는 과거처럼 인플레를 중시하기 보다는 자원배분의 효율성도 함께 감안해 추진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통화정책의 중간목표로 장단기 금리차와 같은 지표를 보다 중시해야 한다.물론 디지털 경제가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명확한 경로가 파악되거나 통일된 의견이 없는 상태다. 확실한 것은 디지털 경제비중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통화정책의 무력화까지 연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통화승수, 통화유통속도에 많은 변화를 초래해 기존 통화정책으로는 적지않은 애로가 발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통화정책 수행도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짐에 따라 보다 시장친화적으로 추진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위해 선제적인(pre-emptive) 정책기능 확보가 필수적이다. 통화당국은 시장현실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경제전반에 대한 예측력을 높여야 이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경제주체들에 대한 관리나 금융자산 운용도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해야 한다. 경제주체들에게 위험관리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금융시장도 위험을 제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과 같은 시장을 육성해 놓아야 한다. 물론 통화당국은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관리능력도 함께 제고해 놓는 것도 새로운 환경하에서는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외변화 흡수할 완충능력 확보 필수마지막으로 글로벌 환경하에서는 통화정책 수행에 있어 국내여건 못지않게 대외환경을 감안해야 한다. 디지털 경제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자본유출입 규모가 늘어나고 그 패턴도 경제주체들이 예측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대외환경 변화를 흡수할 수 있는 완충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대내적으로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확충하고 조기경보체제, 가변예치제를 잘활용해야 외화거래의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금융기구나 인접국 중앙은행과의 연계노력을 강화하고 지역블록 추진, 공동기금 설립을 통해 서로의 이익을 공유하는 채널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이런 노력들이 어우러질 때 ‘디지털 경제’라는 새로운 금융환경하에서도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계속 확보할 수 있고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되찾는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