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고객 정한 후 다채널로 고객유지·교차판매·고객소개 … 과도한 기술 의존은 위험

얼마 전까지만 해도 e-비즈니스 열풍은 전세계 대부분의 기업에 영향을 주었으며, 많은 기업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e-비즈니스와 관련된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유럽에서는 인터넷과 관련된 비즈니스 붐이 사라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인터넷 전문 업체들의 실패 소식도 많이 전해지고 있다. 2개월 전에는 유력한 영국 의료용품 판매사이트가 파산에 이르렀다. 실패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많은 경우가 온라인 고객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 결핍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e-비즈니스에 있어서 고객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위치에 있는가.◆ 방문자(Visitor)는 고객(Partner)이 아니다인터넷 비즈니스는 새로운 기술을 근간으로 하여 사업을 전개하는 특성 때문에, 초기에는 기술 공급자(Technology Provider)가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주도해 왔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에 있어서도 새로운 기술을 구사해 사이트의 매력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했다. 즉, 인터넷의 일반 사용자를 어떻게 자신들 사이트의 방문자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모색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단순히 방문자가 많다고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것은 길거리의 상점을 놓고 생각해 보면 자명해진다. 가게 앞으로 지나가는, 또는 가게 안에서 물건을 구경하는 행인(일반 인터넷 이용자)이 아무리 많을지라도, 실제로 구매하지 않으면 돈을 벌어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방문자를 실질적인 구매자, 즉 해당 사이트의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이트 자체의 매력뿐 아니라 실제 상품 서비스에 있어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종래의 마케팅에 있어서는 4P(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촉진(Promotion))의 요소가 중시돼 왔으며, 인터넷 상거래에 있어서도 정보 코스트가 현저하게 낮아진다는 점을 이용해 절감된 비용을 고객에게 환원하거나 새로운 고객 확보를 위해 투자하는 가격과 촉진을 중시한 모델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공급자 논리에서 고객 논리로 발상 전환최근 정보 기술의 대변화와 인터넷 혁명의 본질로 돌아가서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보 코스트가 낮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것을 고객 관점에서 보면 이전에는 손쉽게 접할 수 없었던 정보를 간단하게 얻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며, 정보의 가치에 대한 비교가 쉬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 시대에는 고객이 대량의 정보를 입수, 가공해 체계적으로 무장할 뿐만 아니라 정보를 ‘발신(dispatch)’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고객측의 사정과 고객의 논리를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으로 놓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방문자를 고객으로 만들 것인가이미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점을 갖고 있을 경우(즉 visitor인 경우)에 어떤 방법으로 거래를 유도하고 수익을 최대화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e-비즈니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는 고전적인 고객관계 마케팅(Customer Relationship Marketing)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요즘 세계 도처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 CRM)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고객관계관리에서는 목표 고객을 정의하고 그들에게 제공할 가치를 명확하게 한 다음 이용할 채널을 선택하고 고객유지, 교차판매 및 고객소개라고 하는 마케팅믹스를 적용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e-비즈니스의 고객관계관리에 대해서는 다음 3가지 사항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정보의 쌍방향성이 확보되어 있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 관련 정보의 입수가 비교적 용이하며, 그런 의미에서 데이터 마이닝(일종의 정보발굴)은 대단히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사고 팔았다는 거래 정보뿐 아니라 고객과의 접촉에 관한 모든 정보를 확보해 고객의 구매행동 자체를 추정하고, 고객이 관심을 보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일대일 마케팅(one-to-one marketing)의 궁극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당신이 원하시는 물건은 이것이죠?’라고 추측하는 것에 불과하다.둘째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채널간 통합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있어서도 실제 거래는 반드시 현실 세계에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사이버 뱅크에서 비록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심사를 마쳤다고 해도 고객은 본인 확인 절차 등을 위해 직접 창구에 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국 완전 통합된 대고객 관리 (Fully Integrated Relationship Management)의 구축이 불가결하다.셋째로 인터넷에 있어서의 고객관계관리(CRM)의 확립에는 고객 자신의 학습, 경험의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이용자는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모두가 다 경험이 풍부한 것은 아니다. 또한 e-비즈니스의 일반적인 관행이 확립됐거나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지도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고객이 실제로 e-비즈니스를 행함으로써 축적된 경험을 통해 비즈니스 관행이 확립되는 것이며, 고객도 자신이 원하는 사이트에 대한 로열티가 생기는 것이다. e-비즈니스의 중요한 요소로서 ‘고객의 디지털 경험(Digital Customer Experience)’이라고 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이러한 과정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A.T. Kearney는 e-비즈니스에서 기존의 4P 대신 7C라고 하는 새로운 마케팅 체계를 개발해 전세계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7C는 콘텐츠(Content), 편의성(Convenience),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고객관리(Customer Care), 연결성(Connectivity), 커뮤니티(Community), 맞춤서비스(Customization)를 의미하며, 고객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본 접근 방법에서는 e-비즈니스에 있어서 인간적인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예를 들어, 도이치은행은 최근 기존의 도이치은행 24(이하 DB24)를 6개의 유럽국가로 확장하는 혁신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DB24는 도이치은행 그룹의 소매와 브로커리지 업무를 전담하는 자회사다. 도이치은행은 지역확장뿐 아니라 온라인업무 및 프라이빗 뱅킹으로의 역량 강화를 선언했다.도이치은행의 온라인 프라이빗 뱅킹 강화 전략을 e-Customer 측면에서 살펴보면, 첫째는 목표고객의 설정이다. 도이치은행은 소위 ‘모던 세그먼트(Modern Segment)’라고 분류되는 고객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고객을 대상으로 최상의 자문 서비스 및 맞춤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모던세그먼트’는 일반고객(Mass Market)과 전통적인 고소득층 고객(HNWI : High Net Worth Individual) 사이에 있는 고객을 의미하며, 소득뿐만 아니라 나이, 인터넷 친숙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결정된다.둘째, 다중 고객 채널의 유기적인 통합이다. 도이치은행은 이미 광범위한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를 온라인과 결합함으로써 상당한 시너지를 유발할 수 있다. 셋째, 완전히 고객 중심으로 맞추어진 웹 사이트이다. 브로커리지 업무의 경우 단순한 형태의 시장정보나 개인정보 등이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직접 각종 금융상품 및 트레이딩 툴 등에 접근해 자신의 자산운용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moneyshelf.com’이라는 것을 만들어 고객이 상품 및 서비스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전략적 접근방법에 의해 DB24는 올해 4억유로의 이익을 기대하고 있으며, 2004년까지는 10억유로의 이익을 예상하고 있다.