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가 당초 예기치 못한 고유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에서는 73년, 79년 제1, 2차 오일쇼크에 이어 제3차 오일쇼크설을 우려하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국제유가의 향방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현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의장국인 베네수엘라의 로드리게스 의장은 회원국들의 생산과 정제능력을 감안할 때 배럴당 40달러선을 웃돌아 석유위기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반면 낙관적인 시각은 최근 국제원유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급부족 현상은 일시적인 것으로 OPEC가 증산하거나 미국이 전략석유비축분(SRP)을 풀 경우 유가는 밴드상한선인 28달러 밑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문제는 어떤 경우든 OPEC 회원국들이 증산에 나설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사실 금년 3월에 하루 1백45만배럴 증산에 합의해 놓고 OPEC가 증산조치 이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세계원유수요곡선을 잘못 판단했기 때문이다.이 대목은 앞으로 국제유가를 읽는데 중요한 변수다. 금년 3월 OPEC 국가들이 원유증산에 합의한 것은 원유수요곡선이 ‘탄력적’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해서 나온 조치다. 이 경우 증산한다 하더라도 원유판매대금은 줄어들지 않는다.실제로 증산조치 이행 이후 확인된 결과로는 원유수요 곡선이 생각했던 만큼 탄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 상황에서 증산은 곧바로 원유판매수입과 OPEC 회원국들의 재정수입 감소에 직결될 수밖에 없다.앞으로 OPEC 국가들이 증산조치를 쉽게 이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연유다.통상적으로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은 성장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는다. 특히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간의 괴리를 심화시킨다. 다른 변수와 달리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일관성있는 에너지정책 요구우리 입장에서도 앞으로 경제운용에 있어 중요성이 커질 무역수지나 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현경제구조하에서 유가가 1달러 상승하면 무역수지는 10억달러 악화되고 소비자물가를 0.2% 포인트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원유도입단가가 30달러 국면이 지속될 경우 내년 성장률이 5%대로 급락한다는 분석이다.이럴 때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우리처럼 기름 한방울 안나오는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 정부의 방침대로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 가격에 전가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해 나간다는 방침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올바른 방향이다.한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우리 에너지 수요가 그렇게 탄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현정책기조를 그대로 밀고 나갈 경우 정책비용이 의외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따라서 단기간에 걸친 국내유가 급등에 따른 국민들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과도기적인 단계에서 유류가격에 붙은 세금을 완화하거나 에너지 가격체계를 합리화시켜 완충장치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특히 에너지 정책은 대증적으로 대응하거나 국민들의 인기영합식 단발성으로 대응할 경우 효과를 거둘 수 없는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에너지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이 요구된다는 점이다.최근 들어 고유가 국면이 지속됨에 따라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정책당국이 각종 대책을 강구하느라 부산을 떠는 모습은 다른 한편으로 정책실패를 상징적으로 대변해 주고 있는 대표적인 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